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남 감일 포웰시티 모델하우스에서 내방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출처=현대건설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새 아파트와 재고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신규분양단지에는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반면 기존 아파트 거래시장은 혹한기에 접어들면서 강남권의 경우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5월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29일 기준 5월 한 달간 서울시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486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194건)과 비교하면 1년 사이 거래량이 52.2%가 감소한 것이다. 2016년 5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162건, 2015년 1만2546건, 2014년 6053건, 2013년 5월 7364건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최근 5~6년 사이 거래량이 최저수준인 셈이다.

특히 서울 주택시장을 이끈 강남권 부동산시장은 역대급의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강남구 5월 아파트 거래량은 15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28건)보다 75.4%가 감소했다. 서초구와 송파구 역시 각각 166건, 197건에 그치면서 지난해보다 74%, 76% 거래량이 줄어들었다.

거래량의 감소는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면서 5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0.02%의 변동률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재건축 시장의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여파로 아파트 매수 문의가 급감하고 급매물이 출현하면서,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폭이 전주 0.01% 수준에서 0.05%로 하락폭이 커졌다. 특히 송파구는 잠실주공 5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면서 하락폭이 0.29%로 커지며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잠실5단지에 위치한 J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전용 76㎡의 경우 17억5000만원의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이 단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호가가 19억5000만원이었지만 2억원가량 떨어진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93㎡는 5월 13일 14억5500만원에 매매됐다. 이 단지 역시 올해 초 1월 16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실거래가격이 1억5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대치동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재건축도 진행되기 어려운 데다 보유세 부과 등 정부가 부동산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매매에 나서는 사람이 없다”면서 “급매만 간혹 거래되는 경우가 생겨서 전체적으로 시세가 하락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반면 신규분양 아파트시장은 인파가 넘쳐나면서 어느 때보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동양건설산업이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C1블록에 공급하는 925가구 규모의 ‘미사역 파라곤’은 주말 3일간 방문객이 6만5000여명에 이르렀다. 제일건설이 세종시 나성동 2-4생활권에 공급한 ‘제일풍경채 위너스카이’는 청약 당시 평균 경쟁률 109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5월 초 청약이 진행된 하남 감일지구 ‘하남 포웰시티’에는 청약통장이 5만여개가 몰리기도 했다. 특히 이 단지에는 가점 만점 당첨자가 3명이 나오는 일마저 벌어졌다.

서울권에서 신규분양한 아파트 단지 역시 뜨겁기는 매한가지다. 지난 4월 마포구 염리동에서 분양한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는 300가구 모집에 1만4995명이 몰리며 1순위 평균 49.98대 1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 292.23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수요자들의 관심은 높았다. 영등포구 당산동에 공급된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의 경우 전용 46㎡ 청약경쟁률이 919.5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이 단지는 미계약 물량 8가구 분양에 2만2431명이 몰리면서 평균 2804대 1이라는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간 재고주택 시장의 가격급등으로 향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요자들이 거래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으로 올해 초 대비 2억원가량 하락하면서 17억5000만원대의 급매물이 나온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지난해 7월 아파트 가격은 15억3000만~15억5000만원이었다. 즉 올해 들어 가격이 하락했어도 단기간의 가격이 급등해 여전히 높은 수준에 가격이 책정된 것이다.

반면 서울 신규아파트의 경우 정부에서 분양가를 낮추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공급되면서 ‘당첨되면 로또’라는 투자 상품으로 각인됐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8단지 아파트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자이 개포’는 3.3㎡당 평균 분양가는 4160만원으로 비싸지만 당첨만 되면 5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높은 관심을 샀다.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역시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돼 당첨만 된다면 1억~2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되자 수요자들이 몰린 것이다. 이에 더해 새 아파트의 공급이 부족한 점도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이유로 꼽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신규분양이 월별로 많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공급량이 적다”면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이 주변 재고 상품보다 저렴한 만큼 투자가치가 높다고 인식되기 때문에 주택마련의 방법으로 수요자들이 신규분양시장으로 몰리게 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