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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의 갤러리 인 서울] 동서양의 절묘한 만남 그리는 최재혁 작가
김기림 큐레이터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06.03  07:18:30
   

靜物畵(정물화)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고요할 정(精), 물건 물(物) 그림 화 畵(화)를 써서 정지된 물건을 그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정물화는 나라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죽은 자연 혹은 생명이 없는 자연이라는 뜻의 ‘Naueramorte’라고 불리기도 하고, 고요한 삶이라는 뜻의 ‘Stilleben’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현재는 ‘Still Life’, ‘Nature Morte’라고 불리고 있다.

초기에 정물은 인물화의 배경, 소품과 같이 작품의 보조적 요소에 머무를 뿐 한 장르로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고대에는 정물을 주제로 한 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가 존재했지만 중요한 소재로 인식되지는 않고, 그 후 중세에는 크게 발전이 없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오면서 독립적인 회화 장르로 인정받고 정물화라는 용어가 정식적으로 작품의 중심 위치로, 요소로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정물화에 대해 화가가 구성한 대상을 배치한 모습 그대로 그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7세기 네덜란드, 18세기 프랑스 화가들의 정물화를 보면 정물화는 단순한 배열을 한 정물을 그리는 것에서 벗어났다. 작가들은 정물을 통해 은유적인 의미를 전하는 알레고리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형태와 조합을 재발견해 새로운 미술 영역을 창조해나갔다. 이 당시에는 정물화 속에 등장하는 꽃·과일·곤충은 허무, 주방·주방 사물·시장은 성서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사물의 구도와 배치를 통해 오감을 나타냈는데, 이것은 ‘본능에 충실한 삶은 허무하다’라는 의미를 표현하려고 했다. 이렇게 서양화 중심으로 본 정물화는 삶의 무상함을 표현했지만, 동양화 중심으로 본 정물화는 부귀·장수·자손번영과 같은 좋은 뜻과 소망을 표현했다. 그리고 현대의 정물화는 동서양과 시대를 넘어서서 다양한 의미와 시선으로 변화하고 있다.

   

Still life_6_oil on canvas_116.8×91.0㎝_2016

   

Still life_39_oil on canvas_106×130.2㎝_2017

   

골동품(Antique) _40_oil on canvas_116.8×91.0㎝_2014

한국에서 정물화를 그리는 젊은 작가인 최재혁 작가는 동서양의 절묘한 만남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사하고 있다. 마치 얼마 전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집 1층 현관 정면에 전시된 민정기 화백의 그림 <북한산>을 보고 나누었던 일화와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작품을 보고 “어떤 기법으로 그린 그림입니까?”라고 물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산을 그린 서양화지만 우리 한국화 기법이 사용됐습니다”고 답변했다. 이 작품은 서양화에 널리 쓰이는 유화라는 서구적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한국의 전통 산수화의 느낌이 난다. 그 작품처럼 최재혁 작가의 작품도 서양에서 유래된 재료인 유화물감을 활용하면서, 극사실적 묘사를 통해 사진 같은 리얼리즘 기법을 활용해 작품 속 이미지를 표현했다. 동시에 동양의 기명절지도의 구도와 정물을 차용해 좋은 뜻과 소망을 표현했다.

기명절지도는 옛 선조들이 귀한 물건인 제기, 식기와 같은 그릇을 그린 기명도와 꺾인 꽃, 나뭇가지 등을 그린 절지도가 합쳐진 그림을 말한다. 최재혁 작가는 골동품이라는 정물을 통해 과거 어느 시간부터 현재까지 우리 현실 속에 살아남아 있는 골동품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작품의 정물로 채워 넣으면서 현대적인 정물화를 완성했다.

   

기명(器皿)과 절지(折枝)_5_oil on canvas_162.2×65㎝_2015

일반적으로 ‘화가가 그림을 그린다’라고 말할 때 아마 대부분 유화를 떠올릴 것이다. 우리가 가는 미술관에서 관람하는 작품들도 대부분 유화다. 이렇게 익숙한 유화로 그린 기명절지도 작품은 어쩌면 세계를 아우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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