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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우 전 풀무원 대표의 커튼콜(Curtain Call)-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세대교체
견다희 기자  |  kyun@econovill.com  |  승인 2018.06.09  15:00:00

[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지난해 남승우 전 풀무원 대표이사(66세)의 ‘아름다운 은퇴’는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반 년이 지난 지금도 본받아야 할 사례로 박수를 받고 있다. 34년을 신념으로 회사를 키워 온 그는 통상 오너 기업들이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과 달리 은퇴와 동시에 풀무원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다. 풀무원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맞아 13년 만에 새로운 CI(기업이미지)를 발표하고 계열사명을 변경하는 등 ‘젊고 역동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채비를 갖췄다.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경영으로

남 전 대표는 서울 압구정동의 작은 채소가게로 시작한 풀무원을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유기농 전문 식품회사로 키워냈다. 당시 10여명에 불과한 직원 수는 현재 1만여명으로 대폭 늘었다. 그는 ‘바른 먹거리’는 곧 ‘풀무원’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 남승우 전 풀무원 총괄CEO는 지난해 은퇴를 하며 가족승계가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아름다운 은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풀무원

남 전 대표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의 평균 은퇴 나이가 65세고, 나이가 들면 열정과 기민성, 기억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도 최고 경영자는 65세가 되면 대부분 은퇴한다”고 말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말을 실천으로 입증해 보였다.

그는 65세가 된 지난해 말 풀무원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 1월 1일자로 총괄 CEO로 이효율 사장이 선임됐다. ‘상장기업의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하는 것이 답’이라는 그의 경영철학을 따른 것이다.

남 전 대표 5년 전 은퇴를 결심하고 후계자 물색에 나섰다. 30여년 만의 경영진 교체라는 큰 변화를 앞둔 만큼 안정에 초점을 두고 기초체력이 강한 경영인을 골랐다. 그는 풀무원 내에서 큰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대표들을 살펴봤다. 그중 이 대표는 풀무원 내에서도 가장 큰 사업을 맡고 있었다. 2014년부터 해외사업을 맡았고 1년의 절반을 미국 출장으로 보내는 등 어려운 해외시장에서 세운 그의 공을 남 전 대표가 높이 샀다.

창업주 고교 동창 원혜영 의원의 요청에 풀무원 합류

그의 인생에 풀무원이라는 계획은 없었다. 고등학교 동창인 창업주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수배를 받을 때 서울 신촌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 인연이 됐다. 원 의원의 제안으로 투자를 시작해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이다.

경복고를 나온 남 전 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현대건설 구매과에 일하고 있을 때 원혜영 의원을 만났다고 한다. “다음에 한 잔 하자”는 원 의원의 의례적인 인사에 남 전 대표는 “그건 다시 보지 말자는 소리니 지금 당장 하자”고 했다. 그렇게 끊어진 두 사람의 인연은 다시 이어졌다.

   
▲ 풀무원의 창업주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화운동 참여로 수배 중 고교동창 남승우 전 대표를 우연히 만나 인연을 이어오다 투자를 제안해 함께 동업을 시작했다. 출처= 뉴시스

몇 년이 지나 1981년 원 의원은 그의 부인이 신문사에서 해직되는 바람에 생계를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원 의원의 아버지 고 원경선 씨의 농장에서 나온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서울 압구정동에 풀무원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을 개설하고 다음해 풀무원효소식품을 설립했다. 부천 농장을 팔아 마련한 3000만원을 밑천으로 시작한 사업은 처음부터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어려울 때 생각나는 건 역시 어려운 시절 따뜻하게 맞아준 남 전 대표였다. 원 의원은 남 전 대표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제안을 받은 남 전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오면서 번 돈 2000만원을 원 의원에게 투자했다.

남 전 대표와 원 의원은 당시 각광받는 현미효소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쓰디쓴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남 전 대표는 낮에는 현대건설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포천에 마련한 효소 공장으로 달려가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밤늦게 북한산 뒷길을 달려 귀가하다 차가 전복돼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도 있었다고 원 의원은 저서에서 회고했다. 갑자기 현미효소 시장이 얼어붙자 투자자들이 몰려와 돈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남 전 대표가 집을 잡혀 투자금을 모두 돌려줬다.

이미 생산된 제품은 남 전 대표와 원 의원이 알음알음으로 팔기 시작했다. 이런 연고판매의 한계가 드러날 즈음, 남 전 대표는 <란체스터 판매전략>이라는 책을 독파하고 방문판매를 결심했다. 그리고는 1984년 한쪽 발만 담그고 있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풀무원 효소식품의 경영을 직접 맡으면서 풀무원을 이끌게 됐다.

동네 채소 가게에서 연매출 2조원 글로벌 유기농 회사로

남 전 대표는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철학으로 34년간 풀무원을 이끌었다. 그는 식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생수 등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재직 중에 연세대학교에서 식품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풀무원이 처음 사업을 시작한 30여년 전만 해도 먹을거리 기준이 지금처럼 엄격하지 않았다. 특히 소비자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두부와 콩나물은 원료를 속이거나 제조 공정이 비위생적이어서 종종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바른 먹을거리’의 필요성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그는 ‘100% 안전한 두부’와 ‘농약과 성장촉진제를 사용하지 않는 콩나물’ 사업으로 풀무원이란 이름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두부 사업은 현재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등 전 세계에서 포장 두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남승우 전 대표는 1991년부터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 글로벌 식품회사로의 위상을 세웠다. 출처= 풀무원

남 전 대표의 해외시장 진출이 맺은 결실이다. 1991년 미국 현지법인 풀무원USA를 설립했다. 2010년 중국에서는 ‘상해포미다식품유한공사’, ‘북경포미다녹색식품유한공사’를 설립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두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일본 ‘아사히식품공업’을 인수해 아사히코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일본 시장을 공략했다. 2016년 미국 1위 두부기업 ‘비타소이’의 두부사업을 5000만달러(533억8000만원)에 인수하며 미국 진출 25년 만에 미국 두부시장 1위에 올랐다.

풀무원은 2011년부터 5년간 인수합병과 현지공장 건립 등으로 외형성장을 거듭했다. 2010년 매출 1조, 6년만인 2016년 매출 2조원을 넘어서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지난해에도 2조238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장했다. 영업이익률 하락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2013년 3.1%이던 영업이익률은 2016년 1.9%까지 내려갔다. 새로운 CI 발표, 계열사 사명변경 등 이효율 대표의 새로운 경영전략이 효력을 낼지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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