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방위사업청은 지난 1일 제41회 감항인증심의위원회를 열어 수리온의 체계결빙 운용능력 입증을 완료했다. 감항인증은 군용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지를 정부가 인증하는 것이다. 수리온은 그동안 체계결빙 운용 능력 시비로 날개가 꺾였지만 앞으로는 비상하는 일만 남았다. 일선 부대는 수리온을 활용한 작전능력 연마에 총력을 기울이고 그에 따라 군의 작전역량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리온(KUH-1)은 육군의 노후헬기(UH-1H, 500MD)를 대체해 지휘통제, 항공 수색정찰, 인원과  물자 수송 등 전투지원용으로 운용하기 위해 국내에서 연구개발 된 한국형기동헬기다.

수리온 체계결빙 운용능력 OK

방위사업청은 방위사업청, 국방부, 육·해·공군, 국토교통부,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감항인증심의위원회를 열어 수리온의 체계결빙 운용능력 입증을 완료했다.

▲ 수리온헬기 인공결빙시험.출처=방위사업청

체계결빙은 저온의 구름 속에서 비행할 때 기체와 날개 등에 얼음이 생기는 현상으로 얼음 조각이 떨어져 나가면서 엔진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항공기는 얼음이 생기는 것을 막는 방빙(防氷)체계가 필요하다. 체계결빙시험은 기체나 날개에 얼음이 생겨 기체 등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항공기 동체의 방빙과 제빙 기능을 시험한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시험에서 수리온이 이전에 미달한 체계결빙 성능을 보완했는지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수리온은 지난 2015년 10월~2016년 3월에도 미국 미시건주 소이어 공군기지에서 체계결빙 성능시험을 받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이 실험에서 101개 항목 가운데 29개 항목의 기준에 미달했는데도 전력화 됐다면서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전력화 중단을 요구하면서 큰 논란을 빚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수리온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체계결빙 성능은 2015년에 발생한 수리온 헬기 비상착륙 2회·추락 1회 사고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감사결과가 과장됐다면서도 미국에서의 시험을 통해 성능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수리온이 기체 설계 결함과 결빙 상황에서 나타나는 엔진 이상 등 비행안전성 문제가 있음에도 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무리하게 전력화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미충족항목 개선 등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하고, 지난해  11월~올해 3월까지 미국 미시건주에서 체계결빙시험을 수행했다.

수리온 헬기는?

한국군은 현재 약 700여대의 각종 헬기를 운용하고 있다. 2016년부터 도입한 공격헬기 아파치 가디언 36대가 있긴 하지만 전체 운용 헬기의 절반 정도가 노후화해 교체가 시급하다.  수리온이 그 주역이다.

한국 정부는 2005년 노후한 UH-1H를 대체하기 위해  기동헬기를 생산하기로 하고 2006년 6월  KHP 수리온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 수리온  개발을 통해 자체 헬기 설계, 제작능력을 배양할 계획이었다. 협력사로  EADS유로콥터가 선정됐다. 2013년 개발이 완료돼 양산에 들어갔다.

▲ 수리온헬기 제원.출처= KAI

수리온은 총중량 8t급에 11명의 완전무장 병력을 수송할 수 있는 기동헬기다. 길이 15m, 너비 2m, 높이 4.5m이며 최대 이륙중량은 8.7t이다. GE의  T-700 엔진 2기의 강력한 파워로 140노트로 비행할 수 있으며  최대 항속거리는 480km다. 조종석은 7.6mm 기관총탄에 대한 방어력을 가졌고 연료 탱크는 구경 12.7mm, 14.5mm  기관총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장갑이 돼 있다. 아울러 레이더 경보 시스템과 미사일 경보시스템도 장착돼 있다.

수리온은 1855마력의 강력한 엔진 2개가 장착된 국산헬기다.  4축 자동비행 조종시스템으로 편의성을 높였으며 주·야간 악천후 전술기동, 최신 생존장비를 갖춰 탁월한 비행 안정성을 자랑하고 있다.

수리온은 기존 작전용 헬기들을 교체하기 위해 개발한 만큼 한반도 전역의 지형과 4계절의 기상을 고려해 작전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 전술기동의 핵심인 고공 제자리비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백두산 높이인 최대 2700m까지 상승해 제자리비행을 할 수 있으며, 분당 상승속도도 518m에 이른다.

