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고급 백화점 중 하나인 로드앤테일러(Lord & Taylor)가 지난 1914년 오픈한 맨해튼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105년 만인 2019년에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당초 계획은 해당 건물의 일부만 사용해서 소규모의 백화점으로 운영한다는 것이었지만, 백화점업계가 휘청이면서 아예 사무실 공유 업체인 ‘위워크(WeWork)’에 전체 건물을 넘기는 것으로 결정했다.

1914년 맨해튼에 로드앤테일러가 생길 당시에만 해도 이 백화점은 고급 중에서도 고급이었다.

구글이 직원들에게 아침, 점심, 저녁과 간식을 제공하고 회사 내에 헬스클럽과 게임룸 등이 있다고 하지만 로드앤테일러의 직원 복지는 100년 전이라고 믿기에는 어려울 정도다.

건물의 꼭대기층에 직원들을 위한 시설이 있었는데 이탈리아식 정원, 식당, 헬스클럽, 병원 등이었다.

 

특히 병원은 단순히 회사 내의 의무실 수준이 아니라 부러진 뼈를 맞추거나 응급 수술을 하거나 아이를 출산할 수 있을 정도의 완전한 시설을 갖췄다. 1916년 <모던 호스피털 매거진>에 따르면 로드앤테일러의 직원 병원은 뉴욕시에서 가장 시설이 잘 갖춰진 병원의 하나로 꼽혔다.

직원들의 교육을 위한 강의실도 있었고 직원들이 근무 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실은 넓은 공간에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푹신한 소파로 만들어졌다.

직원들을 위한 도서관과 고급 문구용품들이 가득한 사무실, 그리고 직원용 화장실에는 머리를 말 수 있는 고데기와 몸무게 재는 저울, 빗은 물론 화장실에서 수건 등을 건네주는 전담 직원도 있었다.

당시 백화점 직원들은 여성들이다 보니 화장실과 분만이 가능한 병원 등에 집중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생긴 첫 백화점은 1825년 뉴욕시에 설립된 아놀드 콘스테이블로 1975년에 문을 닫을 때까지 150년간 미국 여성들의 명소였다.

1800년대 등장한 백화점은 당시만 해도 남편이나 남성 동행 없이는 밖으로 안심하고 외출할 수 없었던 여성들에게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당시 상류층 여성들은 상점이나 레스토랑 등에 혼자 갈 수 없었고 길거리에서 점포를 들여다보거나 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산업혁명으로 물자가 늘어나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 상류층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면서 백화점은 여성들을 위한 공간으로 탄생했다.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백화점에는 보안요원이 배치되고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도록 바닥에는 카펫이 깔리고 백화점 곳곳에는 푹신한 의자를 배치해서 쇼핑객들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했다.

또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수유실과 미용실을 내부에 만들어 여성들이 오랜 시간을 백화점 내에 머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백화점 내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와 음식을 먹는 레스토랑이 생겼으며 남성들은 출입문을 따로 만들어서 백화점 내의 다른 여성 고객들이 불편하게 느끼지 않도록 했다.

19세기 여성들에게 ‘해방감’과 ‘자유’를 제공했던 백화점은 그러나 현대 여성들에게는 더 이상 최고의 쇼핑 공간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의 등장은 여성들의 쇼핑 습관을 완전히 바꿔놓아서, 사람들이 북적대고 혼잡한 백화점을 찾아가기보다는 편안하고 안락한 집에서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패션, 미용, 가구, 음식 등 모든 분야의 제품이 있는 백화점보다는 한 분야에 집중하는 ‘전문적’인 상점을 찾는 고객들도 늘면서 백화점은 외면당하고 있다.

이런 여파로 메이시스가 여러 점포를 닫았고 로드앤테일러는 100년이 넘은 플래그쉽 스토어를 닫아야 하고 시어스는 이미 수백곳의 점포를 닫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약 1000곳 이상의 백화점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어스나 JC페니 등의 백화점들이 빠져나간 쇼핑몰 공간은 다른 유통업체가 아닌 호텔이나 콘도 등의 주거 시설이 들어서면서 백화점의 몰락을 방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