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이 국내에서 구글 쇼핑을 준비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이미 구글 쇼핑 베타 테스트 페이지를 개설했으며, 상품 나열 외 다른 서비스는 구축하지 않았으나 차분하게 정식 오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도입은 다소 늦었지만, 구글이 구글 쇼핑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구글 쇼핑 베타 페이지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은 구글에 약 24억유로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했다. 플랫폼 공공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핵심인 가운데, 구글이 구글 쇼핑 검색결과를 다른 이커머스 기업 검색결과보다 우대했다는 혐의가 결정타다. 유럽연합이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할 정도로 구글이 구글 쇼핑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와 같은 스마트 스피커로 인공지능 생태계를 키운 후, 음성 이커머스 시장까지 정조준할 가능성이 높다. 전통의 유통기업인 월마트와 협력하며 강력한 초연결 플랫폼 전략까지 추구한다는 뜻이다. 구글 쇼핑은 일반적인 오픈마켓이 아닌 네이버와 다음의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하다. 구글은 플랫폼의 관문 역할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구글이 구글 쇼핑을 통해 원하는 것은 데이터, 그리고 강력한 플랫폼 제어력이다. 포털에 뿌리를 둔 구글은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몸집을 키웠으나 최근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 생활밀착형 서비스인 이커머스 플랫폼을 중심에 포진한 아마존이 전체 검색 데이터 시장에서 구글을 위협하며 존재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가 바로 수익성, 즉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구글은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아마존을 의식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유럽연합의 과징금 사태도 포털 경쟁력을 가진 구글의 ‘무리수’로 보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1분기 구글의 스마트 스피커인 구글홈이 아마존 에코를 점유율로 누를 수 있었던 기저에는 구글의 절박함이 있었다는 평가다.

쇼핑을 통한 새로운 플랫폼 성과 중 하나가 바로 데이터에서 시작된 생태계 제어력이다. 데이터를 확보한 후 ‘A부터 Z까지’ 아우르는 견고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영원한 제국도 꿈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물론 중국의 알리바바가 이커머스에 기반을 두면서 클라우드부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심지어 배송과 물류 인프라 전반을 장악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대한 플랫폼 위로 일종의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은 31일 인스타그램 쇼핑을 국내에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이 가지는 시각적 강점을 쇼핑으로 풀어내는 한편, 결제 생태계 수직계열화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다. 아직 인앱결제는 지원하지 않지만, 조만간 인앱결제가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 수잔 로즈 인스타그램 프로덕트 마케팅 디렉터가 인스타그램 쇼핑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페이스북 코리아

페이스북은 최근 ‘모든 것을 연결한다’에서 ‘커뮤니티를 구축한다’로 조직의 DNA를 크게 바꾸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인스타그램 쇼핑을 지원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며 조금씩 이커머스 플랫폼 본능이 엿보이고 있다. 첫 목표는, 데이터 확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