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이사를 갈 때 박스 포장을 하면서 사용하는 노란색 테이프는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물품이다. 그냥 편리한 생활을 위한 이 테이프가 한 작가의 손을 거치면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그 작가의 이름은 조윤진이다.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알고 있는 분야는 바로 회화다. 흔히 ‘그림’이라고 불리는 미술의 형식으로 천이나 종이와 같은 바탕에 유화물감, 아크릴물감과 같은 안료를 사용해서 그린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회화의 재료를 탈피해 조윤진 작가는 노란 테이프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 물론 노란색 테이프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테이프의 색은 검은색,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랑색, 남색, 보라색과 같은 기본적인 색뿐만 아니라 민트색, 하늘색, 갈색, 연보라 같은 색의 테이프까지 다양하다. 같은 색이어도 제조회사마다 색이 약간씩 다르다고 하니 작가가 사용할 수 있는 테이프 색은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테이프와 테이프가 겹쳐서 생기는 색까지 더한다면 무궁무진한데, 이는 물감을 섞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작가는 이렇게 테이프라는 현대시대에 가공되는 공산품을 새로운 매체로 활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 Half face_60x60_sellotape on panel_2017
▲ Matilda_45.5x37.9_sellotape on panel_2016

현대의 미술에서는 회화의 2차원의 평면의 이미지에 새로운 재료와 제작기법을 사용해, 확장된 장르를 선보이게 되었다. 이때 등장한 단어인 ‘혼합 매체’는 하나의 예술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개의 매체들을 동시에 사용하는 기법인데, 20세기에 들어서 전통적인 재료를 탈피하려는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그 범주와 종류가 증가하였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혼합 매체’의 뜻이 한층 더 넓어지면서 복합적 환경미술, 이벤트, 해프닝, 퍼포먼스까지 아우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현대의 평면 작품을 하는 회화작가 또한 자신의 작품세계를 나타내기 위해 개성적이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조윤진 작가도 그런 활동하는 작가 중에 한 명이라고 생각된다.

▲ Conor Mcgregor_50x50_sellotape on panel_2016
▲ Dane DeHaan_54x78_sellotape on panel_2014

그렇다면 조 작가가 테이프를 작품에 사용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조윤진 작가가 왜 그런 재료를 사용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조윤진 작가의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는 인물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마릴린 먼로, 마틸다와 같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한 스타들, 프리다 칼로, 앤디 워홀처럼 예술계의 유명하고 지금까지도 그 영향을 주고 있는 작가들처럼 작가 자신에게 영감을 준 인물들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떨어져 있는 것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테이프처럼, 작가와 작가 자신이 화폭에 담고 있는 인물을 작업에 사용하는 테이프라는 재료를 통해 연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테이프라는 재료는 새로운 재료이면서, 연결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 Half face_60x60_sellotape on panel_2017
▲ Matilda_45.5x37.9_sellotape on panel_2016

조윤진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반 대중에게도 영감을 주며, 익숙한 인물들이 많기 때문에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또한 도슨트의 설명 혹은 전시장의 텍스트를 읽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대 미술이 지닌 어려운 이미지를 탈피하고, 팝아트처럼 대중적이고 관람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어쩌면 조윤진 작가는 관람객에게도 또 다른 방식으로 작품관을 연결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 Miles Davis_65.1x80.3_sellotape on panel_2016
▲ Untitled yet_50x50_sellotape on panel_2017
▲ Untitled yet_65.1x53_sellotape on panel_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