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XC 김정주 대표 모습. 출처=NXC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NXC 김정주 대표(50)가 5월 29일 자식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겠으며, 1000억원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넥슨은 국내 게임 업계에서 가장 규모와 영향력이 큰 기업이다. 넥슨은 지난 1996년 MMORPG ‘바람의 나라’ 출시를 시작으로 많은 게임을 개발·서비스하고 히트시킨 회사다. 대표작으로는 2D 횡스크롤 RPG ‘메이플스토리’, 지난해 중국에서 단일 게임으로 1조원을 벌어다 준 MMORPG ‘던전앤파이터’, 인기 스포츠 게임 ‘피파온라인’ 시리즈 등이 있다.

이런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고교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4억2500만원어치를 공짜로 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5월 19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투명한 경영을 한다는 기업 넥슨은 이번 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이날 발표는 김 대표가 무죄 확정을 계기로 사회 공헌 활동을 시작함으로써 실추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전산학 석사 과정을 거친 후 1994년 넥슨을 창업했다. 창업 20년도 채 안 돼 넥슨은 우리나라 최고의 게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대표는 2005년 넥슨을 지주회사 넥슨홀딩스(현 NXC) 체제로 전환해 NXC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넥슨은 2010년대 들어서도 승승장구했는데 지난 2011년에는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했다. 넥슨은 지난해 9월 총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서 게임업계 최초로 준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다.

넥슨의 기업 규모를 감안할 때 자식에게 기업 대물림을 하지 않겠다는 그의 결단과 사회에 100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결정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넥슨이 이미지 회복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게 중론이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서면으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저는 1심 법정에서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앞으로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되갚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약속드렸다. 그동안 이 약속을 잊지 않아야겠다는 다짐 속에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조금씩 정리해 왔다. 지난 2월에 발표한 넥슨재단의 설립도 그 같은 다짐의 작은 시작이었다”면서 “이제 2년 전 약속을 실천해 나가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가 발표한 건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1000억원 이상의 기부를 하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고 넥슨의 투명한 경영 문화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저와 제 가족이 가진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새로운 미래에 기여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현재 서울에만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이 전국 주요 권역에 설립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넥슨은 지난 2016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지원했다.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19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의 재활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병원이다. NXC는 올해 2월 제2의 어린이재활병원을 위해 계열사들과 넥슨 재단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할 것이며, 청년들의 벤처창업투자 지원 등 기부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경험으로 볼 때 이와 같은 활동을 위해선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부는 김정주 대표 사재로 하는 것이며, 아직 구체적인 기부 액수와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김 대표는 “앞으로 전문가들과 투명한 준비 과정을 거친 뒤 조속한 시일 내에 기부 규모와 방식, 운영 주체와 활동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회사의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대표는 두 명의 딸이 있다. 그는 “이는 회사를 세웠을 때부터 한 번도 흔들림 없었던 생각이었지만, 공개적인 약속이 성실한 실행을 이끈다는 다짐으로 약속드린다. 국내외 5000여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기업의 대표로서 더욱 큰 사회적 책무를 느끼게 되었다. 넥슨이 이 같은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직원들의 열정과 투명하고 수평적인 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 이런 문화가 유지되어야 회사가 계속 혁신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가겠다”면서 입장문을 끝맺었다. 이런 결정은 벤처기업인 김정주의 모험정신이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