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국민연금이 기금적립액 중 국내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절대 자금규모의 축소가 아닌 포트폴리오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만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하는 그룹사는 국민연금의 행보에 발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요 기업의 상당수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기금적립액(626조원) 중 국내주식투자비중을 18.75%로 낮출 계획이다.

내년에는 18.0%까지 줄인다. 반면 해외주식투자를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상 처음으로 국내 투자가 해외 투자대비 낮아지는 것이다. 국내 채권은 45.3%. 해외 채권 4.0%, 대체투자 12.7% 비중으로 설정했다.

오는 2023년 말까지는 국내주식투자비중을 15% 내외로 축소할 방침이다. 해외투자는 30% 내외로 늘린다.

국민연금의 지난 2015년 해외주식 목표 투자 비중은 전체 운용기금의 11.6%였다. 올해는 17.7%까지 높였다. 이 기간 동안 투자 규모는 69조9360억원에서 108조2790억원으로 늘었다. 대체 투자 비중은 2015년 11.5%에서 내년 12.7%로 확대된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투자비중을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13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전체 시가총액(약 2000조원) 대비 약 6.5% 수준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투자비중을 줄이는 것”이라며 “현 수준대비 절대 규모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증시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급금이 적립금을 넘어서는 시기에 대량 매물 출회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화·저출산 기조에 따른 국민연금 고갈론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2040년 중반에 지급액이 적립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갈시기는 2060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 지급요율 감소, 운용수익 확대 등의 방법이 있다. 복합적인 정책을 통해 대비해야 하는 시기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투자를 줄일 경우 해외투기자본의 국내 기업에 대한 공격을 우려한다. 실제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에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연금은 국내 기업 다수에 5% 이상의 지분을 각각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국내 그룹사의 지배구조개편은 필수적”이라며 “국민연금의 투자 없이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국내주식투자비중을 축소하는 만큼 기업들도 그 속도에 맞춰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