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직업이 사장이며 구원투수란 평을 듣는다. 그는 최근 대우조선해양 4번째 사장 임기를 시작다. 그의 무엇이 그를  한 회사에서 네 번이나 사장으로 선임되도록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대우조선해양 앞에 버티고 있는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대우조선해양은 5월 29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정성립 사장을 대표이사로 재선임했다. 정 사장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된 후 “경영 정상화를 회사가 갈 방향으로 정했는데 과거처럼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온유한 외면 뒤에 숨어 있는 그의 정신 철학을 보면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그는 2015년 7월 사내 매체를 통해 8대 쇄신플랜을 밝히면서 "대우조선해양 구성원 모두가 오늘을 계기로 회사를 완전히 새로 만든다는 각오와 사즉생의 마음으로 변화에 나선다면 우리의 미래는 바뀔 것이다"면서  "지극한 정성을 쏟는 사람만이 나 자신과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용의 한 귀절처럼 사소한 데 지극한 정성을 쏟는 정성립 사장의 정성과 사즉생의 각오가 대우조선해양을 다시 초우량 기업으로 탈바꿈시킬지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다시 구원투수로 재등판

정 사장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한 번의 연임을 포함해 2차례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지냈다. 이어 2015년 5월에 다시 한 번 사장 자리에 올라 자구안 실천을 통해 임기 내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정 사장 취임 후 대우조선해양은 실적 개선이 완연하게 진행됐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은 21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16년에는 영업손실이 1531억원으로 손실 액수가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733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을 냈다. 증권가는 대우조선해양이 올해와 내년에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 사장이 적지 않은 나이(68)임에도 연임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구조조정을 통한 실적 개선이 꼽힌다. 올해 1분기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은 29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7% 증가했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는 대비된다.

'구조조정을 통한 실적 개선'은 듣기엔 참 좋은 말이다. 안 좋게 말하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많이 내보내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렸다는 뜻이 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경쟁격화, 중국의 추격 속에 우리 조선업계는 수주절벽에 악전고투했다는 점에서 구조조정과 실적개선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상에 어디에 공짜는 없다.   

그는 공학도이며 조선업 한우물만 판 경영자다. 조선업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발주처가 원하는 선박을 적기에 공급하는 일이 그의 평생 업이다.  공격적 해외영업으로 2002년 36억달러를 수주해 업계 최고 실적을 올린 것은 조선영업맨 정성립을 잘 말해준다.

정성립 사장은 1950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한 후 1974년 한국산업은행에 입사한다. 이후 1981년 대우조선공업에서 일을 시작한다. 1989년 오슬로지사에서 근무한 후 1992년 선박영업담당 이사부장, 1995년 대우중공업 조달담당 이사부장, 1997년 대우중공업 인력담당 상무, 2000년 지원본부장 전무를 거쳐 2001년 8월에 대우조선공업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다.

2001년 이후 정 사장의 인생은 말 그대로 ‘사장인생’이었다.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한 번의 연임을 포함해 6년간 재직했다. 이후 정 사장은 2006년에는 대우정보시스템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2013년에는 동종업계인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맡은 후 2015년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구원투수’격으로 재등판했다.

수주 절벽 해소 등 난제 산적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서 4번째 사장 임기를 시작했지만 산적한 과제는 만만치 않다. 정 사장은 수주실적 증대를 통한 실적 개선과 기업문화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정 사장은 수주와 생산성 향상에 더욱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직원들 사기를 진작하는 방향으로 기업문화에도 신경 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년 동안 직원들이 급여를 반납하는 등 자구안 이행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 사장이 그간 일궈낸 실적 개선은 시작일 뿐이란 지적이 많다. 아직도 2020년까지 5조9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달성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까지 약 3조원의 자구안을 이행했다. 2년 안에 비슷한 규모의 자구안을 이행해야 하는 만큼 정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또 지난 2016년 수주절벽의 여파도 극복해야 한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수주목표인 45억달러 중 30억달러만 수주했다. 조선 3사 중 지난해 수주 목적을 채우지 못한 회사는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했다.

이런 이유에서 업계는 정 사장이 수주에 더욱 집중해 수주 실적 개선에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까지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8척,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13척, 특수선 1척 등 총 26억1000만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해 올해 목표치인 73억달러의 약 36%를 달성했다.

시장조사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발주된 VLCC 25척 중 13척을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했고, LNG운반선도 전 세계 발주량 19척 중 8척을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했다. VLCC와 LNG운반선에서 5월 말까지 전 세계 발주량의 절반 가까이를 가져온 것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LNG선박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어 LNG선박 위주의 수주 경쟁에 집중하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세계가 인정하는 LNG선 분야 최고 조선소이고, 메이저 LNG선주사들도 대우조선해양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최근 5년간 대우조선해양은 LNG 분야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상용화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LNG 독자 화물창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LNG연료 추진선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전 세계 바다에서는 황 함유량이 0.5% 미만인 저유황(VLSFO)을 사용해야 하는 SOx 규제가 시작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 세계 선박 시장에서 LNG를 연료로 한 추진선 제작도 늘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