▲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 후보지인 스위스 서남부 발레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올림픽 유치를 포기하기로 했다.     출처= Winetravel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스위스가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개최 비용을 부담스러워 한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동계올림픽 재정 지원 계획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개최 후보지인 스위스 서남부 발레 주민들은 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른 안전 유지 비용과 영구적인 스포츠 기반시설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부담하겠느냐는 것을 놓고 직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투표에 부쳤는데, 유권자의 54%가 1억 150만달러(1,090억원 상당)에 달하는 재원 부담을 거부한 것으로 잠정 개표결과 드러났다.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펴온 ‘스위스 캠페인’(Swiss Campaign)의 대변인 알렉산더 웨플러는 “투표 결과는 발레 주도(州都) 시온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던 노력이 종료됐음을 의미한다”며 “모든 게 돈의 문제였고 유권자들은 동계올림픽 개최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발레 주 주민들은 최근 수년 사이 동계올림픽 개최 비용을 부담스러워했다. 동계올림픽이 주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것인 데다 도로나 병원, 기타 사회 서비스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스위스가 유치를 포기함에 따라 캐나다 캘거리와 오스트리아 그라츠, 스웨덴 스톡홀름, 터키 에르주름, 일본 삿포로, 이탈리아 밀라노·토리노 등이 경합을 벌이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오는 10월 이들 도시로부터 정식 유치 제안서를 받은 뒤 내년 9월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올림픽 개최 유치 신청을 해 놓고 이를 철회하거나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탈리아 로마는 지난 2016년 10월에,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 신청을 철회했다. 막대한 경비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예산 문제로 올림픽의 꿈을 접은 도시는 한 둘이 아니다. 독일 함부르크도 2016년 9월에, 주민투표를 거쳐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철회했다.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도 스웨덴 스톡홀름, 폴란드 크라쿠프, 노르웨이 오슬로 등 4개 도시가 유치전 참여를 철회하면서 중국 베이징이 뒤늦게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제치고 유치를 따냈었다.

지난해 8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4년과 2028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파리와 로스앤젤레스(LA)를 각각 선정했다. IOC는 그 동안 총회에서 7년 후에 열리는 올림픽 개최도시를 투표로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2024년과 2028년 올림픽 개최지를 동시에 선정한 것이다.

당초 LA도 2024년 개최를 신청한 도시였지만 로마, 함부르크, 부다페스트 등이 자진 철회하며 파리와 LA만이 유치전에 남게 되자, 2024년 개최를 고집한 파리를 제외하고 위기 의식 속에 LA에 2028년 개최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지금까지 도시들은 올림픽을 서로 개최하려고 경쟁했다. 올림픽 개최는 그 도시에 화려함과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올림픽 개최 도시들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 거기에 보안 비용만도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선수들과 관광객을 수용할 수 천개의 호텔 방도 필요하다.

이 비용의 대부분이 납세자 부담이지만 뚜렷한 경제적 혜택은 보이지 않는다.

선거로 뽑힌 지도자들은 티켓 판매, 건설로 인한 고용, 관광객 증가 등이 그런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주장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올림픽 유치의 진정한 수익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1976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했던 캐나다 몬트리올은 장기적 관점의 비용 측면에서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잘못된 관리로 인한 비용 초과는 이 도시에 15억 달러의 빚을 남겼고 30년이 지난 2006년이 되어서야 겨우 다 갚을 수 있었다.

2016년 올림픽을 개최했던 브라질 리우 조직위도 460억원의 부채만 남기며 마라카낭 주경기장은 올림픽 이후 6개월만에 폐허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