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TV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6월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TV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경쟁력이 선명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중이다. 특히 프리미엄 TV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가 QLED TV를 중심으로 대형TV 트렌드를 전면에 걸었다면, LG전자는 OLED TV를 통해 TV의 세대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TV 업계의 거인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최근 LG전자 OLED TV를 둘러싸고 불길한 경고등이 들어와 눈길을 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모두 OLED 업계의 맹주로 군림하며 글로벌 TV 업계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으나, 발 밑의 리스크를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미 베스트바이에서 한 직원이 OLED TV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LG전자

현재 글로벌 LCD TV 시장에서는 중국의 반격이 매섭다. 디스플레이 시장부터 심상치않다. 올해 1분기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의 BOE 등이 시작한 가격경쟁에서 밀리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BOE가 10.5세대 가동에 따른 공격적인 설비증설에 속도를 낼 경우 LCD 시장은 패널의 가격 하락에 따른 중국 점유율 증가라는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프리미엄 TV 시장은 아직 낙관적이다. 특히 OLED의 맹주로 활동하고 있는 LG전자 OLED TV는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중이다. 대중화 전략이 성공했다. OLED TV 가격은 55인치 기준 230만원대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며 올해 OLED TV 출하는 250만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OLED TV 성장률은 출하량 기준 전년 대비 7.9%를 기록했다.

기술력도 호평이다. 영국 IT전문매체 AV포럼스(AVForums)는 LG OLED TV(OLED65C8)에 10점 만점을 부여했다. 이 매체는 OLED TV에 대해 “아주 멋진(gorgeous) TV”라며, “지금까지 테스트 해온 최고 TV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트러스티드 리뷰(Trusted Reviews) 역시 OLED TV(OLED55C8)에 5점 만점을 부여했다. 매체는 OLED TV에 대해 “LG전자가 2018년 OLED TV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며, “지금까지 테스트해온 것 중 가장 완벽한 TV 중 하나”라고 호평했다.

LG전자는 OLED TV 바람을 타고 강력한 마케팅 전략까지 가동하고 있다. 러시아 올림픽을 기념해 55인치 제품(모델명: 55B8C·55B8F)과 65인치 제품(모델명: 65B8C/·65B8F)을 각각 239만원, 459만원에 판매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올해 출시한 가장 저렴한 TV와 비교해도 약 60만원 저렴하다.

LG전자가 OLED TV 전략을 통해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으나, 개선해야할 부분이 많다는 비판도 나온다. 먼저 TV 트렌드 전략에 있어 삼성전자에 밀리는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QLED TV를 중심에 두고 TV 대형화 전략을 펴는 중이다. 초대형 TV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75인치 이상의 TV를 초대형 TV로 규정했을 때, 강력한 존재감이 발휘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75인치 이상 TV 출하량은 지난해 119만2000대였으나, 올해에는 47% 이상 증가한 175만7000대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200만대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G전자의 OLED TV는 TV 대형화 트렌드를 100% 따라가기 어렵다. 무엇보다 OLED TV가 현재 55, 65, 77인치 세 가지만 공급되는 상황인 점이 뼈 아프다. LG디스플레이가 홀로 공급하는 OLED TV 패널에서 77인치 공급량은 올해 7000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LCD 패널은 올해 2000만대에서 향후 5년 내 3배까지 급성장이 예상된다.

면취효율, 즉 유리기판에서 패널 생산에 사용된 면적비중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일반적으로 면취효율이 높을수록 버려지는 유리기판이 적어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LG전자의 OLED TV는 면취효율이 높다. 8.5세대(2250×2500㎜)에서 생산하는 OLED TV 패널은 77인치를 생산할 경우 약 40%의 유리기판이 버려져(면취효율 60% 수준) 사실상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올해 OLED TV 패널 생산량이 지난해 174만대에서 올해 287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77인치가 7000대 수준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한 수치다.

번인 논란은 매우 심각하다. 특정 이미지나 로고가 화면의 동일한 지점에 반복되어 노출될 경우 화질이 일그러지는 번인현상은 OLED TV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전시된 LG전자의 OLED TV가 모두 철수된 바 있다. 오랫동안 TV를 설치한 결과 번인 현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최근 OLED TV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미국 유통매장 베스트바이에 전시된 OLED TV 이미지를 첨부했으나, 번인 현상은 유통매장처럼 장기간 TV를 켜놓은 곳이 더 위험하다.

이 외에도 OLED TV 진영에서 일본의 소니가 부상하는 등, 생태계 주도권을 둘러싸고 LG의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전자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로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려면, 기술적인 난관은 물론 번인 현상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