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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흐름에 투자하라] 금리상승 충격, 감내할 수 있나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 증가… 심상치 않은 중국 회사채 시장
이성규 기자  |  dark1053@econovill.com  |  승인 2018.06.07  15:00:00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지난 5월 11일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과 수탁은행인 교통은행(Bank of Communications Trustee Limited)의 관련 사채권자 통지에 따르면, CERCG의 자회사가 발행한 3년 만기 채권이 최종 디폴트 처리됐다. 상환유예기간(5월 25일)까지 원금지급에 대한 지급보증 의무를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끝내 실행되지 않았다.

CERCG가 보증한 달러화 자산을 기초로 ‘금정제십이차(유동화회사)’가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아졌다. ‘크로스디폴트(동반 부도)’ 조항에 따른 것이다. 이 상품에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투자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일파만파로 파장이 확대됐다.

사건의 중심에는 해당 ABCP에 신용등급(A2)을 부여한 나이스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 인수주선을 담당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있었다. 증권사들은 신용평가사(신평사)의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비난의 화살은 신평사로 향했다. 이에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입장 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나신평은 CERCG는 공기업이지만 정부지원 가능성을 ‘보통’으로 평가하고 자체 신용도 대비 1노치(Notch) 높은 A등급을 부여했다. CERCG와 동일한 수준의 우리나라 공기업은 자체신용도 대비 4~5노치 높은 AA-~AA+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같은 ‘공기업’이지만 중국 기업에 대해 과한 등급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대비 중국 공기업의 폭이 작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CERCG의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우량 등급을 부여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채무상환 능력을 평가할 때 담보물, 유동화자산 등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중국 내 회사채 디폴트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아닌 상황에서 기업의 부도는 대외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차입을 상환할 수 있는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2015~2016년 회사채와 그림자 금융을 통해 차입을 늘렸다. 최근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김혜경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CERCG도 중국 디레버리징(부채축소) 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의 한 사례로 보인다”면서 “차입이 용이한 시기 직후의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 금융 쏠림이나 풍선효과를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김혜경 연구원은 “일부 한계기업이나 부실기업의 부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규제 강화·유동성 축소, 중국만의 문제인가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이벤트는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국내서는 단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 여부가 늘 화두가 된다. Fed는 12일과 13일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1.75~2.00%로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있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1.50%)과는 연 0.50%포인트의 기준금리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국내 시장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금의 이동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 자금은 금리수준에 따라 움직인다. 한국보다 높은 국가 신용등급을 보유한 미국의 채권이 금리도 높다면 투자자에게는 더욱 매력적이다.

지난 2013년 Fed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단행하기 전부터 한·미 금리스프레드(한국채 10년물-미국채 10년물)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금리가 더 빠르게 오른 탓이다. 지금까지도 금리스프레드는 그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의 대규모 자금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금유출은 유동성과 직결된다. 정부는 물론 기업, 가계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 유동성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미 금리인상에 대비해 뾰족한 수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한 대출 규제에 이어 금리까지 상승할 경우 국내 경제도 만만치 않은 환경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468조원으로 불어났다. 이 기간 동안 무려 400조원 규모의 빚이 증가했다. 반면 가계소득 증가율은 부채 증가율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음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기업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1곳은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이나 현금흐름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비중이 2012년 14.2%에서 2015년 8.8% 낮아졌다가 지난해 다시 11.8%로 상승했다.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이하이면서 차입금/EBITDA(상각전영업이익)이 5이상인 곳을 뜻한다. 쉽게 말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차입금 상환이 어려운 기업이다.

기업 간 차이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이자 지급 능력이 상위 20%인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12년 17.0에서 2017년 34.3으로 상승했다. 반면 하위 20% 2012년 -0.3에서 2016년 0.8로 올랐지만 2017년 0.5로 하락했다.

상위 20%에 해당하는 기업은 2012~2017년 차입금/EBITDA 배율이 0으로 나타났다. 무차입 경영을 했다는 뜻이다. 반면 하위 20%는 2012년 7.9에서 2016년 6.6으로 낮아졌으나 2017년 6.8로 반등했다. 잠재 부실 위험이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이진 셈이다.

국내 가계와 기업의 상황은 앞서 언급한 중국의 상황과 대동소이하다. 과거 대비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핵심은 충격을 받는 주체의 현금흐름이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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