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십수 년간 대리운전 중개업체를 운영해 온 40대 초반의 A씨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 아내와 초등학교 갈 나이도 되지 않은 어린 두 아들을 남겨두고 황급히 세상을 떠난 A씨는 카카오가 대리운전업계에 진출한 이후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대리운전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소상공인연합회 산하 사단법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의 문병수 본부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리운전시장에 종사하는 사업체의 80%가 영세, 소상공인들인데, 카카오가 대리운전시장에 진출한 이후 전체 대리운전시장의 15% 이상을 잠식함에 따라 기존 대리운전 중개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중개업’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린 업종 중 하나다. 1981년 경찰청의 음주측정기 도입으로 음주운전 단속이 시작되면서 취객의 자가용자동차를 집까지 대신 운전해주는 업소의 고객서비스로부터 태동한 우리나라 대리운전 중개업은 2016년 5월 카카오가 ‘대리운전 산업의 선진화’를 표방한 ‘카카오드라이버’프로그램의 출범과 함께 어느 업종보다도 격동적인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범 초기 시장진입을 위해 고객에게 계속적인 할인쿠폰을 지급하고 대리운전 기사에게 장려금을 지원한 카카오는 대리운전 중개업체들의 신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주의 촉구’를 받았고(공정거래위원회 회의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 제47조 제2항 및 제53조의 제1항 규정 참조), 비록 기각결정을 받기는 했지만, 카카오가 대리운전기사를 앞세워 일부 대리운전 중개업체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한 적도 있다. 1조원 내지 3조원으로 추정되는 시장규모, 4,000여개 이상의 대리운전 중개업체들과 9만 명이 넘는 대리운전기사들이 살아 숨 쉬는 삶의 터전인 대리운전시장의 지난 2년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 비견될만한, 기존 대리운전 중개업체들과 카카오 간의 치열한 생존경쟁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합을 주고받으며 ‘탐색전’을 마친 이들 간의 본격적인 골목상권 다툼은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선 지난 해 8월 카카오택시, 카카오내비, 카카오드라이버 등 카카오 내 운송서비스를 한 데 묶은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로 조직을 재편한 카카오 측은 그 동안의 시행착오를 발판으로 O2O산업의 선진화를 이끌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존 대리운전 중개업체들은 대리운전 시장의 O2O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카카오라는 지적을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업소 대리운전’으로부터 시작된 대리운전의 역사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지역 대리운전’, 지역과 지역을 넘나드는 ‘광역 대리운전’을 거쳐 이른바 공동의 프로그램을 통해 연합을 꾸려 대리운전 중개업체들과 대리운전 기사들이 콜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연합 대리운전’체제로 발전했고, 최근에는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경쟁하고 있었지만, 대규모 자본과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운 카카오의 시장진입으로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대리운전시장으로의 발전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기존 대리운전 중개업체들은 오히려 카카오가 대리운전기사를 무차별로 선발하면서 대리운전기사들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 관리를 하지 않아 술에 만취한 카카오 소속 대리운전기사가 사고를 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대리운전기사 숫자의 증가로 대리운전기사들의 수입이 줄어들거나 기존 대리운전 중개업체들의 폐업으로 콜센터 소속 직원들이 실직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해 업계 관련자들의 일자리와 수입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대리운전 중개업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카카오의 근시안적인 접근법 때문에 대리운전 중개업이 도리어 황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카카오택시 호출서비스 수수료 유료화로 또 다른 소상공인들인 택시업체들과 이미 마찰을 빚고 있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기존 대리운전 중개업체들과는 새로운 상생의 길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