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열 박사(왼쪽부터), 크리스티안 메탈로 교수, 크레이그 톰슨 교수, 치 당 교수, 정재호 교수, 김정환 교수가 7일 기자간담회를 끝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종양과 정상세포는 확연하게 다른 대사를 보이는 만큼  대사를 연구하면 암세포와 일반 세포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암세포는 포도당 또는 글루타민과 같은 특정 대사 연료에 의존하는 만큼 이 경로를 억제하는 약물에 취약해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4일부터 8일까지 일정으로 열리는 ‘제24회 세계생화학분자생물학회(IUBMB)’에에 참석한 미국의 유명 암 전문병원인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의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pson) 교수와 펜실베니아 대학 암센터원장 치 당(Chi Dang) 교수 등이 7일 기조 강연에서 암대사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의 필요성을 소개하면서 공개됐다. 

IUBMB는 1955년 창립된 세계 생화학분자생물학회로 75개국의 생화학자와 분자생물학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학회에서 기조 강연을 한 과학자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정도로 IUBMB는 권위를 지니고 있다. 
▲ 크레이그 톰슨 교수(왼쪽)과 치 당 교수가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대표인 크레이그 톰슨 박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암대사의 새로운 특징은 영양분이 없는 환경에서 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전구체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암대사에 대한 연구로 종양세포가 정상세포에 비해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두 가지 경로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물질대사는 생물체가 몸 밖에서 섭취한 영양물질을 몸 안에서 분해하고, 합성해 몸을 구성하는 성분이나 생명 활동에 쓰이는 물질, 에너지 등을 생성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질은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이다.

크레이그 톰슨 박사는 “첫 번째 경로는 영양소의 선별 수송체(Nutrient-selective transporter)를 통한 포도당과 아미노산의 흡수를 강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 경로는 세포 밖의 단백질과 지방질의 흡수와 분해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암 치료는 암세포가 눈에 보이면 수술로 제거하면 된다. 그러나 암세포는 눈에 보이지 않거나 여러 곳에 분산되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종양과 정상세포를 구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정환 텍사스 댈러스대학 생명공학과 교수는 “암세포는 포도당을 많이 사용해 세포를 키운다”면서 “어떤 암은 당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런 대사는 암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에 맞춰서 대사를 연구하면 암세포와 일반 세포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 당 펜실베니아대학 암센터원장은 “암세포는 계속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연료를 계속 공급받는다. 따라서 암세포는 포도당 또는 글루타민과 같은 특정 대사 연료에 의존하고, 이 경로를 억제하는 약물에 취약해진다”면서 “특정시간대에 정상세포를 대사약물에 약하게 만들어 정상세포섭식의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를 알면 암세포에서 대사약물의 타이밍에 대한 근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샌디에고 주립대 생체공학부교수 크리스티안 메탈로 박사는 “세포는 성장과 생존을 위해 대사 활성을 향상시켜 조절하고, 이는 종양치료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예를들어, 증가한 아미소산세린(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하나, Serine)의 생합성은 공격성을 띤 종양의 특징으로 나타났고, 세포배양 또는 동물 모델에서 세린을 제거하면 종양 세포성장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부학장 정재호 교수(가운데)가 통칭 4세대 항암제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4세대 항암제 연구는 암세포가 의지하는 분자의 구조를 밝혀내는 연구라고 참석자들은 설명했다. 이를 밝혀내면 암의 대사취약점을 발견해 현재의 표준치료에 합리성을 갖추고 접근할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세계 암 치료제 시장은 연간 1400억달러(약 160조원) 규모로 글로벌제약사뿐만 아니라 국내의 제약사들도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엔리브이움(Enlibrium)과 MD앤더슨암센터, 하버드대병원 등이 활발하게 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암세포만 굶겨 죽이는’ 대사항암제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