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경수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 고용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최저임금 인상이 내년과 내후년에도 대폭 인상이 반복되면 고용감소폭이 커지고 임금질서가 교란된다는 것이다. 이에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최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를 반박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선임연구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반박했다.

 

 

최경수 선임연구위원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해야”

최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면서 가장 최근 사례인 헝가리 사례를 들었다. 헝가리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최저임금이 실질기준으로 60%인상됐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이 여파로 임금근로자 고용이 약 2% 감소했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탄력성은 –0.035로 나타났다”면서 “드문 사례긴 하지만 푸에르토리코에서도 최저임금이 1968년 1.1달러에서 1981년 3.26달러로 증가된 다음 1973년부터 1987년까지 전체 고용은 8~10% 감소했다”고 말했다.

임금탄력성은 개별 기업의 임금이 일정 수준 올랐을 때 고용이 감소하는 것을 보여주는 척도다. 예를 들어 임금이 10%올랐을 때 고용이 약 3%감소한다고 치면 임금탄력성은 –0.3이라고 보는 것이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을 임금중간값으로 나눈 비율에 헝가리의 탄력성을 곱해서 고용 감소 폭을 계산했다. 그는 “최저임금의 임금중간값 대비 비율은 2017년 0.49에서 2018년 0.55로 12%상승했는데 여기에 헝가리의 탄력성인 –0.035를 곱하면 임금근로자 변화는 –0.42%가 된다”면서 “-0.42%에 국내 임금근로자 수 2000만명을 곱하면 고용감소 규모는 8만 4000명이 된다”고 밝혔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높은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의 임금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프랑스에서 최저임금이 2005년 임금중간값 60%에 도달한 이후 프랑스 정부가 임금질서의 교란을 이유로 추가 인상을 멈췄다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서비스업 저임금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어들어 단순기능 근로자의 취업이 어려워 질 수 있고, 하위에서 약 30%의 근로자가 동일한 임금을 받게 되면 경력에 따른 임금상승이 사라져 지위상승 욕구가 약화되고 인력관리가 어려워 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18년에도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기금이 조성돼 최저임금 안착에 기여했지만 최저임금 근로자가 크게 증가하게 되면 정부지원 규모도 급속히 증가한다”면서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15% 인상되면 최저임금의 상대적인 수준이 OECD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프랑스 수준에 도달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절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출처=OECD, KDI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KDI의 짧은 분석 유감”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은 KDI의 보고서에 대해 탄탄한 분석이 아니라면서 보고서의 내용을 지적했다. 이 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분석은 엄밀히 따지면 한국을 분석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미국과 헝가리의 최저임금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가져다가 한국의 사례를 ‘짐작’한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고용탄력성이 국가별 사정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타국의 추정치를 가져다 분석할 수 있지만 그것을 근거로 자국의 최저임금 효과를 예상하고 공개적으로 대서특필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탄력성은 추정치마다 편의적이고 미국의 추정치는 1980년대 이후 거의 0에 가까워 지는데 이는 고용감소 효과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헝가리 연구만을 인용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의 실증적 근거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최경수 선임연구위원 언론 통해 재반박

최 선임연구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상헌 국장의 지적에 재반박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최저임금 고용탄력성 추정치가 거의 0에 가깝다고 하는데 마이너스 값이 더 큰 최근 연구결과도 있다”면서 “고용탄력성 제로를 쓸 경우 최저임금 부작용 효과가 전혀 없어 아무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헝가리 사례를 쓴 이유는 헝가리가 최근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국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을 16.4%올리고 내년과 후년에도 15%씩 인상을 추진중인 한국과 가장 비슷한 사례로써 헝가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보고서인데 일각에서 너무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임금을 급격하게 많이 올리면 고용창출에서는 부정적인 면이 있는 만큼 실험적인 정책을 펼치기 보다는 보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최저임금과 고용과의 관련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임금을 올려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방식보다는 투자를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면서 “역사적으로 경제가 성장할 때는 최근의 아이폰을 비롯해 과거의 자동차, 페니실린, 인터넷 등 혁신적인 제품들이 등장했던 만큼 경제성장의 방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