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동네 미용실과 골프장, 여관 등 전형적인 골목상권 소상공인 업종도 벤처기업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5월 29일 공포 즉시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숙박업과 부동산업, 임대업 등 23개 업종은 벤처기업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23개 업종 중 유흥성과 사행성과 관련된 5개 업종을 제외하고 19개 업종은 벤처기업으로 활동할 수 있다. 동네 모텔과 미용실, 부동산 사업주도 엄연한 벤처기업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최소한의 조건은 있다. 일단 중소기업이어야 한다. 그리고 벤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기업부설연구소 보유 여부, 기술성 우수 평가 등의 항목 중 하나에 해당돼야 한다.

이재홍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누구나 혁신적인 기술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벤처기업 요건을 충족한다면 업종에 관계없이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 “앞으로도 민간이 주도하는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해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의 조치는 골목상권 부흥과 ICT 경쟁력 강화를 비롯해 민간이 주도하는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방점이 찍혔지만, 그 이상의 시사점이 있다는 평가다.

골목상권 소상공인에게 벤처기업의 길을 열어 ICT 인프라 강화에 나설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 중요하다. 현재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을 비롯한 배달 앱 플랫폼을 비롯해 숙박의 야놀자와 여기어때, 부동산의 다방과 직방은 대부분 ICT 업계에서 오프라인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진격한 사례다.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전략을 ICT 기술력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풀어냈다는 뜻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기존 생태계를 대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은 불만이 많았다. 부동산의 다방과 직방이 출현하며 고객과 직접적으로 만나던 많은 부동산 사무소가 플랫폼 비용을 치르게 된 사정이 단적인 사례다. 대형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의 충돌이 지금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이유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포털 경쟁력과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소상공인의 영역으로 침투하며 심각한 잡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카카오T를 두고 벌어지는 택시기사와 대리운전기사 등의 반발도 비슷한 연장선에 있다.

중기부의 조치는 골목상권의 영원한 피해자이던 소상공인들도 역량만 구비되면 ICT 플랫폼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런 이유로 사업 아이템만 괜찮고 외연 확장의 여지만 있다면 공격적인 성장도 노려볼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ICT 기술에 대한 이해도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이 현재의 대형 생활밀착형 스타트업과 동일한 수준의 벤처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면서 “현재 상생의 이름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대형 스타트업이 소상공인과 많은 협력을 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협력이 단절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의 ICT 플랫폼 전략 가능성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으나, 업의 본질적 측면에서 보면 ‘의외의 한 방’도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O2O를 내세우며 ICT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는 스타트업들은 ICT 기술을 중심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했다. 이들은 ICT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용하는 것에는 강점을 보여주지만 업의 본질, 즉 오랫동안 현장에서 사업을 펼친 소상공인들의 노하우를 가진 것은 아니다.

중기부의 이번 조치로 몇몇 소상공인들이 업의 본질에 집중해 고객친화적 사용자 경험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면, ICT 플랫폼 중심의 대형 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압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