또 측방 비행, 후진 비행과 S자 전진 비행도 가능하다고 한다. 악천후 상황에서도 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존 헬기 대비 임무계획과 항법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조종석의 경우 3차원 전자지도, 위성항법장치(GPS)와 관성항법장치(INS), 주경고패널(MWP) 등의 최첨단 전자장비를 갖추고 있어 육군 헬기들 중 가장 디지털화됐을 뿐만 아니라, 한국군 체형에 최적화된 인체공학적 설계로 조종사의 편의성도 증대시켰다. 

이외에도 적 지대공 미사일이나 대공 레이더에 탐지되면 자동으로 경보를 울리면서 적의 미사일을 속이기 위해 금속조각이나 불꽃을 발사하는 채프·플레어 발사기(미사일 기만체)를 투하하는 자동 방어체계를 탑재해 생존성을 높였다.

조종석이나 엔진 등 주요 부위 역시 방탄 설계가 이뤄졌고 연료탱크는 포탄에 맞았을 때 자동으로 밀봉돼 연료 유출과 폭발을 방지하는 ‘셀프 실링(self-sealing)’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주요 품목의 결함과 잔여 수명주기 등에 대한 실시간 정보 제공이 가능한 상태감시장비(HUMS)를 적용해 헬기 정비성 및 신뢰도를 향상시켰다. 

수리온 개발에는 한국우주항공산업(KAI) 등 국내외 147개 업체와 28개 관련기관이 참여해 개발했다. 2001년 6월 한국형 다목적헬기(KMH)로 소요 결정된 이후 2006년 6월 설계와 시제기 제작을 시작으로 2012년 6월까지 6년간 1조3000억원을 투입했다. 수리오 개발로 우리나라는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가에 진입했다.

‘여유만만’ 수리온… 전력화,작전수행능력도 ‘자신만만’

수리온은 2013년 9월부터 야전에 비됐다. 육군항공작전사령부는 2013년 9월16일 예하 60항공단에서 우리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기동헬기인 수리온(KUH-1) 1대를 초도 배치하는 전력화 행사를 가졌다.

▲ 작전 훈련 중인 수리온 헬기.출처=국방일보

KAI는 지난해 12월18일 해병대용(마린온)으로 주문받은 32대 중 첫 2대를 인도했다. KAI는 지난해 말까지 예정된 9000억원 규모의 총 66대 수리온 전력화 수량 가운데 23대의 납품을 남겨놓고 있었다. 이미 완료된 1차 사업 24대를 포함해 총 67대의 수리온이 육군과 산림청 등에 배치돼 있다.

이번 결빙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나옴에 따라 수리온 전력화와 작전수행 능력 강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17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수리온 2차 양산사업을 재개하되 감사원이 지적한 결빙 문제는 올해 6월까지 시험을 통해 입증하기로 의결했다.  2차 사업이 끝나면 모두 90대가 배치된다. 군당국은  2023년까지 210여대를 전력화할 예정이다.

체계결빙 운용능력 입증으로 수리온의 동계 비행안전성과 작전능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방사청은 밝혔다. 방사청의 기대는 결코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작전배치된 수리온을 활용한 작전훈련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포천에서 육군3야전군사령부 15항공단이 705특공연대와 함께 공중강습작전 실제기동훈련(FTX)을 벌였는데 활용된 헬기가 바로 수리온이다.

국방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훈련에는 수리온 헬기 9대가 참였고 육군15항공단 201항공대대원, 육군5군단 예하 705특공연대원들이 참여했다. 헬기 승무원들이 수리온 양측에 거치된 K12 기관총을 거머쥐고 주변을 경계하는 가운데, 15초 간격으로 순차적 이륙이 진행됐다. 이들 헬기는 공중에서 재집결한 뒤 대형을 이뤄 이동해 목표한 착륙지점(LZ)까지의 병력수송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1항공대대의 공중강습작전 실제훈련(FTX)은 지난 28일부터 4일간 이뤄진 ‘임무수행능력평가’의 하나로 부대는 수리온 헬기 완전편제를 마친 뒤 이번 평가를 통해 기동항공대대로서 완벽한 항공작전대비태세를 갖췄음을 증명했다고 국방일보는 전했다.

이번 평가의 핵심 주안점 중 하나는 신예 국산 헬기인 수리온에 대한 부대 인원들의 이해와 운용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