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동아제약의 박카스와 광동제약의 비타500은 매출액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둘 모두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강음료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제품이다.

박카스는 일반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바뀌었고 비타500은 혼합음료로 구분된다. 올해 출시한 지 56년을 맞은 박카스는 동아제약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고, 비타500은 박카스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건강음료 시장에서 챔피언을 위협하는 랭킹 1위로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챔피언 벨트를 두고 챔피언과 도전자 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동아제약은 두 종류의 박카스(D, F)를 판매하고 있다. 출처=동아제약

온 국민이 애용하는 자양강장변질제 박카스가 1961년 처음 출시됐을 때는 알약 형태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카스 정은 당시 전쟁과 이에 따른 가난 탓에 궁핍한 국민에게 비타민제를 공급하기 위해 탄생했다. 박카스 정은 초기에는 알약을 만드는 기술이 미숙해 녹아내리기도 했다. 동아제약은 건강과 맛을 동시에 갖춘 자양강장제를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로 앰플 형태를 거쳐 현재와 같은 병에 담긴 음료 형태의 박카스가 1963년 8월에 마침내 빛을 보았다. 그 후 40년 동안 박카스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시장 독점의 꿀맛을 마음껏 누렸다.

2000년대 초 등장한 강력한 도전자가 광동제약이었다. 광동제약은 레드오션으로 변한 건강음료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찾아 나섰다. 비타500은 거인이 된 박카스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신 ‘마시는 비타민C’라는 콘셉트로 광동제약이 2001년 내놓은 제품이었다. 광동제약은 이 제품으로써 자양강장제 음료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비타민 건강음료 시장을 열었다.

비타500은 원료 자체에 약품 성분을 쓰지 않기 때문에 식품으로 분류된다. 기존의 비타민C 과립과 알약, 자양강장제는 약국 판매에 의존해야 했으나, 비타500은 식품이라서 약국뿐만 아니라 슈퍼마켓‧편의점‧헬스클럽‧사우나 등 다양한 채널에서 유통할 수 있었다. 폭이 넓은 유통망은 비타500을 한순간에 빅히트 상품으로 이끈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 아이돌 그룹인 워너원이 광동제약의 비타500을 홍보하고 있다. 출처=광동제약

비타500은 2005년 4월 42년 동안 국내‧외에 사랑을 받아온 박카스를 매출 107억원으로 누르면서 월 건강음료 매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박카스의 월 매출은 98억원으로 ‘박카스의 굴욕’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후 박카스는 맹추격해 연간 매출로 다시 선두를 탈환했다. 2005년 박카스의 국내‧외 연간 매출은 1289억원, 비타500의 국내‧외 매출액은 1213억원으로 거의 막상막하 수준을 보였다.

박카스는 2005년 이후 다시 비타 500과 격차를 벌리기 시작해 2013년 1639억원, 2014년 1865억원 2015년 2009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박카스는 2015년 제약회사가 국내에 판매하는 단일제품으로 대기록을 세웠다. 약국용 박카스D는 1506억원, 편의점과 일반유통용 박카스F는 약 503억원으로 1961년 발매 후 최고 매출이었다. 1994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후 20년 만의 대기록이었다.

박카스는 이후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박카스가 매출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2011년 동아제약이 박카스를 일반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바꾼 후 펼친 유통이원화 정책이 꼽힌다. 약국에서 유통하는 박카스D의 탄탄한 매출에 편의점 등에서 팔리는 박카스F의 신규 매출을 더하니 새로운 기록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박카스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200억병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팔린 병을 모두 연결하면 지구를 57바퀴 돌 수 있다. 지난해 박카스 매출은 국내만 2134억원에 이른다. 수출은 2013년 305억원에서 지난해 653억원으로 5년 동안 두 배로 늘어났다. 합계 2787억원으로 동아제약은 박카스 판매만으로 3000억원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동아제약 최호진 사장은 “박카스가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할 수 있도록 힘써준 임직원들과 제품을 많이 아끼고 사랑해준 약사들, 소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반세기 넘게 사랑받은 박카스가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피로회복제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동아제약 박카스와 광동제약 비타500 내수용 제품의 연간 매출(단위-억원). 출처=전자공시시스템(DART), 이코노믹리뷰

광동제약도 선전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비타500으로 10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비타500 매출은 2014년 1027억원으로 단일제품으로써 처음 ‘천억클럽’에 들어섰다. 비타500의 매출은 2015년 1080억원에서 2016년 1072억원, 지난해 1057억원으로 매출이 조금씩 줄고 있기는 하지만 광동제약의 캐시카우임에 틀림없다.

아쉬운 점은 수출이다. 2013년 비타500 수출은 22억원이었지만 2014년 11억으로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2015년 16억원, 2016년 17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지난해 다시 12억원으로 줄었다. 그래도 광동제약은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나간 일은 과거일 뿐이라고 여긴다. 중요한 건 역시 미래라며 신발 끈을 다시 조이고 있다.

동아제약이라고 가만히 있지 않다. 동아제약은 박카스를 캄보디아, 필리핀, 미얀마, 대만, 과테말라 등에 수출하면서 점차 대상국을 확대하는 등 격차를 넓히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에너지드링크 세계시장은 약 7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연평균 10% 이상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시장이다. 비타500은 ‘비타민’ 제품이라는 특성상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동제약은 창의성으로 박카스를 위협하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처럼 비타500을 애용하는 수출국을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비타500은 지난해 수지를 모델로 건강한 이미지를 이어온 데 이어 올해에도 ‘청춘’을 콘셉트로 가수 워너원을 모델로 기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2001년 출시 이후 55억병 이상 구매해준 소비자의 사랑에 보답하는 사자마자/따자마자 프로모션 등으로 좋은 반응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제약과 광동제약 간 도전과 응전, 공격과 수성의 드라마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