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황진중 기자] 취업하기 힘들다는 앓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특히 청년들이 취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는 취업준비생들은 100번 넘게 떨어지는 일도 흔하다. 어학점수, 각종 자격증 등 스펙은 기본이다. 취준생들끼리 모여 취업 스터디도 한다. 그래도 떨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7%, 청년실업률(15~29세)은 9.8%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4월 전체 실업률은 4.1%, 청년실업률은 10.7%로 집계됐다. 청년들은 물론 온 국민이 일자리 구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교역상대국인 미국과 일본은 전혀 딴판이다. 경제규모가 10배나 큰 미국은 실업률이 18년 사이에 가장 낮은 3.8%, 경제규모가 3.5배 큰 이웃 일본은 이보다 더 낮은 2.5%를 기록했다. 두 나라 기업들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구인전쟁을 치르고 있다. 숙련공이 아닌 외국인마저 수입해 써야 할 정도로 두 나라 경제는 잘 돌아가고 고용시장도 활황을 보이고 있다. 일자리 전쟁에서 한국은 두 선진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초라한 실적이다. 신흥국 중에서 잘 나간다는 한국은 일자리 삼국지에서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 일본에 완패한 형국이다.

18년 사이 최저 실업률 기록한 미국

요즘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잘 돌아간다. 하도 경제가 잘 돌아가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해 세 번 올릴지 네 번 올릴지 고민하고 있다. 매달 새로운 일자리가 전문가 예상치를 웃도는 숫자로 창출되어 실업률은 18년 사이에 가장 낮다.

노동부에 따르면 2일로 끝난 주간에 미국의 신규 실업보험 청구건수는 22만2000건으로 전주에 비해 1000건 줄었다. 전문가 예상치는 22만5000건이었다. 미국 노동시장이 그만큼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다. 5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4월에 비해 22만3000명 증가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18만8000명 증가를 웃도는 규모다.

5월 실업률은 3.8%로 지난 2000년 4월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낮았다. 2012년 8.1%에 비하면 절반 이하다.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6.2%에서 8.4%로 역시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실업률 하락의 이유는 여럿이다. 국제금융센터 남경옥 연구원은 “낮은 실업률에도 6개월 평균 20만2000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경제 상황”을 꼽았다.

올해 미국의 기업들은 8년 만에 최고의 호조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최성락·안남기 연구원은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기업의 올해 1분기 이익증가율은 24.6% 매출증가율은 8.5%로 각각 2010년 4분기, 2011년 3분기 이후 최고 수준이며, 이익마진은 11.6%로 2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세계경제 성장에 따라 미국 경제도 호조세를 보이면서 고용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제를 개혁하면서 기업이 내는 세금인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춰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유인했다. 이는 주요 선진국 평균인 22.5%보다 낮은 세율이다.

그 결과 제조업부문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 8년 동안 9.2%인 100만개 늘었다. 제조업 일자리가 증가한 이유는 전통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연결한 스마트 공장 등 새로운 제조업이 확산되면서 고숙련 일자리가 늘어나고, 생산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실업자는 지난달 2만1000명 증가한 175만명을 기록했다. 인구 3억2570만명(2017년)에 국내총생산(GDP) 18조5700억달러(2016년)를 가진 거대 경제 치고는 지극히 적은 숫자의 실업자다.

그렇기에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은 현재 완전고용 상태라는 평가를 얻는다. 이는 구직자보다 일자리 창출에 따른 채용공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채용공고는 670만개로 18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는 과거 채용공고 1개당 실업자 6명꼴이었지만 지금은 채용공고 1개당 실업자는 1명에 불과하다면서, 실업률이 1960년대 이후 목격하지 못한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1.59개 일본의 구인전쟁

일본 역시 구인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들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예비 취업자의 마지막 학기 학비를 지원해주거나, 학자금 대출 상환금액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등 구인경쟁을 한다. 일본의 풍부한 일자리를 보노라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실업률은 지난해 2.8%였지만 올해 4월엔 2.5%로 낮아졌다. 여성 실업률 2.1%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떨어진 반면, 남성 실업률(2.8%)은 0.1%포인트 상승했다. 여성 실업률은 1996년 6월 이후 25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게다가 청년실업률(16~24세)은 4.6%에 불과하다. 3월엔 취업자 수가 6694만명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완전 실업자 수는 172만명으로 전달에 비해 오히려 1만명 줄었다. 회사 사정이나 정년퇴직 등 비자발적 이직은 4만명 늘었고, 자발적 이직은 4만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는 1만명 줄어든 6693만명으로 집계됐다. 비경제활동인구는 6만명 증가한 4235만명으로 집계됐다. 총무성은 “고용동향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일본에 그만큼 일자리가 풍부하다는 증거다. 같은 날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4월 유효구인배율은 전월과 같은 1.59를 기록했다. 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을 가리키는 유효구인배율은 숫자가 높을수록 일자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구직자 1명이 1.59개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용선행지표인 신규구인배율은 전월보다 0.04포인트 떨어진 2.37을 나타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9.5% 증가 ▲교육·학습지도업 6.6% 증가 ▲의료·복지 5.9% 증가 ▲건설업 5.4% 증가했다. 반면 숙박업·음식서비스업은 2.1% 하락했다. 제조업이 구인을 선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규직 유효구인배율은 1.09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올랐다. 조사가 시작된 2004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정규직 일자리 증가폭이 구직자 증가폭을 웃돈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일본의 GDP는 2016년 기준 4조9390억달러로 세계 3위다. 인구는 1억2700만명인데 4월 실업자는 180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7만명이 줄었다.

