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일부 언론에서 나온 기사에 대해 좀 설명을 드리면요. 사실 그게 아무 문제가 없는 건입니다. 기사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죠. 저희 회사 변호사도 그런 사실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해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지금 그 내용과 같은 내부 정보 공유를 필자는 자주 받습니다. 팩트가 아닌 내용을 언론에서 기사화했다고 내부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내부 의견을 전달받으면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과 “우리가 알지 못한다”는 말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깨달음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가 남의 이야기를 할 때는 사실과 주장을 분리해 다루라는 조언을 합니다. 사실은 사실로 다루고, 주장은 그와 달리 주장으로만 다루어야 좀 더 사실관계 접근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개인 관여도가 높아질수록 사실은 주장과 함께 섞여 혼합됩니다. 엄청나게 커져버린 혼합 덩어리에서 사실이 어떤 부분이고, 주장이 어떤 부분인지 헷갈리게 된다는 것이죠. 그렇게 사실과 주장을 혼합시키는 원인은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첫째, 브리핑하는 자신이 모르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을 혼동하는 경우입니다. 좀 더 간단하게 표현하면 자신이 모르면 그건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자기만 모를 수도 있을 텐데, 자신이 모르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다 단정해 버리는 것이죠. 이런 경우 자주 쓰이는 “내가 아는 한 그런 일은 없다”는 말처럼 난감한 표현이 없습니다. 모를 수 있는 것이니까요.

둘째, 브리핑하는 자신이 희망하는 것을 사실과 혼동합니다. 그렇게 되면 안 된다는 확실한 경계가 있기 때문에, 그런 사실은 없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사실관계 자체를 미리 부정해 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그런 사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는 없어야 한다 믿는 것과는 다른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경우 “그래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쓸모 없는 표현이죠.

셋째, 브리핑하는 자신이 일부 소스 의견에만 의지해 사실관계를 혼동하는 경우입니다. 대표이사가 알고 있는 것과 임원이 알고 있는 것, 팀장이 알고 있는 것과 일선 직원이 알고 있는 것이 다 다를 수 있습니다. 질문에서 사내 변호사가 모르고 있다고 하는데, 그 변호사가 모른다고 실제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논란 양쪽과 폭 넓은 사실관계 확인 없이는 절대 사실관계를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수사와 법원이 있는 것입니다.

넷째, 브리핑 하는 자신이 일부러 거짓말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브리핑하는 자신의 마음속에는 실제 사실관계가 존재합니다. 브리핑하는 목적이 사실관계를 호도하기 위함에 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강력하게 하는 것이죠. 이는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위기관리를 위해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것입니다.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끌 수 있어 더욱 문제입니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이런 클라이언트 내부 브리핑 내용을 절반 정도만 신뢰합니다. 경험상으로 내부 브리핑 내용이 실제 사후 밝혀진 사실과 전혀 달랐던 경우들이 상당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부 브리핑 내용만을 의지해 위기관리하려 하다가 큰 문제를 경험했던 기억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클라이언트의 의도와 의중을 무조건 의심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클라이언트 스스로도 무엇이 진짜 사실인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클라이언트 위기관리의 성공을 위해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면서 하나하나 사실을 검증해 나가야 합니다. 섣부른 공감이나 단정은 서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