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별 채권 발행 규모(100억원 이상)[출처:금융투자협회]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5월 회사채 발행규모가 전년동기대비 감소했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전년대비 증가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발행시장 위축 전망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나홀로 성장’을 지목하며 통화정책 정상화가 쉽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정정불안이 이탈렉시트(Italia+exit) 공포로 전이되면서 이러한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기조가 둔화될 경우 채권발행물량은 축소될 수 있다. 발행사 우위의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오히려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1~29일 기준) 국내 회사채 발행규모(100억원 이상, 공모·사모채 합산)는 5조504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4억원 감소한 것이다.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전년 동기에 비해 매월 1조원이 넘는 채권발행이 이뤄졌다. 그러나  4월에는 2910억원 증가에 그쳤고 5월에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하반기로 갈수록 채권 발행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기존 전망에는 큰 변화가 없다”면서 “금리상승에 대비해 발행사들이 선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발행사·투자자 모두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리가 상승할수록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의 조달비용은 높아진다. 올 들어 발행사들이 빠르게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한 이유다.

선제적 조달 여파도 있지만 최근 금리상승 탄력이 둔화되면서 기업들이 향후 채권 발행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채권 공급이 축소된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정정불안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달러 강세가 미국의 물가를 낮추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이탈렉시트(Italia+exit) 가능성이 제기된 후 연준의 올해 4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은 15%로 급락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시장 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미 금리인상 부담을 덜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투자자도 이전대비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권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줄어들 경우 시장은 위축된다. IB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점차 오를 것이란 전망은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반대 의견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수록 발행사 우위의 시장 형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채권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행사 우위 시장이 형성될 경우 발행금리 수준은 낮아진다. 시장금리도 낮아지는 등 기존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통화긴축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일본과 유럽은 완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나홀로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