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삼성전자 지분 1조3160억원 어치의 주식을 처분하기로 30일 결정했다. 처분예정일자는 31일 장 개시 전이다.

삼성생명은 전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 주식 약 1조1200억원 어치(약 2300만 주)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중개사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맡았다. 삼성화재도 같은 날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주식 약 1960억원 어치(약 400만 주)의 판매를 결정했다.

블록딜(Block Deal)이란  보유 지분을 쪼개 파는 것이 아닌 블록 형태의 덩어리로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시장에 대량의 주식이 풀리면 갑작스런 공급량 증가에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 블록딜을 이용하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원하는 가격에 지분을 정리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삼성전자 지분 1조3160억원 어치의 주식을 처분하기로 30일 결정했다. 출처=각 사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한 데에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금산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매각 전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7%를, 삼성화재는 1.45%를 보유해 이를 합쳐도 9.72%로 10%에 미치지 못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이 문제가 됐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부터 자사주를 소각하고 있는데, 보유 자사주(보통주 1798만 주와 우선주 323만 주)의 절반을 소각하고 나머지도 올해 안에 소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소각을 완료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금융계열사의 지분율은 10.45%까지 올라가 금산법을 위반하게 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공시를 통해 주식 처분 목적으로 ‘금산법 리스크 사전 해소’를 이유로 들었다. 이번 매각으로 두 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각각 7.92%, 1.38%로 낮아진다. 둘을 더하면 9.3%로 10%를 밑돌게 된다.

금산법 외에도 보험업법의 ‘3%룰’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3%룰이란 보험사는 계열사의 채권과 주식을 자산의 3% 이하로만 가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때 보유 주식 가치는 시가가 아닌 취득 당시 원가로 계산한다. 통상 금융사가 보유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 원가가 아닌 시가로 판단하는데 보험만 유독 원가를 적용해 특혜 논란이 계속됐다.

만약 3%룰이 시가로 변경 적용될 경우 삼성 금융계열사는 추가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매각 규모가 최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블록딜 규모가 1조316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날 블록딜 소식이 알려지며 삼성전자 주가는 3.51% 하락한 4만9500원을 나타냈다. 이날 오전 9시 현재는 5만100원으로 소폭 올라서 전날의 하락폭을 만회하고 있다. 전날 소폭 상승한 삼성생명은 같은 시간 10만4500원으로 전날보다 2.79% 내렸고, 삼성화재는 소폭 오른 25만2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나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