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원작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 출처= 네이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드라마라는 콘텐츠를 TV에서만 본 때가 있었다. 그러나 IT 기술은 영상 콘텐츠 유통의 경계를 허물었고 드라마는 TV라는 틀을 벗어나 이전보다 더 다양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 특히 최근에는 작은 모바일 기기로 짧은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TV 드라마처럼 긴 호흡보다는 빠르고 간결한 전개로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웹드라마’들이 나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스낵(SNACK)’ 드라마

‘웹드라마’는 그 이름 그대로 온라인으로 송출되는 드라마를 의미한다. 40분에서 최대 1시간에 이르는 TV드라마와 달리 5~10분의 길이로 재생 시간이 짧아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스낵 드라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분량이 짧은 만큼 드라마 제작비용도 TV 드라마보다 적고 온라인이라는 열린 환경의 특성 때문에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자유롭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대부분의 웹드라마는 무료로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웹툰과 유사한 점이 있다.

▲ 네이버 웹드라마 채널 네이버TV. 출처= 네이버

웹드라마의 자유로운 주제 선정에 대해 KT경제경영연구소 정지윤 연구원은 “웹드라마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10~30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 세대의 특성에 맞게 소재와 내용을 구성하는 특징을 지니고 영상 구성과 스토리텔링 방식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웹드라마’라는 개념이 나온 시기는 2000년대 초반으로, 당시 유행한 ‘세이클럽’ 등 채팅 사이트들이 이벤트성으로 만든 온라인 드라마 영상들이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 콘텐츠 환경이 지금과는 달랐기에 널리 확산되지는 않았다. 현재 웹드라마는 네이버TV, 유튜브 등 다양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되고 있다.

비용 대비 최고의 홍보 효과

우리나라에서 현재와 같은 시리즈 형태 웹드라마의 시작은 2010년 제작된 12부작 드라마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 이후 웹드라마는 다양한 브랜드의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일반 광고 마케팅 대비 낮은 제작 단가는 마케팅 주체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쳐졌다.

전국 단위 초고속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LTE) 인프라가 갖춰진 2013년부터 우리나라의 웹드라마 시장은 점점 확장되기 시작했다. 모바일로 쉽게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웹드라마 확산 초기의 대표 작품으로는 지난 2013년 2월 교보생명이 제작해 교보생명 소셜플라자와 다음 스토리볼에 선보인 웹드라마 <러브 인 메모리>, 삼성그룹이 네이버TV와 삼성그룹 블로그에 공개한 <무한동력> 그리고 떡볶이 프랜차이즈 죠스떡볶이가 제작한 웹드라마 <매콤한 인생> 등이 있다. 이러한 기업의 웹드라마 제작은 홍보의 목적이 가장 크다. 형식이나 내용에 큰 제약이 없어 기업 문화를 내용의 전반에 깔아두거나 브랜드를 의도적으로 반복 노출해 간접광고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제작된 웹드라마는 주요 포털 사이트와 더불어 시청자들의 자발적 공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채널로 쉽게 확산시킬 수 있어 홍보 효과도 뛰어나다.

콘텐츠 자체 가치 높아지는 추세

최근에는 홍보 목적을 전제하더라도 나름의 주제의식과 스토리텔링이 잘 갖춘 웹 드라마 작품들이 나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식품업체 농심이 자사의 라면 제품과 연애 로맨스 이야기를 결합시켜 제작한 웹드라마 <썸 끓는 시간> 그리고 롯데면세점이 자사 면세점 브랜드와 한류를 중국 시장에 홍보하기 위해 한류스타들을 동원해 만든 <퀸카메이커> 등이 여기에 속한다.

▲ 라면 끓는 시간을 소재로 한 농심의 로맨스 웹드라마 <썸 끓는 시간>과 롯데면세점의 한류 홍보 웹드라마 <첫 키스만 일곱번째>. 출처= 농심/롯데면세점

홍보 효과를 염두에 두지 않은 콘텐츠 자체의 재미로 인정받은 작품들이 TV 정규방송으로 다시 편성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는 웹드라마로 먼저 공개된 이후 정규 방송으로도 편성돼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웹드라마의 가치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 유통 구조의 재편으로 인해 앞으로 점점 커질 전망이다.

동의대학교 디지털콘텐츠공학과 전경란 부교수는 저서 <디지털 내러티브>(2017)에서 “웹드라마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사건의 전개, 핵심 사건을 중심으로 한 속도감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짧은 내러티브 콘텐츠가 지닐 수 있는 최고의 재미를 보여 준다”면서 “웹드라마는 멀티플랫폼 시대의 콘텐츠 제작 환경 변화와 그 안에서 나타나는 드라마 이야기 양식이 다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