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플레이스테이션4 신작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5월 25일 출시됐다. 이 게임은 출시와 동시에 화제가 됐다. 게임 설정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게임은 조사관과 가정부, 도망자 역할을 지닌 3종류의 인공지능 로봇을 이용자가 직접 조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용자가 로봇 입장이 되는 셈이다. 이용자는 게임에서 로봇을 조종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체험한다.

게임 속 배경은 2038년 미국 디트로이트다.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다. 미국의 공업 역사와 재도약의 상징인 디트로이트주에서 인간과 로봇은 공존한다. 그러나 그곳은 양산된 로봇으로 갖가지 문제가 넘쳐나는 디스토피아 같은 곳이다. 게임에서 인간의 실업률은 37.3%에 육박한다. 

인간은 개발을 멈추지 않는다. 등장하는 조사관 로봇은 사건 현장에서 협상 전문가로 활약한다. 여러 가지 현장 정보를 토대로 인간과 로봇을 검거한다. 로봇은 스포츠에까지 진출한다. 투수 로봇은 시속 193㎞의 공을 던진다. 인간 타자는 휘두르기는커녕 포착하지도 못한다. 매춘업소는 전부 로봇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멸종한 북극곰과 아프리카코끼리, 바다거북 등을 로봇으로 재현해 전시한 동물원도 있다. 기본적인 사회시스템의 밑바닥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예체능에서 사회 계열까지 로봇이 합류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작중 묘사된 자율주행 자동차다. 이 차는 무단횡단한 2명의 보행자와 충돌하기 직전 찰나의 순간 보행자들의 얼굴을 잡아낸다. 차는 이들의 신원을 파악해 둘 중 사회에 덜 필요한 부류의 사람 쪽으로 돌진한다. 즉, 2명의 보행자가 의사와 청소부라면 의사를 구하기 위해 차는 청소부가 있는 방향으로 향한다.

이 때문에 게임에서 인간들은 로봇을 비판한다. 사실 차별에 가깝다. 인간이 생산한 로봇은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 노예제도나 식민지 시절의 피해자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게임에서 로봇 양산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로봇을 악마 취급하는 기독교 세력이 시시때때로 등장한다. 대부분 식당이나 가게는 로봇 출입을 금지하는 간판이 달려 있다. 인간은 자리가 넉넉한 버스 앞쪽에 타고 로봇은 차 뒤편 비좁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서 이동한다. 반면 캐나다는 로봇에게 유토피아로 취급된다. 로봇 탄압이나 법적 제재도 없는지 일부 탈주 로봇은 미국에서 캐나다로 국경을 넘으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캐나다는 나라 자체도 자연 청정구역으로 잘 보존돼 있다.

게임 속 인간의 행동들은 인종차별 형태와 매우 흡사하다. 버스에서 사람과 로봇을 분리하는 것은 1900년대 미국에서 백인과 흑인의 좌석을 분리한 일과 유사하다.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 역시 이에 반대해 일어난 운동이다. 로봇의 출입을 금지하는 모습은 ‘유색인종불허(No Colored Allowed)’ 사인을 내건 유색인종 출입금지 상점과 같다. 로봇이 캐나다로 도망치는 것도 미국에 노예제도가 있을 당시 지하철도를 통해 노예들이 캐나다로 도망치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이용자는 게임 속에서 로봇을 조종하며 이러한 인간들의 차별을 경험한다. 등장하는 로봇들이 처한 여러 상황을 마주하면서 고유한 시점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이용자는 상황을 직접 선택한다.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는 조금씩 달라진다. 누군가가 죽거나 살기도 하고, 인간이 로봇을 지배하거나 지배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게임 속 로봇을 조종한 인간은 과연 무슨 선택을 했는가? 게임은 전 세계 이용자들이 선택한 결과에 따른 통계 수치를 제공한다. 이 통계 수치를 보면 결과가 놀랍다. 이용자 100명 중 단 0.2명만이 로봇이 멸망하는 결말을 선택한다. 90%가 넘는 이용자들은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선택한다. 이들은 로봇에게 인간과 같은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답한다. 로봇도 인간과 같은 사회적 지휘와 그들의 사회경험을 통해 완성된 자유의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을 플레이한 이용자들의 선택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어쩌면 인류의 미래는 이들의 선택과 같아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게임은 기술이 삶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관철과 함께 20년 뒤 미래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인간의 멸망과 기계의 반란. 그리고 공존. 모든 결과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