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미세먼지’라는 말은 과거에도 있었다. 과거의 미세먼지는 주로 공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의미했고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생활반경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이 같은 인식의 변화는 사람들의 생활과 소비유형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열 집 건너 한 집에 있을까 말까 한 공기청정기는 이제 거의 모든 가정의 필수 가전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전이 실제로 판매되는 유통업계에서는 일련의 변화들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미세먼지 ‘4대’ 가전 

롯데하이마트·전자랜드 등 국내 주요 가전 전문매장에서는 지난해부터 미세먼지 ‘4대 가전’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4대 가전은 의류 건조기·의류 관리기(스타일러)·공기청정기·무선청소기를 의미한다. 얼핏 보면 각 품목들의 공통점이 없는 것 같지만, 실외 미세먼지와 접촉을 최대한 줄이거나 실내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는 점에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의류 건조기는 실외 미세먼지 때문에 빨래 후, 의류 일광(日光) 건조가 어려워짐에 따라 주목받고 있는 제품이다. 빨래를 마친 의류를 기기에 옮겨 담으면 자동으로 의류가 머금은 수분을 제거한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실내에서 옷을 건조할 수 있다. 의류의 먼지를 제거하고 모양을 잡아주는 의류 관리기도 비슷한 목적의 기기다. 실외 활동으로 옷에 달라붙은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다림질을 한 것처럼 옷을 쫙 펴줘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기러 나가는 수고를 덜어준다.

무선청소기는 실내 카펫이나 소파, 침구류에 남아 있는 미세먼지를 제거한다. 과거의 청소기들이 눈에 보이는 먼지만을 흡입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 출시되는 무선청소기는 훨씬 더 강력한 흡입력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까지 빨아들인다. 거기에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공기청정기는 이름 그대로 미세먼지를 흡입해 실내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기기다. 최근에는 첨단 IT 기술이 반영된 공기청정기 제품들이 나와 사용이 편리해졌다.   

 

판매 증가추이 '뚜렷'   

미세먼지 4대 가전은 정말 많이 팔리고 있을까. 그리고 많이 팔렸다면 이전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판매가 늘었을까. 국내 주요 오프라인 가전 전문매장과 온라인 마켓들의 지난 1년 미세먼지 가전제품 판매 신장률로 현상을 들여다봤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5월 27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롯데하이마트의 미세먼지 4대 가전 매출 신장률의 평균은 183%를 기록했다. 제품별로는 의류 건조기 매출은 230%, 의류 관리기는 135%, 공기청정기는 90%, 그리고 무선청소기 매출액은 같은 기간 280%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전자랜드는 4월~5월 결혼 성수기(4월 1일~5월 17일)의 혼수용 가전으로 판매된 미세먼지 4대 가전의 수량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자랜드의 미세먼지 가전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평균 2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5%, 의류 건조기는 270%, 의류 관리기는 138% 증가했다. 그리고 롯데하이마트와 마찬가지로 전자랜드도 무선청소기의 판매가 390%로 가장 많이 늘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공기청정기로 대표되는 안티 더스트(Anti-Dust) 가전제품 판매량뿐 아니라 소위 ‘혼수 가전’으로 묶이는 제품의 구성 품목도 점점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온라인 마켓의 가전제품 판매 추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온라인몰 G마켓과 옥션, 그리고 SK플래닛의 온라인몰 11번가에서도 오프라인 가전 전문 매장과 비슷한 추이가 나타났다.

올해 1월 1알부터 5월 27일 G마켓의 미세먼지 가전 판매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의류 건조기·관리기는 340%, 공기청정기는 79% 그리고 무선청소기는 60%를 기록했다. 옥션에서는 의류 건조기·관리기가 212%, 공기청정기는 75%, 무선청소기는 155%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1번가에서는 의류 관리기가 판매 신장률 371%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 뒤를 의류 건조기가 95%, 공기청정기가 81% 무선청소기가 11% 순으로 이었다.

이베이코리아 디지털실 김충일 실장은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감에 따라 미세먼지 대표 가전으로 꼽히는 공기청정기 외에도 무선청소기, 건조기와 같은 다양한 가전제품들이 가정 내 필수 가전으로 부상해 지난해 대비 수요가 크게 늘었다”면서 “관련 상품 판매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