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수직형 농장'이 주목을 끈다. 사진은 미국 뉴저지 수직형 농장 업체 에어로팜스의 농장 내부 모습.(출처=에어로팜스 홈페이지)

[이코노믹리뷰=최재필 기자] 전 세계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와 도시화 등으로 농작물 피해가 빈발하면서 식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수직농장(Vertical Farm)'이 최근 전 세계적 주목을 끈다.

수직농장은 인공 구조물(온실·건축물 등) 내에서 생육환경(빛·공기·열·양분)을 인공적으로 제어하며 날씨나 계절 변화와 무관하게 공산품처럼 계획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1999년 딕슨 데스포미어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식량난과 농경지 부족을 해결할 대안으로 제안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도심의 고층 건물 내에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농장물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며 재배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빌딩 농장' 또는 '식물공장'(Plant Factory)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도 '수직공장'이 운영 중이나 연구기관, 기자재 생산기업의 연구용 목적이 대부분이다. '수직농장'이 상용화하기 힘든 것은 비용 때문이다.  민간 차원의 사업모델을 비롯해 정부도 건물주들이 수직농장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투자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스마트팜 대표적 형태 '수직농장'…ICT 융복합 기술 적용

스마트팜(Smart Farm)의 대표적 형태인 수직공장에 적용되는 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재배 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사물인터넷, 환경제어시설,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 기술 연계 시설 등이 수직형 공장에 적용되는 기술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재배시설에는 베드·컨베이어·로봇 생산 자동화 시스템 등이 있으며, 관수설비로는 관정·양액재배시설·양액재활용시설 등을 꼽는다. 공기열냉난방시설·덕트·휀·에어샤워 같은 공조(난방포함) 설비, 복합환경제어시스템·항온항습기·이산화탄소 공급 등 환경제어설비, LED 같은 인공광원설비 등도 수직공장에 적용된 정보기술이다.

미국의 수직형 농장 업체인 에어로팜스(Aero Farms)는 이 같은 정보기술을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에어로팜스는 햇볕 대신 LED 빛을 쪼이고, 작물 뿌리를 물에 담가 기르는 수경 재배 대신 뿌리에 영양분을 섞은 물안개(Mist)를 뿌려 생장시키는 방식을 도입했다. 자동제어·물안개 제조 노하우 등 재배법 혁신으로 작물 생장 속도를 높였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2010년 시카고에 미국 최초의 수직형 농장을 만든 팜드히어는 수경재배 방식을 선택했다. 6층 건물에 8361㎡(약 2600평) 규모의 수직형 농장에서 상추·바질·케일 등을 키웠다. 살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병충해를 차단해 '무농약' 채소로 지역에서 유명했다.

▲ 미국 뉴저지에 있는 대표적 '수직형 농장' 업체 에어로팜스 공장 모습.(출처=에어로팜스)

◆'LED' 활용으로 수확략 증가…사용목적·대상에 따라 친환경 재배 적용

수직농장에서 중요한 기술 중 하나가 LED이다. LED 사용법이 수확량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라고 한다. 일반적 LED사용법은 식물 성장 초기에는 붉은 빛을 사용해 그늘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성장 속도를 증가시키고, 식물이 휴식을 취해야 할 때는 LED 전원을 끄는 방식이다.

사용 목적과 사용 대상에 따라 LED 조명의 조건을 다르게 적용하면 LED는 엽채류·과채류·화훼류·약용작물·벼 등의 친환경 작물 재배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해충 방지·미생물 살균·가축 질병 치료 등에도 LED 광원을 사용할 수 있다.

430~440 나노미터의 파장은 광합성에 최대로 활성화되고, 660 나노미터의 파장에서는 발아 작용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특정 자외선 영역의 빛은 면역체를 형성하게 하고 색소 촉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780 나노미터 이상의 적외선 영역의 빛은 식물의 신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LED를 사용해 원하는 파장대의 빛들을 적절한 비율로 식물에 비춰 높은 성장 효율을 찾아내는 실험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찾아낸 빛의 파장을 바탕으로 LED 조명의 밝기를 작물의 성장 상태에 따라 조절할 수 있어 전력 낭비를 막을 수도 있다.

▲ 에어로팜스(Aerofarms)가 개발한 수직농장용 농작물 재배 키트.(출처=에어로팜스 홈페이지)

◆국내 '식물공장' 초기 수준…정책지원 필요

우리나라도 '수직공장'이 운영 중이나 연구기관, 기자재 생산기업의 연구용 목적이 대부분이다. 2009년 경기도 남양주시가 300㎡ 부지에 지상 5~6층 규모로 수직농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초기 부담금 등 난점 때문에 무산됐다. 농촌진흥청은 같은 해 경기도 수원의 국립농업과학원에 수평형 식물 공장을 만들고,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이 채소를 기를 수 있는 밀폐된 컨테이너 농장을 개발했다. 2011년에는 경기도 화성의 농업기술원에 3층 높이의 수직형 농장을 만들었다. 낮에는 태양광 발전으로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고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의 70%는 지열로 얻는다. 서울특별시 역시 46억원을 투입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은평구와 양천구에 수직형 농장을 건설 중이다.

'수직농장'이 상용화하기 힘든 것은 비용 때문이다. 수직농장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은 평균적으로 일반 온실의 17배에 달한다. 인공조명을 사용하고 적정 온도 유지를 위해 냉난방을 해야 하는 탓에 전기료 등 운영비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체계적 정책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직농장은 식량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며 "민간 차원의 사업모델을 비롯해 정부도 건물주들이 수직농장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투자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