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PO 기업 수요예측 결과(단위: 원)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등 기업공개(IPO)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수인권부사채) 시장도 발행사 우위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대수익률도 낮아졌다. 코스닥 벤처펀드 출범에 따른 자금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탓이다.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관투자가들의 공모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 전반에 버블이 조성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업체 제노레이는 지난 9~10일 공모가 산정을 위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했다. 9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공모가는 희망가밴드(1만7500~2만500원)를 넘어선 2만3000원으로 결정됐다.

세종메디칼은 2조8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몰리며 83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공모가 역시 희망가밴드(1만800~1만3700원)를 상회한 1만5000원을 기록했다.

현대사료의 경쟁률은 남북경협 기대감에 힘입어 839대 1로 나타났다. 공모가는 희망가밴드(5700~6600원) 최상단에서 결정됐다. 일반 청약 경쟁률은 1690대 1을 기록했다.

최근 공모주 시장의 흥행 원인으로는 코스닥벤처펀드(4월 5일 출범)가 지목된다. 제노레이는 코스닥벤처펀드 출범후 첫 공모주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공모주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펀드다. 다만, 전체 자산의 15% 이상을 벤처기업이 신규로 발행하는 주식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해야 한다.

전체 자금의 35%는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지정 해제된 지 7년 미만 기업의 주식 편입에 사용된다. 초기 주가 상승률이 높은 공모주 확보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메자닌의 공급 대비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공모주 경쟁도 치열해 시장 전반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운용 수익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도 공모주를 지속 편입해야 한다”면서 “IPO시장의 흥행은 지속되겠지만 투자대상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만큼 부담도 크다”고 진단했다.

투자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IPO 기업들의 상장 후 주가 변동성도 크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지난 28일 상장된 제노레이는 공모가 대비 2배인 4만59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후 2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수익을 확보하려는 기관투자자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제노레이는 지난 2014년 14억원(권면총액 기준)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전환가액은 4712억원이며 전환 주식수는 29만7113주다. 상장 후 바로 주식 전환이 가능해 주가 하락 위험이 있었다.

세종메디칼은 29일 상장됐다. 공모가 대비 높은 2만3100원으로 출발한 이후 가격 제한폭인 3만원으로 올라 장을 마쳤다. 제노레이 주가 흐름과 대조적인 모습이지만 기관투자자들은 매도세로 일관했다. 의료기기 회사들이 평균 20~30배의 주가수익비율(PER)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50배에 육박하는 PER은 부담이다.

IB 관계자는 “세종메디칼은 제노레이 대비 기관투자자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며 “밸류에이션도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IPO기업의 상장 후 주가 흐름은 차별화될 수 있으나 공모주 시장 전반이 과열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수급 측면에서 보면 향후 공모주와 메자닌 시장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수요 우위에 배팅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버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편입하는 주식의 가격부담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사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시장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