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미국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 때문에 2013년의 ‘긴축 발작’ 등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언제든 그때와 같은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4일 서울조선호텔에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2013년 테이퍼 탠드럼(긴축 발작)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신호가 신흥시장국에서의 급격한 자본유출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했다”면서 “최근에도 미국 금리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일부 신흥국 금융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각국의 금융과 교역은 서로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 주요국 정책의 변화가 국제금융시장과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선진국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급격한 자본이동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오는 12일부터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1.75~2.0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1.75%로 우리나라 기준금리(1.50%)보다 0.25%포인트 높은 수준이지만 이달 안에 격차가 0.50%포인트까지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의 ‘6월 인상’은 시장의 예상 시나리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올 경우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미국 금리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일부 신흥국 금융불안의 원인이 됐다. 미국 기준금리가 더 높아질 경우 신흥국 자금유출 규모가 더 커져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직면한 통화정책 환경 변화와 다른 고민으로 필립스 곡선의 형태 변화를 들었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경기회복과 함께 실업률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필립스 곡선의 우하향 경향이 뚜렷했다. 그러나 위기 이후 이러한 상관관계에 의문이 생기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어려움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중립금리가 금융위기 이전보다 낮아진 점을 우려했다. 중립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을 때 정책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경기변동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

이미 낮은 금리로 2008년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일본이 대표 사례다. 장기간 디플레이션으로 이미 기준금리가 0% 이하인 마이너스금리였던 탓에 일본은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금융위기의 충격을 완충할 여지가 없었다.

이 총재는 “중립금리는 인구고령화, 생산성저하, 안전자산 선호 성향 등 주로 장기 추세적 요인으로 인해 낮아진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