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콘텐츠업계는 오는 7월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정부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줄 것을 촉구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궁극적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업종별 특성에 맞게 법을 개정해야한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3월 근로시간을 주 최대 노동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이 통과됐고, 오는 7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업종별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콘텐츠업계 노동자들이 불만이 나오고 있다.

▲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디액트 장은경 사무국장,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사무국장, 강원대 유승호 교수, 법무법인 수호 이영대 대표변호사,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콘텐츠업계 관계자들은 8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동 소강당에서 근로시간 단축 대응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미디액트 장은경 사무국장,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사무국장, 법무법인 수호 이영대 대표/변호사,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강원대 유승호 교수가 참석했다. 토론회에서 나온 콘텐츠업계 요구에 대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 김정훈 문화산업정책과장이 답했다.

독립영화 정책 연대에서 활동 중인 미디액트의 장은경 사무국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도 똑같이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시간 단축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장 사무국장은 “작은 규모에서 제대로 된 노동환경이 지켜지지 않으면 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사무국장은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또한 법 개정 관련해 관련 업종과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국장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스태프가 일하고 있는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6부작 드라마를 평균적으로 100일간 촬영하는데 근로시간이 바뀌면 200일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촬영을 위한 이동시간을 노동시간으로 봐야하는지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정확하지 않다. 다음달부터 당장 업무 환경을 바꿔야하는데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법무법인 수호의 이영대 대표·변호사는 “구체적인 기준에 대한 판단은 정부에서 정해줄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에 협의로 정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원대 유승호 교수는 “사업장 안에서 법에 대한 기준을 정하려면 근로자와 이용자간 신뢰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기업에서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모두 채웠는데도 퇴근하는 것에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은 근로시간 단축을 반기면서도 게임산업의 특수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 정책국장은 그 예로 게임업계의 ‘크런치 모드’를 들었다. 크런치 모드란 게임의 출시일이 다가오거나 업데이트 시점이 올 때 집중적으로 근무하는 모드를 말한다.

최 정책국장은 “게임콘텐츠는 일반적인 공산품처럼 일정하게 찍어낼 수 없다”면서 “특히 게임산업은 개발 외에도 기획, 그래픽, 운영, 유지, 보수 등 다양한 활동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있으며 이 과정에서 근로자의 근무 시간을 사전에 예측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별국가 업데이트를 할 때 시차가 있어 24시간 대응이 요구된다는 점 ▲ 신규게임 론칭을 위해서는 특정 기간에 업무 집중이 불가피하다는 점 ▲ 유연근로 시간제는 게임 분야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 ▲ 일반 제조업과 달리 게임 산업은 프로젝트 수행할 때 팀이 구성되고 이후 새로운 프로젝트 전까지 유지 보수 역할만 수행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고용이 보장되야 하는 신규 인력 채용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며 게임업계 특성에 맞는 정책 개편을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 김정훈 문화산업정책과장은 “토론회에서 언급하신 대로 업종별로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것이 정말 많다”면서 “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등 관련 협단체에게 끊임없이 피드백을 부탁하고 있다. 문체부가 정할 수 없지만 관련 업계 종사자들 입장에서 고용노동부와 소통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