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니지 대표이미지. 출처=엔씨소프트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 개발·서비스 업체 엔씨소프트는 1997년 설립 직후 내놓은 MMORPG ‘리니지’를 20년째 서비스 중이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인 ‘리니지M’을 공개했다. 리니지M의 매출액 규모로 봤을 때, 앞으로는 이 게임의 행보가 엔씨 실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의 매출액을 책임지던 리니지의 바통을 리니지M이 이어받은 셈이다.

현재까지 회사를 이끄는 김택진 대표(51)는 엔씨소프트를 1997년 3월 설립했다. 자본금은 100억원 규모였다. 리니지가 서비스를 시작한 건 회사 설립 후 1년 반쯤 지난 1998년 9월이었다. 리니지는 아직 엔씨의 주요 매출원 중 하나다. 이는 트렌드에 민감한 게임 콘텐츠 특성상 희귀한 일이다.

리니지는 신일숙 작가의 원작 만화에서 탄생한 국내 1세대 인터넷 기반 온라인 RPG다. 게임은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유저 간 혈맹을 맺어 게임 내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리니지 출시 초기는 PC통신과 텍스트를 활용한 채팅 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때였다. MMORPG라는 장르 자체가 국내에 생소했기 때문에 출시 초반 성과가 저조했다. 1998년 엔씨소프트는 영업손실 2억5000만원, 순손실 2억6000만원을 기록하며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유저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반응은 폭발했다. 1999년부턴 실적이 급반전해 1년 사이 영업이익이 36억으로 흑자 전환했다. 그다음 해에는 293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01년부터는 1000억원대 매출을 내기 시작한다. 후속작인 ‘리니지2’가 2003년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그 이전까진 리니지 하나로 이룬 성과로 볼 수 있다.

 

사실 엔씨는 리니지 말고도 대작 MMORPG를 꾸준히 내놓았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 리니지의 존재감이 워낙 클 뿐이다. 엔씨는 2003년 ‘리니지2’, 2008년엔 ‘아이온’, 2012년 ‘블레이드앤소울’을 출시했고, 세 게임 모두 해당 연도에 대통령상인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2012년 출시한 ‘길드워2’는 북미 소재 스튜디오인 아레나넷에서 개발했으며 북미 지역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리니지M이 출시되기 전인 2016년 기준 게임별 매출 구성은 리니지(3754억원), 블레이드앤소울(1823억원), 길드워2(766억원), 리니지2(771억원), 아이온(717억원) 수준이다.

▲ 리니지M 대표이미지. 출처=엔씨소프트

엔씨는 지난해 6월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인 리니지M을 선보였다. 리니지M의 효과는 컸다. 올해 1분기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앤소울, 리니지, 길드워2, 아이온, 리니지2로 벌어들인 매출액은 약 3729억원이다. 그중 모바일 게임에서 벌어들인 매출액이 2541억원(68%)이다. 엔씨의 모바일 게임이 리니지M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출 대부분이 리니지M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 걸 감안하면 매우 높은 비중이다.

 

1분기 지역별 매출은 한국이 71%로 가장 컸고, 로열티(18%), 북미·유럽(8%), 대만(2%), 일본(1%) 순이었다. 엔씨 관계자는 “이번 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건 다른 지역에 비해 국내에서 리니지M의 매출이 워낙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젠 리니지M이 엔씨 매출의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아직 출시 초기라 이런 흐름이 계속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엔씨는 리니지M에 많은 힘을 싣는 모습이다. 김택진 대표는 지난 5월 15일 리니지M 서비스 1주년 기념 미디어 간담회에서 “리니지M은 독자적인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리니지M은 PC버전 리니지와 호환할 수 있도록 개발했지만, 그러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또 김 대표는 5월 30일 업데이트에서 신규 클래스 총사를 추가하고 최상급 무기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리니지M의 그래픽을 풀HD로 전환한다는 예고까지 했다.

KTB 투자증권 이민아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로 리니지M의 수명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민아 애널리스트는 “블레이드앤소울2는 게임 재설계 중으로 2019년 내 출시 일정도 불명확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키움증권 김학준 애널리스트는 “‘올 뉴 리니지’라는 새로운 버전으로 글로벌(북미, 일본, 중국)에 진출하는 것과 지연된 게임들을 포함해 2019년에는 기대작들이 풍성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문지현 애널리스트는 “최근 신작 일정 지연으로 인한 실망감이 주가에 반영되었다”면서, “하반기는 주요 게임 업데이트로 안정적인 실적 기록이 예상되며, 신작 기대감은 연말부터 재활성화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리니지 IP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과도한 과금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리니지가 오래 전부터 지적받아온 문제이며, 앞으로 엔씨가 안고 가야 할 과제다. 엔씨 측은 이 같은 지적에 “엔씨소프트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정하고 적극적으로 준수하고 있으며, 사회 부작용을 방지하고 소비자 권리를 존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