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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해지자“강제의 틀에 박힌 구도를 타파하라”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8.06.10  10:00:30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만났다. 취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다음 일정이 늦춰지는 바람에 다시 엉덩이를 붙이게 됐다.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 평소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이니까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것 같다. 진짜 그런가?” 질문을 들은 글로벌 기업 직원은 순간 멈칫하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을 만나면 대부분 그 질문을 하더라”면서 “진짜 그렇게 생각하나? 저녁이 있는 삶은 중요하지만 저녁만 있는 삶만 이어지면 어쩔 텐가”라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내놨다.

7월부터 직원 300명이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멕시코에 이어 2위지만 노동 생산성은 17위에 머물러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일은 많이 하지만 생산성은 떨어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타개할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지 않은가. 부장님 눈치 보며 하릴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죽이는 것보다,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일하는 것이 좋다.

이 좋은 제도가 단행된다는데 당연히 ‘쌍수’를 들고 기뻐해야 하지만, 무언가 가슴에 걸리는 탁한 느낌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글로벌 기업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저녁만 있는 삶만 이어진다는 어쩔 텐가. 이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이상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기 위해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것이 구글의 사례다. 우리는 막연하게 구글러(구글 직원)들이 워라밸을 충실하게 따르며 자기 삶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상상한다. 일하면서 당구도 치고 게임도 하고 카페에서 동료들과 수다도 떨다가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 저녁이 있는 삶을 충만히 즐기는 일상을 동경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구글에서 근무하고 글로벌 스타트업 한국 지사장을 역임한 후 최근 벤처캐피털을 설립한 A씨는 “구글이 워라밸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 같지만, 수단이 비슷하기 때문에 목표가 같은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라면서 “구글은 구글러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당구장이나 게임방을 사내에서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라밸을 직원복지가 아닌, 오히려 회사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장치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A씨는 “구글도 신제품 출시 전에는 엄청나게 많은 야근을 한다”면서 “핵심은 업무의 효율성이며, 그에 따른 압박도 상당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는 순간 가슴에 걸리는 탁한 느낌의 정체를 마주할 수 있다. 바로 수단의 강제성이다. 우리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통해 워라밸을 추구하며 효율적인 업무환경을 꿈꾸고, 구글도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단의 강제성에서 차이가 난다. 우리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의무로 만들어 강제하지만, 구글은 주 52시간 근무제로 도출할 수 있는 순기능의 극대화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한국 경제를 지독하게 괴롭히고 있는 관치경제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면 너무 나간 해석일까?

악덕업자들도 많다. 이들은 직원들에게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하며 가끔 직원들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악덕업자의 등장을 막고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만 방점을 찍어 제도의 철저한 이행만 촉구한다면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떠나 회사가 망할 수 있다. 신제품 출시가 일주일 남았는데 모두 퇴근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극단적으로 저녁만 있는 삶만 이어지지 않을까?

모든 제도와 정책은 시대의 흐름을 반 박자 빠르게 끌어가야 성공한다. 살인적인 업무량을 줄이고 노동환경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행간에 숨어 있는 강제성이다. 워라밸만 전제한다고, 혹은 죽자고 회사에 붙어 있는다고 나아지는 것은 없다. 우리는 더욱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워라밸도 챙기고, 가끔은 필요할 경우 야근을 불사해야 하는 상황도 ‘유연’하게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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