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종양과 정상세포는 확연하게 다른 대사를 보이는 만큼 대사를 연구하면 암세포와 일반 세포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암세포는 포도당 또는 글루타민과 같은 특정 대사 연료에 의존하는 만큼 이 경로를 억제하는 약물에 취약해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4일부터 8일까지 일정으로 열리는 ‘제24회 세계생화학분자생물학회(IUBMB)’에에 참석한 미국의 유명 암 전문병원인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의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pson) 교수와 펜실베니아 대학 암센터원장 치 당(Chi Dang) 교수 등이 7일 기조 강연에서 암대사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의 필요성을 소개하면서 공개됐다.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대표인 크레이그 톰슨 박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암대사의 새로운 특징은 영양분이 없는 환경에서 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전구체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암대사에 대한 연구로 종양세포가 정상세포에 비해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두 가지 경로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크레이그 톰슨 박사는 “첫 번째 경로는 영양소의 선별 수송체(Nutrient-selective transporter)를 통한 포도당과 아미노산의 흡수를 강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 경로는 세포 밖의 단백질과 지방질의 흡수와 분해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암 치료는 암세포가 눈에 보이면 수술로 제거하면 된다. 그러나 암세포는 눈에 보이지 않거나 여러 곳에 분산되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종양과 정상세포를 구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정환 텍사스 댈러스대학 생명공학과 교수는 “암세포는 포도당을 많이 사용해 세포를 키운다”면서 “어떤 암은 당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런 대사는 암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에 맞춰서 대사를 연구하면 암세포와 일반 세포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 당 펜실베니아대학 암센터원장은 “암세포는 계속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연료를 계속 공급받는다. 따라서 암세포는 포도당 또는 글루타민과 같은 특정 대사 연료에 의존하고, 이 경로를 억제하는 약물에 취약해진다”면서 “특정시간대에 정상세포를 대사약물에 약하게 만들어 정상세포섭식의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를 알면 암세포에서 대사약물의 타이밍에 대한 근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샌디에고 주립대 생체공학부교수 크리스티안 메탈로 박사는 “세포는 성장과 생존을 위해 대사 활성을 향상시켜 조절하고, 이는 종양치료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예를들어, 증가한 아미소산세린(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하나, Serine)의 생합성은 공격성을 띤 종양의 특징으로 나타났고, 세포배양 또는 동물 모델에서 세린을 제거하면 종양 세포성장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4세대 항암제 연구는 암세포가 의지하는 분자의 구조를 밝혀내는 연구라고 참석자들은 설명했다. 이를 밝혀내면 암의 대사취약점을 발견해 현재의 표준치료에 합리성을 갖추고 접근할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세계 암 치료제 시장은 연간 1400억달러(약 160조원) 규모로 글로벌제약사뿐만 아니라 국내의 제약사들도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엔리브이움(Enlibrium)과 MD앤더슨암센터, 하버드대병원 등이 활발하게 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암세포만 굶겨 죽이는’ 대사항암제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