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의 차량공유 플랫폼 디디추싱이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하반기 기업공개에 나서며 중국을 대표하는 ICT 플랫폼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승차공유부터 자율주행차 기술력까지 방대한 스펙트럼을 자랑하고 있다. 그 뒤에는 손정의 차량공유 제국이 있다.

▲ 디디추싱으로 차량을 호출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거침없는 디디추싱

최근 중국에서 디디추싱의 카풀 서비스인 디디히치를 이용한 여성승객이 기사에게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버지의 프로필을 무단으로 도용한 기사의 범죄며, 디디추싱은 “유감과 슬픔을 느낀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일주일간 서비스를 중단했다. 승객의 프로필 공개를 지우고 앱 인터페이스를 바꿔 비상 버튼을 상단에 위치시키는 대비책도 마련했다.

디디히치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가 알려진 후 일부 언론들은 “디디추싱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디디추싱은 현존하는 글로벌 승차공유 플랫폼 중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당분간 이를 위협할 경쟁자도 없다는 것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디콰이디와 콰이디다처가 연합해 만든 디디추싱은 2016년 우버 차이나를 합병하며 대륙의 맹주로 부상했다. 특히 차량공유 시장의 신세계인 북미 시장 진출에 나서며 브라질에 상륙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1월 브라질 최대 차량공유기업 99의 대주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디디추싱의 글로벌 전략 확대로 보이지만, 이 역시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차량공유 동맹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디디추싱과 올라택시, 그랩택시 등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차량공유 서비스에 속속 투자한 소프트뱅크가 이미 브라질 99에도 지분을 출자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일본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미래에셋글로벌유니콘사모투자합자회사 펀드를 조성해 디디추싱 지분 0.5%를 확보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ICT 기업 네이버도 이 펀드에 184억원을 출자할 방침이다. 지분으로 환산하면 0.02% 수준이다.

디디추싱은 자율주행차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디디추싱은 5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차 테스트 허가를 받았으며 조만간 시험운행을 시작할 방침이다. 미국의 우버와 리프트와 직접적인 경쟁에 나섰다는 뜻이다. 1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디디추싱과 독일의 폭스바겐은 차량공유 서비스에 특화된 전문 합작회사도 설립할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디디추싱의 경쟁자는 우버지만, 우버는 범 소프트뱅크 동맹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라이벌은 아니다. 구글 알파벳의 웨이모 지원을 받고 있는 미국의 리프트가 라이벌이지만, 디디추싱의 존재감에는 비할 수 없다. 국내로 보면 카카오T의 카카오 모빌리티가 디디추싱 모델로 분류되지만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호출에 집중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손정의 ‘제국의 야심’

디디추싱의 질주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있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디디추싱에 100억달러, 우버에 77억달러, 그랩에 30억달러, 올라에 2억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는 한 때 반(反) 우버 전선을 이끌며 우버를 압박했으나, 우버가 지난해부터 연이은 성추문과 해킹 논란 등에 흔들리는 틈을 노려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우버 차이나를 밀어낸 디디추싱의 배후에 소프트뱅크가 있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다. 최근 우버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그랩에 밀려 퇴출되는 수순도 의미심장하다. 그랩과 우버 모두 소프트뱅크 승차공유 제국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우버를 밀어낸 그랩은 최근 동남아시아 차량공유 시장의 맹주로 활동했다. 지난해 11월 누적 승차건수 10억건을 기록한 가운데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7개 시장에서 ‘1초 66건 호출’ 기록도 세웠다. 앤소니 탄(Anthony Tan) 그랩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그랩은 지속적인 사업 혁신을 통해 서비스 개선을 이룰 뿐 아니라 기술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동안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 준 그랩을 이용하는 모든 드라이버 파트너, 승객, 투자자 및 파트너들과 그랩 팀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그랩은 철저한 현지화 정책으로 승부를 봤다. 신용카드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우버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신용카드 결제를 의무화했으나, 그랩은 현금도 지불할 수 있는 서비스를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우버가 글로벌 서비스의 강점을 내세워 사용자 경험의 일관성을 기계적으로 추구했다면, 그랩은 현지화 정책으로 야금야금 시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그랩의 행보는 중국 디디추싱과 비슷하다. 디디콰이디와 콰이디다처가 연합해 만들어진 디디추싱이 2016년 우버 차이나를 밀어내고 대륙의 맹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디디추싱도 알리바바와 바이두로 대표되는 O2O 플랫폼, 전자상거래 경쟁력을 우군으로 삼아 기계적인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는 우버를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우버의 ‘단순한’ 글로벌 전략이 큰 힘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디디추싱이 질주를 시작하며 소프트뱅크의 승차공유 제국 선봉장은 자연스럽게 디디추싱으로 낙점되는 분위기다. 소프트뱅크가 우버의 최대주주가 된 이상 세계 차량공유 시장은 하나의 생태계로 수렴됐으며, 불필요한 출혈경쟁도 사라질 전망이다.

손정의 회장이 인수한 영국의 반도체 회사 ‘암’은 차량용 반도체를 제작하며, 디디추싱을 비롯한 글로벌 승차공유 플레이어들도 모두 소프트뱅크 제국의 일부가 됐다. 디디추싱은 폭스바겐과 합작회사를 세우는 한편 일각에서는 승차공유 전용 차량을 제작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디디추싱이 외연을 확장할수록, ‘이동하는 모든 것’을 장악하려는 소프트뱅크의 야심도 커지는 선순환 생태계다. 손정의 회장이 공언한 두 번째 비전펀드의 정체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비전펀드가 ICT 플랫폼 장악을 위한 여정에 돌입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서 디디추싱이 선봉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그 이상을 노리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0월 소프트뱅크가 디지털 지도 스타트업인 맵박스에 1억640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맵박스는 디지털 지도 스타트업이다. 소프트뱅크는 자율주행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기 위해 맵박스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비전펀드를 이끌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차량공유 시장에서 한때 반(反) 우버 전선을 이끌다가 기어이 우버의 대주주가 됐고, 자율주행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ICT 기술에 집중하고 있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소프트뱅크의 손 안에서 우버는 물론 디디추싱도 ‘하나의 부품’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데이터다. 현재 온디맨드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그 성장세는 경제불황이 심해질수록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차피 플랫폼 사업자는 공유경제라는 가면을 쓰고 온디맨드 사업을 추구할 뿐이기 때문에 소비의 방식이 아닌 재화 창출의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다.

우버와 디디추싱이 가진 자율주행차 기술, 차량공유 플랫폼은 물론 모든 위치기반서비스는 O2O의 기본 정체성을 따를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필연으로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이동하는 모든 것에는 데이터가 수집되고, 초연결 시대의 핵심 자산이 된다. 존 리거스타인 IT 칼럼니스트는 이를 두고 “모든 온디맨드 차량공유 업체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면서 “디디추싱에 투자한 애플도 원하는 것이지만, 온디맨드 차량공유와 자율주행차 업체는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중장기적 수익으로 끌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