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올해 들어 가상통화 시장은 좀처럼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지난해의 영광에 비하면 개별 가상통화의 가격은 물론 전체 시가총액마저 반토막이 났다. 시장이 위축되고 거래량이 급감하며 우후죽순 생겨난 가상통화 거래소들의 수익마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중국계 거래소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올해 3월 문을 연 후오비 코리아를 필두로 4월 오케이코인 코리아, 이달 5일 게이트 코리아와 8일 한∙중합작 거래소인 지닉스가 새롭게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 글로벌 가상통화 시장이 침체기를 걷고 있지만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중국계 거래소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올해 3월 문을 연 후오비 코리아를 필두로 4월 오케이코인 코리아, 이달 5일 게이트 코리아와 8일 한∙중합작 거래소인 지닉스가 새롭게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출처=픽사베이

중국계 거래소들이 앞다퉈 한국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해 9월 가상통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통화공개(ICO)를 불법으로 규정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거래소 플랫폼을 비롯한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된 유사 서비스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계 거래소는  대만, 홍콩을 넘어 한국으로도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가상통화 투자 열기가 높은 데다, 상승장을 탈 시 글로벌 가격보다 한국 가격이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이 발생할 수 있어 매력적인 옵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당국이 거래소와 관련된 규제 방안을 마땅히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도 중국 자본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은 가상통화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해 자격없는 거래소의 운영을 원천 차단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별도의 규제가 없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차원의 자율규제안이 마련되긴 했지만 사실상 시장진입 장벽이 전무한 셈이다.

다만 중국 거래소의 잇단 한국 시장 진출을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이 한국으로 우회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시세보다 국내 시세가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을 두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시세 차익을 노리는 세력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통화 전문매체인 크립토코인뉴스(CCN)는 30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중국 거래소들의 자금이 한국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한국 가상통화 거래소들이 완전히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국내 거래소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차이나머니의 공습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중국 거래소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도 법적인 절차를 밟아 문제되지 않는 선에서 들어오는 것”이라면서 “중국 자본의 우회 여부는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