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의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미국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인점포 아마존고를 연내 2개 도시에 6개 매장을 추가 오픈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대상은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리테일 중심 전략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일자리 문제와 관련된 부정적인 패러다임을 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 아마존고 내부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출처=디지에코

거침없는 아마존고
지난 1월 시애틀에서 최초 오픈한 아마존고 매장은 1800평방피트(약167제곱미터)의 규모로 주로 음식과 음료를 판매한다. Just Walk Out(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이 총망라됐다는 설명이다. 아마존은 2014년 고객의 동선을 따라 RGB 카메라가 이동하며 딥러닝과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실시간 쇼핑 지원을 끌어내는 기술인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을 특허 등록했다.

아마존고의 기술은 안면 인식 기능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고객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면 매장 내부의 카메라를 사용하여 고객을 추적한다.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이 자신의 전화를 입구에 설치된 기기에 스캔(이로써 자신이 누군인지를 확인시켜 준다)하면, 이 때부터 매장 안에서 시스템의 3D 목표물로 표시된다. 카메라가 진열장의 제품도 함께 가리키면서 고객과 상품 간의 접촉을 판단한다.

아마존고의 등장은 무인 상점의 등장과 더불어 ICT 기술의 일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마존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핵심 중 하나인 오프라인 인프라가 홀푸드 인수를 통해 탄력을 받는 한편, 또 다른 측면에서 촘촘한 아마존의 가두리 플랫폼 전략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계산대 없는 매장을 지향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엄청나게 많은 카메라와 센서가 손님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매대마다 마이크와 압력 센서까지 부착되어 있다. 현지 매체의 기자가 몰래 음료수를 들고 나왔으나 이미 계산이 끝나버리는 등, 아마존고의 기술력은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아마존고가 처음 문을 연 후 6개월이 지났다. 무인점포 실험은 성공이라는 것이 대내외의 평가다. 다만 6개 도시에 추가 오픈할 매장은 시애틀 매장과 비교해 다소 작은 면적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은 "아마존고를 통해 고객들이 빠르게 물건을 찾아 나갈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지향한다"면서 "우리가 집중하는 곳은 고객 편의성"이라고 강조했다.

확장일로의 아마존고는 단순한 기술 시연, 즉 테스트 베드가 아니라 아마존 오프라인 리테일 비즈니스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는 "올푸드 인수를 비롯해 아마존 프레시 출시로 이어지는 전략은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와 관련이 있다"면서 "마진율이 낮은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성장 한계로 아마존이 적극적인 오프라인 리테일 전략을 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잠재력도 크다. 디지에코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식료품 분야는 여전히 제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전체 식료품 시장의 온라인 쇼핑규모는 영국이 6~7%,프랑스와 미국이 5% 수준으로추정된다"면서 "여전히 낮아 해당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분명히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이미 홀푸즈를 온라인 식료품 서비스를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가입형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과도 연계하고 있다.

아마존고의 기술력이 단순히 사용자 경험 증진을 넘어, 데이터 확보와 고객의 구매패턴을 학습하는 장면도 중요하다. 오프라인과 ICT 기술, 신선식품 중심의 리테일 전략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 아마존 북스의 전경. 출처=아마존

아마존고, 넘어야 할 산은?
아마존고는 무인 점포가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주류 판매대에 신분증을 확인하는 점원을 따로 배치하기도 했다. 사회적 논란을 피해가는 영악한 접근법이다. 그러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실제로 아마존고의 컨셉이 발표된 직후인 2016년말 미국 시장조사업체가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아마존고 이용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의 첫 응답에서 약 53%의 응답자가 이용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나, 계산원의 실업문제를 고려해보라고 한 뒤 다시 받은 두 번째 응답에서는 이용의사가 있다는 응답자가 33%에 불과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부 고객들은 매장내 수백개의 카메라가 그들이 모든 움직임을 추적한다는 것에 대해 걱정을 나타내고 있다. 아마존은 "카메라가 고객 개인보다는 선반 위의 상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으나 우려를 불식하기는 역부족이다.

▲ 아마존고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 출처=디지에코

월마트와 같은 경쟁자와의 신경전도 관건이다. 최근 구글과 협력해 매장에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구글홈을 설치하는 등, 월마트는 빠르게 아마존의 뒤를 추격하고 있다. 월마트는 인도 플립카드 인수전에도 나서며 아마존을 위협하는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테크 기업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아마존에게 부담이다. 이민 문제 등 트럼프 행정부 초기 논란은 나름 봉합되는 분위기지만 태생적으로 실리콘밸리와 트럼프 행정부의 심리적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 특히 아마존은 이커머스, 즉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규제의 파급도가 다른 ICT 기업보다 클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