일본의 구인난은 아베노믹스에 따른 경제성장과 기업이익 증대는 물론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일본 고용시장이 좋아진 건 인구 구조와 관련이 있다. 일본은 2차 대전 이후 출산률이 지속 감소했다. 그에 따라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됐다. 일본의 생산가능연령층인 15~64세 인구는 1995년을 8699만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감소는 계속 이어져 지난 2015년 7700여만명을 기록했다. 약 1000만명이 줄었다. 즉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일본 정부 정책도 주효했다. 1990년 이후 20여년의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은 2012년부터 자유민주당의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서면서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를 추진했고, 이후 경제지표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에 적극성을 띤 재정정책과 장기 성장전략을 더한 경제정책이다. 이는 아베 일본 총리의 ‘세 개의 화살’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일본 정부는 세 개의 화살 정책으로 기업수익 확대, 설비투자 증가, 고용 확대, 개인소비 확대라는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했다. 실제로 일본 경제성장률은 2015년 4분기 0.3% 감소한 이후 2016년 1분기부터 8분기 연속 증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연구원(이사대우)은 “일본의 실업률 저하의 요인은 무엇보다도 일본 법인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된 것이 크다”면서 “실적개선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에 투자가 늘어나면서 고용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일본 법인기업들의 실적은 2015년 4분기부터 2016년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같은 해 4분기부터 플러스로 전환, 2017년 2분기에는 6.7%로 3분기 연속 플러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은 설비투자 부문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 법인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빨라지면서 지난해 2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1.5%로 3분기 연속으로 플러스를 나타냈다.

지난해는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수요가 높아지고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성과가 개선된 해였다. 일본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증가율은 2016년 마이너스(-)4.7% 대비 10.9% 포인트 올라간 6.3%를 기록했다. 일본 기업들의 경상이익 증가율은 2016년 3분기부터 플러스로 전환하고 지난해 2분기에 22.6%를 보이면서 1분기 26.6%에 이어 연속해서 20%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 정부는 2015년 10월 ‘청소년 고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시행하는 등 정책 지원을 했다. 이 제도는 청년의 적절한 직업선택 지원과 직업능력의 개발과 향상 등을 종합해서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또 청년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 청년응원(유스 엘) 인정기업’ 제도를 시행했다. 청년 고용관리 상황 등이 우수한 중소기업을 후생노동성 장관이 유스 엘 기업으로 선정하는 제도로, 유스 엘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헬로워크를 통한 구인 우선 알선, 정책금융, 저금리융자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은 피하기 어렵다. 그 결과 일본은 마침내 외국인 노동자를 대폭 수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건설, 농업, 숙박, 의료, 조선업 등 5개 분야에서 50만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를 추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2017년 10월 기준으로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128만명이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폐쇄적이었던 일본이 문호를 여는 건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 때문임이 물론이다. 2025년이면 농업 현장에서 5만~10만명, 건설 현장에서 78만~93만명의 일손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구직전쟁 중인 한국의 암울한 노동시장

경제규모와 인구가 미국·일본에 비해 적은 한국의 노동시장은 한 마디로 암울함 그 자체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반면 대졸자들이 쏟아지고, 중소기업 기피현상도 심각해 실업자가 늘고 실업률이 치솟고 있다.

인구 5125만명에 GDP가 1조4110억달러인 한국의 실업자와 실업률은 미국과 일본에 견줘보면 대단히 높다. 2012년 한국의 전체 실업률과 청년층 실업률은 일본, 미국과 비교해서 가장 낮았지만, 2018년 4월 기준 실업률과 청년실업률 모두 세 나라보다 가장 높다.

4월 전체 실업률은 4.1%, 청년층 실업률은 10.7%다. 지난해 11월 각각 3.1%와 9.2%였던 전체 실업률과 청년층 실업률은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는 모습이다. 실업자는 117만4000명 수준이다.

취업자 증가폭도 뚝 떨어졌다. 지난해 4월 42만명이던 취업자 증가폭은 등락을 거듭하다 올해 1월 33만4000명으로 낮아졌고 4월에는 12만3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년에 비해 31만6000명 늘었지만 올 들어서는 2~4월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은 10만명대에 그쳤다. 1998년 외한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뿐이 아니다. 그냥 쉰다는 인구가 2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쉰다’는 인구는 195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구체적인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만7000명 증가했다. 이들은 실업자로 잡히지 않지만 일이 없는 만큼 사실상 실업자다. 대규모 실업자 군단이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사람 쓰기를 기피한다. 연공서열제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도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가 활력을 잃어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게 근본 원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집계하는 구인배수는 2013년 6월 0.87배에서 올 3월 0.60배로 떨어졌다. 쉽게 말해 한국 취업 희망자 100명이 60개의 일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이다. 구직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고용시장의 민낯이다.

정부가 정한 취업자 수 증가 목표치 32만명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조차 지난 8일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 후반대에 그칠 것이라며 “지난해 정부가 경제 운용 계획을 짤 때 예상한 것과 제법 차이가 나는 숫자”라고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