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새로 오픈한 프랑스 파리의 샤오미 매장에서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지난 해 스페인을 시작으로 유럽 진출을 본격 가동한 샤오미는 파리에 10개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Xiaomi Corp., 小米科技)는 중국 국내뿐 아니라 인도 같은 신흥 시장에 세련되면서도 저비용의 모델을 성공적으로 판매해 왔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장악하고 있는 유럽의 풍요로운 시장에서도 이 공식이 작동할 수 있을까? 이 시도의 결과가, 올해 안에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 공개에서 이 회사가 적어도 700억달러(75조3000억원)의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할 것이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샤오미는 파리에 10곳, 밀라노에 한 곳의 매장을 연다는 계획의 첫 시도로 파리 매장을 오픈했다.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파리 매장에서는, 고급 스마트폰 모델 두 종과 휴대용 스피커, 전기 스쿠터 등 기타 전자 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유럽 진출 첫 발은 지난해 스페인에서 시작되어 현재 3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회사의 글로벌 사업부 왕상 수석 부사장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뿐 아니라 영국, 독일, 네덜란드까지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유럽 시장에서 경쟁할 만큼 충분히 강하지는 않지만 큰 기회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으로 미국 정부의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지면서 미국에 진출하려던 회사의 당초 계획은 좌절됐다. 올해 초에 이미 세계 3위의 스마트폰 판매 회사인 화웨이 테크놀로지(Huawei Technologies Co.)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입찰에 실패했고, 4월에는 미국 상무부가 미국 공급업체들에게 미국 내 스마트폰 판매 4위 업체인 중싱그룹(中興, ZTE)에 부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왕상 부사장은 샤오미도 언젠가는 미국에 진출하겠지만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먼저 한 곳(유럽)을 성공적으로 만들고 다른 곳(미국)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유럽에서의 판매는 가능성을 보이며 출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1분기 서유럽에서 62만1000대를 판매하며 인기 순위 6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이 1만8000대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엄청나게 성장한 것이다. 그리스에서는 삼성과 애플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24%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고, 스페인에서 시장 점유율 12%로 4위를 차지했다.

회사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매장을 개설하는 것 외에도, 프랑스 최대 다국적 통신사 오렌지 텔레콤(Orange SA) 등 4대 이동 통신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다. 5월 초 홍콩 재벌 CK 허치슨(CK Hutchison)도 유럽 7개국에서 자사의 3G 그룹 매장을 통해 샤오미 전화기를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샤오미의 최고급 모델 Mi Mix 2S    출처= 샤오미

시장조사 회사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샤오미의 스마트폰 판매량의 92%가 저가형 모델인 홍미(Redmi) 시리즈이지만, 회사는 최고급 사양인 미믹스 2S(Mi Mix 2S) 같은 고급 모델로 상류층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 고가 시장 라이벌 회사들과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프랑스에서 500유로(62만5000원)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출시했다. 애플의 아이폰X 가격 1159유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고급 전화기를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제품에 대해) 아끼지 않고 기꺼이 돈을 지출하는 시장에서, 그리고 대부분의 전화가 이동통신 사업자나 더 많은 마진을 선호하는 상점들을 통해 판매되는 시장에서, 샤오미의 이런 저가 접근 방식이 어떤 효과를 거둘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샤오미는 IDC의 자료에 따르면 삼성, 애플, 화웨이에 이어 세계 4위의 스마트폰 회사다. 지난 해 4분기부터 삼성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인도 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킨 샤오미는, 예상 매출을 연이어 잘못 계산했던 중국 시장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반등하고 있다.

샤오미는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는 달리 광고보다는 입소문과 소셜미디어를 더 많이 활용한다. 이 전략은 열정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에서 효과적이었고, 레이쥔 회장은 일약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회사의 제품 발표회도 애플 스타일처럼 넒은 장소를 정해 인파로 가득 채우는 방식을 취한다.

왕상 부사장도 유명인을 사용하지 않은 회사의 이런 접근 방식을 유럽에 그대로 적용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인정한다. 이 회사는 현재, 매장 밖에서 길게 줄을 서 있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파리 매장을 홍보하고 있다.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낮은 가격은 품질도 낮다’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인식을 바꾸려면 시간이 걸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