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에 장착되는 스피커들. 사진=현대모비스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자동차 산업이 무지막지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편의를 높여주는 최첨단 자율주행 시스템부터 안전을 보장하는 긴급제동시스템까지. 마치 IT버블 시대의 전자기기 발전 속도와 맞먹는 수준으로 기술이 진보하고 있다. 자동차 발전과 더불어 매년 눈에 띄게 변화하는 부품이 하나 있다. 바로 자동차에 탑재된 오디오 시스템이다.

해외에서는 카 스테레오에 관심이 많다. 국내는 순정 카 스테레오가 대부분이다. 국내 완성차에 JBL, 보스 등 유명 카 스테레오 제조사의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하고 싶다면 특수 모델이나 옵션을 주문해야 한다. 이에 순정 오디오를 선택해 차를 주문한 뒤 전문 오디오 가게에서 오디오를 교체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반면 유럽 쪽은 자동차 딜러가 소비자 취향에 따라 오디오를 장착해준다. 그만큼 소비자가 카 스테레오에 대한 관심도 많고 시장도 크다.

자동차 시장의 변화만큼 카 스테레오 시장의 변화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재편되고 있다. 이 분야에는 주로 일본이나 유럽 쪽의 유명 가전제품 브랜드들이 이쪽 시장에도 많이 진출해있다. 이름을 날리고 있는 회사들은 보스(BOSE)와 하만카돈(Harman/Kardon)을 비롯해 알파인일렉트로닉스(ALPINE Electronics), 뱅앤&올룹슨(Bang&Olufsen), 블라우풍트(Blaupunkt), 바워스앤윌킨스(Bowers&Wilkins), 보스턴(Boston), 다인오디오(DYNAUDIO), 포칼(Focal), 하이비(HiVi), 제이앨오디오(JL Audio), 제이브이씨(JVC), LG 전자, 소니(Sony), 파나소닉(Panasonic) 등 다양하다.

카 스테레오 시장은 하만이 평정하고 있다. 하만은 하만카돈, 렉시콘, 마크레빈슨, JBL, 레벨 등 보유 브랜드만 16종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오디오 전문 기업이다. BMW는 물론 벤츠, 렉서스 등 프리미엄 차종들이 하만 계열의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삼성은 하만의 시장성을 높이 평가해 지난 2016년 9조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하만의 지난해 매출액은 8조190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8200억원으로 영업익률은 약 10%다. 사실상 공동 1위라 할 수 있는 보스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보스는 중저가대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 시장에 주력하면서 카 스테레오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진화하는 오디오 시스템

최근 출시된 고가의 자동차는 고급 오디오 브랜드의 기술력을 쓴 5.1채널 내지는 7.1채널의 홈시어터 스피커 시스템을 달고 나온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나 기아자동차 쏘렌토 R, 쌍용차 체어맨, 르노삼성 QM5 등 고급차량에 장착된다.

파워앰프를 장착하거나 서브우퍼를 추가한 차들도 많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무출력 앰프를 장착하기도 한다. 무출력 앰프는 회로가 없어 프리웃 전압이 높고 소리증폭에 따른 음질 열화가 없다. 특히 소니는 DSD 지원 카 스테레오 시스템을 만들어 약 200만원의 HiFi 작동 전용 앰프와 이를 뒷받침하는 스피커 약 200만원 수준의 오디오 시스템을 내놓기도 했다.

비트가 강력한 음악 재생에 무리가 없게 전용 배터리를 달기도 하고 서브우퍼의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케페시터(축전기)를 장착하는 자동차도 있다. 심지어 저음용 스피커와 중음용 스피커 고음용 스피커를 따로 다는 사례도 있다.

▲ 푸조의 포칼 오디오 시스템. 사진=한불모터스

경쟁과 발전이 공존하는 카 스테레오 시장

최고의 카 스테레오 시스템을 갖춘 차라면 단연 푸조 SUV 3008과 5008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차에는 이른바 ‘이건희 스피커’로 유명한 포칼의 하이파이 오디오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포칼은 상위 모델 유토피아는 2억7000만원이 넘을 정도로 고가다. 이 오디오는 ‘오디오 파일 리뷰’가 뽑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스피커 25’에 선정되기도 했다.

푸조 3008과 5008에는 포칼의 스피커 10개와 이텔리전트 파워엠프가 장착되어 있다. 소리 본연의 느낌을 잘 표현한다는 포칼 답게 순수하고 상세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푸조 디자이너와 포칼 엔지니어가 협업해 만든 스피커는 자동차 내부 인테리어를 고려한 스피커 드라이버 설계로 불필요한 진동이 최소화됐다. 특히 차량 좌우에는 이중 접합 래미네이트 유리창이 장착해 외부소음차단을 극대화했다.

