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성장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3.1%)보다 낮은 2.9%에 그치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낮은 2.7%로 둔화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민간소비 증가율과 수출증가율 둔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감소가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KDI는 구조개혁을 지속하고 경기둔화에 따른 재정소요에 대비해 재정여력을확충하며 통화정책은 현재의 완화적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에 주로 거시경제 정책을 권고하는 기관인 만큼 거시정책 전담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KDI의 진단과 권고를 수용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KDI는 31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9%, 내년은 2.7%를 각각 제시했다.

KDI는 올해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제시한 2.9%를 유지했지만, 상반기 전망치는 3.1%에서 2.9%로 0.2%포인트 내렸고, 하반기 전망치는 2.8%를 유지했다.

▲ KDI 한국경제 전망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민간연구기관인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2.8%)보다 높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3%)와  정부가 예상하는 성장률 전망치(3%)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다. 

KDI는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가 건설업이 둔화했지만, 서비스업의 개선세가 이어지면서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증가세 둔화를 소비가 상당 부분 완충하면서 내수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소비의 높은 증가세에도 소비 관련 서비스업 경기의 본격적 개선은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출은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이 부진하면서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어 국내 제조업 경기의 개선추세도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제조업 개선추세가 둔화하고 취업유발 효과가 높은 서비스업의 본격적 개선도 지연되면서 고용은 다소 위축된 모습이라면서 본격적으로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세계 경제의 회복국면이 점진적으로 약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수출경기가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금액 기준 수출 증가율은 올해 9.3%에서 내년 4.3%로 둔화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도 민간 소비는 올해 2.8%에서 내년 2.6%로 증가 폭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785억달러 흑자에서 올해 669억달러 흑자로 줄어들겠지만 내년에는 흑자규모가 726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7%에 그치고 내년에는 1.6%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마디로 저성장 저물가 상태를 말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수 증가 폭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산업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20만명대 초중반으로 떨어지겠지만, 실업률은 3.7%를 유지할 것이라고 KDI는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이례적으로 높았던 반도체 투자증가세 둔화에 따라 증가 폭이 올해 3.5%에서 내년 1.0%로 크게 축소되고, 건설투자도 토목부문이 부진을 보이는 가운데 주택건설이 빠르게 둔화하면서 올해 -0.2%에서 내년 -2.6%로 감소 폭이 확대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KDI는 대외리스크요인 중 주요 수출품목의 단가하락, 대외경쟁력 약화 등을 성장률 하방 요인으로, 세계교역량 증가세 확대는 상방 요인으로 지목했다. 시장금리 급등, 자산가격 하락 등을 하방 위험으로, 정부정책에 따른 소비확대를 상방 요인으로 각각 꼽았다.

KDI는 당분간 거시경제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재정정책은 앞으로 추가적 산업구조조정이나 국내 제조업 경기 둔화에 따른 재정 소요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충하는 차원의 지출구조조정이 강력하게 필요하다고 했으며 통화정책은 최근 경기 회복세가 고용의 본격적 개선이나 물가의 상승으로 연결될 정도로 견실하지 못한 상황임을 감안해 당분간 현재의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DI는 중기적으로는 산업간 불균형 성장과 이에 따른 고용창출력 약화에 대응해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출주력산업의 대외경쟁력을 냉정하게 평가해 산업구조조정 내지 전반적 경제구조 개편의 시급성을 확인하고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정책논의를 본격화해 내수확대가 부가가치 창출의 선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KDI는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