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세계 최강의 군사대국, 최대 경제대국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며 가장 폐쇄된 국가인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9시(현지시각)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세기의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호와 체제보장에 대한 담판을 벌인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성격이나 외무가 판이하게 다른 두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마디로 반전의 연속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미사일 실험을 한 북한이 분노와 화염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북한은 예방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겠다고 응수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부르자 북한은 트럼프를 '늙다리 미치광이'로 불렀다. 이처럼 죽기살기로 설전을 벌인 양측이 한국의 중재로 대화의 장에 나선 것이다. 이것이 정치다. 정치란 말로 하는 것임을 트럼프와 김정은은 잘 보여준다.

190cm의 거구에 몸무게 100kg이상인 트럼프와 170cm 정도에 100kg이 나가는 두 지도자, 73살의 트럼프와 35살의 김정인이 벌일 정상회담의 결과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대선 후보 트럼프 “김정은과 대화 뭐가 나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공화당 경선 후보 시절 때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미치광이(Maniac)’로 부르며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그해 6월 중순 미 중부 조지아주의 애틀랜타 유세에서는 느닷없이 "김정은이 미국에 오면 햄버거를 먹으면서 핵 협상을 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김정은과 대화가 뭐가 나쁘냐"면서 "누가 아느냐? 10%, 20%의 낮은 확률이라도 내가 대화로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낼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이듬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잇따라 하자 대화 얘기를 감췄다. 특히 지난해 8월 초 북한의 소형 핵탄두 개발 성공 소식을 접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작심한 듯 대북 군사공격을 직접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도 가만있지 않았다. 북한은 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통해 ‘화성-12’ 미사일로 괌에 대한 포위사격 작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인민군 총참모부도 대변인 성명을 내고 ‘미국에 예방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겠다’고 위협 수위를 더 높였다. 

양국 간 날선 설전은 이후 북한이 9월 3일 6차 핵실험을 전격 단행하면서 그 수위가 점점 높아졌고, 트럼프 대통령의 9월 19일 제72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트럼프은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가 있지만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불렀다. 북한은 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 본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대응했다. 

북 평창 올림픽 참가, 반전의 계기 마련, 그리고 한국의 중재

이처럼 위험스러운 상태로 치닫던 미북 양국 관계는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히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북한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와 특사단 파견 그리고 이어진 한국 대북특사단의 평양 방문으로 한반도는 모처럼 긴장 상태를 벗어나 평화 행보를 시작했다. 남북 간 화해 분위기는 태평양을 건너 멀리 워싱턴까지 이어졌다. 지난 3월 초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백악관을 찾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 한국 특사단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길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의 깜짝 제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만나자며 적극 화답하면서 미북정상회담은 급물살을 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두 차례 평양을 방문, 김 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조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0일 트위터를 통해 ‘미북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6월 12일 개최될 것’이라고 전격 공개했다.

이처럼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한  미북정상회담 준비는 지난달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잇따른 대미 비판 담화로 자칫 무산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24일 "부적절한 언사"라며 예정된 미북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밖 ‘회담취소’ 선언에 북한은 김계관 북한 제1부상의 전례없이 공손한 어조의 담화를 통해 미국과 대화 의사를 밝혔고 김 위원장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와 미북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대내외에 재차 천명했다. 무산 위기에 놓인 미북 정상 간 만남은 북한의 달라진 태도 변화와 한국의 중재를 통해 가까스로 기사회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백악관을 찾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뒤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