▲ 볼보 크로스컨트리 'T5 AWD'에 장착된 바워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 사진=볼보코리아

볼보는 영국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인 바워스&윌킨스의 제품을 적용했다. 바워스&윌킨스는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 부동의 1위로 유명하다. 볼보 크로스컨트리 모델 T5 프로는 고음 재생용 트위터와 방탄조끼에 사용하는 케블라 소재의 19개의 스피커, 뒷좌석에는 1개의 에어 서브우퍼를 장착했다. 1476W의 출력을 자랑하는 하만카돈 D앰프는 차에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음향을 들려준다. 콘서트홀, 개별무대, 스튜디오 모드를 지원한다. XC60과 XC90 등 최근 출시한 모델에도 바워스&윌킨스의 제품이 적용됐다. XC90은 총 19개, XC60은 15개의 스피커가 내부에 설치된다.

이외에 BMW는 7시리즈의 오디오 시스템에 100만원이 넘는 다이아몬드 소재 고음역 스피커를 적용했다. 웬만한 홈 오디오 시스템을 가뿐히 제압할 정도다. 랜드로버는 LG전자와 손잡은 메리디안의 오디오 시스템을 선택했다. 랜드로버 SUV ‘벨라’는 기본 8개, 옵션 선택 시 최대 23개의 스피커를 구석구석 배치할 수 있다. 렉서스는 영화 ‘블랙팬서’에 등장하는 ‘LS500h’에 23개 스피커와 마크레빈슨 레퍼런스 3D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했다.

▲ 기아자동차 대형 세단 '더 뉴 K9'에 장착된 렉시콘 스피커. 사진=기아자동차

국내 완성차 업체도 다양한 브랜드의 스피커를 도입하고 있다. 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더 뉴 K9’에는 렉시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했다. 렉시콘 기술의 최고 정점인 퀀텀로직 서라운드(Quantum Logic Surround, QLS) 기술과 16곳 17개의 스피커와 최대출력 900W의 12채널용 Class D 앰프가 최상의 음향을 제공한다. 퀀텀로직 서라운드는 왼쪽과 오른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구분해내는 일반 스테레오와 달리 음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소리를 최소 단위로 분석해 서라운드로 음향을 재구성하는 기술이다. 어떤 음원이든 퀀텀로짓을 이용하면 풀 서라운드로 감상할 수 있다.

렉시콘 오디오 시스템은 음향 전문가나 음악가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으며 현재는 프로페셔널 오디오와 컨슈머 오디오 분야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80% 이상의 음원을 렉시콘 장비로 녹음할 정도로 콘서트홀의 현장감을 제대로 살려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렉시콘 오디오 시스템은 현대차·기아차 최고급 모델에 장착되며, 2003년부터 롤스로이스 팬텀의 오디오 시스템을 담당해왔다.

이른바 ‘가성비’의 최고봉인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한 ‘가성비’차도 있다. 바로 르노삼성자동차의 ‘클리오’다. 클리오 20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동급 최초로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했다.

카 스테레오 시스템 애호가인 김지윤 한국음반협회 회장은 "카 스테레오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최근 출시된 차량에는 몇 백 만원이 넘는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된다"면서 "고급 브랜드의 스피커가 기본으로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오디오 튜닝 시장이 사장되고 있으나, 이는 자동차 시장에는 좋은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 스테레오...스피커가 사라진다?

자동차 업체들의 카 스테레오 경쟁이 심화하면서 오히려 자동차에 스피커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독일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인 ‘콘티넨털’은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의 핵심인 스피커를 대체하는 기술을 내놨다.

스피커는 전기 소리를 음향으로 전환하는 장치다. 몇 개가 사용됐는지에 따라 오디오와 오디오 시스템 수준이 결정된다. 그런데 콘티넨털은 스피커를 없애고 차량 실내문 패널과 천장 등 차체를 진동시켜 소리를 생성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콘티넨털은 “액츄어에이티드 사운드는 특정 위치가 아닌 모든 방향에서 소리를 내는 진정한 3D 서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면서 “고급 오디오 시스템은 10개 이상의 스피커가 9㎏ 이상의 무게와 30리의 공간을 차지하지만 액츄에이티드 사운드 시스템은 무게 0.9㎏, 1ℓ면 충분하다. 스피커를 없애면서 차체 무게와 연비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콘티넨털은 “세계적인 음향 전문가들도 차체를 이용한 스피커의 사운드 질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면서 “2021년에는 실제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