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책임감이 결여된 특권의식과 탈법, 안하무인의 행각을 벌인 한진그룹의 갑질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2014년 땅콩회항 파문에도 한진그룹은 달라진 게 없어 전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경영능력 검증 없이 단지 오너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기업 경영을 도맡는 관행은 인정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하는 잡지 나라경제 6호에 실은 '사람 존중하는 기업문화로 바뀌어야'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최근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는 일부 기업인들의 갑질 행태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기에 웨그먼스 효과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그의 글의 요지는 사람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돼야 이런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가 인용한 웨그먼스 효과는 미국 뉴욕주 북동부 지역의 슈퍼마켓 체인 웨그먼스 푸드마켓(Wegmans Food Market)의 경영사례에서 유례한 것으로 회사가 직원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투자하면 직원의 만족감과 일에 대한 동기가 높아져 굴국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회사도 성장한다는 개념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웨그먼스는 업계 평균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웨그먼스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 매년 발표하는 일하고 싶은 기업 Top 5에 랭크돼왔으며, 2017년에는 2위에 올랐다.

이 교수는 웨그먼스 푸드마켓이 미국에서 최고의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평가받는 첫 번째 이유로 직원을 존중하고 최선의 대우를 해주는 것을 꼽았다. 기업들은 ‘고객이 왕’이라고 하지만 웨그먼스는 고객이 왕이기에 앞서 ‘직원이 왕’이라고 한다. 직원을 최고로 대우해야 그 직원이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직원을 존중하고 좋은 근무환경을 조성하니 생산성이 올라가고 성과가 커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웨그먼스의 연평균 성장률은 미국 일반 수퍼마켓 평균 성장률의 2배가 넘는다. 특히 직원을 주주로 영입하는 웨그먼스 푸드마켓은 거의 모든 직원이 주주여서 회사에 대한 애정과 헌신, 그리고 일에 대한 몰입도가 더욱 게 나타난다고 이 교수는 평가했다.

사람존중 기업문화가 경영성과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청년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중소벤처기업 중 파주 헤이리마을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기업 제니퍼소프트가 그것이다.  이 회사는 전원적인 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구글 캠퍼스의 한국판으로 불린다고 이 교수는 소개했다.

또 판교 테크노파크에 있는 공학기술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웹 비즈니스 통합솔루션 서비스 기업 마이더스아이티도 사람존중의 기업문화를 실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기업의 경영목적은 세상의 행복에 기여하는 인재 육성이라는 자연주의 인본경영이다. 또한 강원도 횡성 농공단지에 위치한 유가공 기업인 서울F&B도 좋은 사례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기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회사 어린이집인데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집의 규모나 시설 환경이 기업 규모에 비해 매우 크고 그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아이와 함께 출퇴근하는 직원들은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 교수는 "주목할 점은 앞서 소개한 기업들의 경영성과 또한 높다는 것이다. 매출 성장률이나 이익률 모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례들이 사람존중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들의 경영성과 또한 높다는 기존의 연구결과들을 확인시켜주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중소기업학회가  지난해 10월 전국 14개 주요대학 학생 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을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는 근무환경, 급여수준, 기업문화, 기업의 미래비전 순으로 나타났다.

이 교순준 "청년들은 급여 외에 근무환경, 기업문화, 기업의 미래비전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취업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중소벤처기업에는 젊은 인재가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람존중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면 젊은 인재들도 중소벤처기업으로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일하고 싶은 일터가 된다면, 인재가 모이고 직원들의 노동생산성이 증가하고 결국에는 기업이 성장하며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비중과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이 교수는 "사람존중의 기업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 시카고대 교수의 베스트셀러 '넛지(Nudge)'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고 소개하고 "강압과 하달식 명령이 아닌 자율적으로 근무 의욕을 고취시키는 ‘넛지식 존중문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공정경제 확립,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도 결국 ‘사람’이 답이 될 것이라고 그는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