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은행지주들의 주가가 올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늘어나는 순이익이 자본 확충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의 일환으로 인수합병(M&A)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은행지주들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이 이미 한계점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 자본 확충은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어 반발을 살 수 있다. ‘저평가’로 지목되는 은행지주에 대한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 상장 은행지주 ROE 전망 [출처:메리츠종금증권]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2019년 지주전환) 등 은행지주사들의 주가는 지속하락하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 기준 올해 은행지주의 순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ROE(순이익/자기자본)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이 가파르게 증가한 탓이다.

지난해 순이익 기준 KB금융의 ROE는 10.2%를 기록해 신한지주(9.1%), 하나금융지주(8.8%), 우리은행(7.4%)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8일 기준 KB금융의 PBR(주당순자산비율)은 0.67배로 신한지주(0.67)와 같다. 하나금융지주는 0.57배, 우리은행은 0.55배로 나타났다. ROE가 높을수록 PBR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ROE가 높다는 것은 자기자본이 취약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ROA(총자산이익률)로 보면 하나금융지주가 0.6%로 가장 높다. KB금융은 0.5%, 신한지주와 우리은행은 0.2%에 불과하다. ROE와 ROA 두 지표를 놓고 보면 신한지주와 우리은행의 자본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투자 매력 높은 은행지주는 어디?

은행지주는 낮은 PBR과 높은 ROE가 부각될수록 투자 매력이 높다. 이익이 늘어날수록 자산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ROE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도 고민이다.

▲ 단위: 배, % [출처:에프앤가이드]

최근 은행지주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2019년 전면 시행)을 제고하기 위해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각각 2420억원,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어 NH금융지주도 219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부채 성격을 띠고 있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자본이 늘어난 만큼 이익을 높여야 하지만 대출 규제 등으로 쉽지 않은 사업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비은행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려 하지만 이조차 녹록치 않다.

그간 은행지주들은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NH금융지주의 우리투자증권 인수,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 신한지주의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증자 등이 대표적이다. M&A라는 큰 틀에서 보면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을 품에 안았다.

각 은행지주들의 몸집 확대는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높이게 됐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이란 은행지주의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에 대한 출자 총액을 뜻한다. 금융당국은 이 비율을 130% 이내로 맞출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은행지주는 지난해 기준 120%를 상회하고 있다. 쉽게 말해, M&A를 위한 자금여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는 KB금융이 ING생명 인수를 포기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지분 59.19%에 대해 2조5000억~3억원의 매각가를 제시했다.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 고려할 경우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0억~9000억원 수준이다.

M&A를 지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 시킬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ROE 개선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NH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M&A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NH금융지주의 자금동원 여력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여타 은행지주 대비 2~3배 수준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출자여력이 대폭 늘어난다. 현재는 지주사가 아닌 만큼 자회사 출자여력은 20%로 제한돼 있다. 130%로 확대될 경우 M&A 목적으로 7조~8조원까지 가능해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은행지주의 자체 모멘텀이 없어 M&A 이슈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면서 “해당 이슈만 보면 우리은행이 가장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주사 전환 후 예금보험공사 지분(18.4%) 매각 이슈가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