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국제유가가 지난 8일(현지시각) 전날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3대 산유국인 이란이 미국의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제재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가 현재 배럴당 65~76달러 선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두 배 이상 올라야 한다는 것으로, 미국의 산유량 등을 감안하면 이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OPEC 위원인 이란의 호세인 카젬푸르 아르데빌리가 최근 한 통신사 인터뷰에서 이란 제재로 유가가 오를 경우에 대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하루 100만배럴을 증산해줄 것을 요청한 것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미국의 원유시장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카젬푸르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불법제재로 이란의 수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미국 정부가 사우디에 증산을 지시하는 것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OPEC 회원국 중 어느 나라도 창립국 2곳에 반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젬푸르 위원은 “OPEC은 이런 굴욕을 감수하지 않을 것인 만큼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과거 미국이 이란에 경제제재를 시도했을 때 국제유가는 배럴당 140달러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8일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전날 대비 0.3%(21센트) 내린 배럴당 65.74달러로 거래를 끝냈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세계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8월 인도분이 전날 대비 1.1%(86센트) 하락한 배럴당 76.46달러로 마감한 점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원유재고량이 210만배럴가량 늘고 가동중인 원유채굴기가 5월 넷째 주 861개로 늘면서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 국제유가는 그동안  OPEC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산유국들의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 이행으로 상승세를 탔는데 오는 22일 OPEC 정례회의에서 하루 100만배럴 가량 증산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 미국의 원유재고량과 석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출처=블룸버그, 키움증권
▲ 미국의 원유채굴기 수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추이. 출처=블룸버그, 키움증권

그러나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국제유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은 점을 감안하면 앞날는 아무도 모른다. 200달러까지 갈 거라던 국제유가는 2009년 40달러로 추락했다가 2015년까지 배럴당 80~100달러 선에서 횡보했다. 이후 국제유가는 2014년 이후 미국발 ‘셰일혁명’이 터지며 이번에는 반대로 하락의 길을 걸었고 2016년 2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까지 내려갔다.이후 OPEC 감산이행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 산국제유가 추이(왼쪽)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별 잉여 생산 능력. 출처=블룸버그, 삼성증권

삼성증권의 심혜진 애널리스트는 “OPEC이 감산 이행률을 100%로 맞추기 위해서는 하루 80만배럴 가량의 증산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략 이 수준에서 감산량 축소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심혜진 애널리스트는 “올해 WTI 가격범위를 배럴당 58~78달러로 예상한 것을 유지한다”면서 “산유국들이 적정 유가를 배럴당 60~70달러 수준으로 인식할 것을 전망함에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인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우디 외에 충분한 잉여 생산능력을 보유한 국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생산을 늘리는 역할은 주로 사우디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심 애널리스트는 “이는 제재의 여파로 생산을 늘리고 시장 판로를 개척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이란과 사우디의 긴장은 한층 더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지난 5년 동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생산량 추이. 출처=OPEC, 삼성증권

OPEC은 현재 목표치보다 더 많이 감산하고 있다.  OPEC의 감산축소 논의는 감산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적정 유가 수준을 시사하면서 감산의 진짜 목표가 국제유가 상승이 아니라 시장 안정화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젬푸르 이란 OPEC 위원의 국제유가 140달러 발언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