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퇴근 후 대형마트를 찾은 직장인 송현주(25, 여)씨는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에게 장보기 도움을 받았다. 서비스로봇이 200여개가 넘는 수입맥주의 맛과 부가정보 그리고 함께 어울리는 요리 추천과 위치정보까지 상세하게 알려줘 매장을 여러 바퀴 헤매는 수고를 덜었다. 또 그날의 할인정보와 휴무일까지 안내해 좀 더 효율적으로 장을 볼 수 있었다. 

최근 유통업계가 적극 쇼핑 지원 로봇을 도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것은 더 이상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마트나 행사장에서 안내하는 로봇을 이제는 쉽게 볼 수 있다. 안내 서비스 로봇을 처음 본 소비자들은 로봇이 안내한다는 사실에 호기심으로 접근했다가 이내 질 높고 다양한 안내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경탄을 금치 못한다. 우리 현실로 성큼 다가온 무인화의 풍경은 새로움에서 생활 속 일부분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2018 평창올림픽 안내 로봇 ‘퓨로-D’

최근 굵직굵직한 행사 때마다 안내 서비스를 하는 로봇이 있어 눈길을 끈다. ‘2018 평창올림픽’, ‘순천만국가정원 봄꽃 축제’, ‘고양국제꽃박람회’, ‘의료분야 국제춘계학술대회(SICEM)’에서 활약한 퓨처로봇의 ‘퓨로-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퓨로-D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산호세 공항에서 안내 서비스 로봇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2월부터는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점 6층에 입점한 식당 ‘대장금’에 배치돼 방문객 응대는 물론 음식 메뉴 소개 등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잠실 롯데월드몰 6층의 한식당 '대장금'에서 퓨처로봇의 '퓨로-D' 로봇이 매장과 메뉴 안내를 하고 있다. 출처= 퓨쳐로봇

퓨처-D는 딱딱한 설명이 아닌 대화로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통역서비스까지 가능하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퓨로-D는 안내 서비스 제공 외에도 사진촬영, 음악재생, 미니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서비스도 언제 어디서든 제공 가능하다. 

대장금의 대표는 “퓨로-D가 접객과 안내 서비스를 담당하니 인력을 다른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며 방문하는 손님들도 큰 만족을 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퓨처로봇 관계자는 “퓨로-D의 가격은 3000만원 정도이며, 서비스에 적합하게 세팅하는데 최대 2주 가량이 소요된다”면서 “원하는 누구든 필요한 서비스에 맞춰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퓨처로봇의 송세경 대표는 “사람을 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 이제는 유통업계에도 자리잡으며 양질의 안내를 선보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고봇산업 발전과 함께 유통업계를 비롯한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박람과 이벤트) 분야, 노인복지, 교육, 반려동물 시장 등 수많은 영역에서 로봇이 제공하는 다채로운 서비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쇼핑정보 척척...이마트의 ‘페퍼로봇’

이마트는 지난해 9월 스타필드 고양 토이킹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를 시범운영한 데 이어 지난 9일부터 성수점에서 일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기존 나오 시범 운영 기간이 5일간에 그쳤던 데 반해 이번에는 서비스 기간을 20일(의무휴업일 제외)로 대폭 늘렸다.

▲ 이마트가 지난 9일부터 성수점에서 소프트뱅크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송현주 인턴기자

나오 서비스가 춤추기, 퀴즈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페퍼 서비스는 실용 가능성 검토에 주안점을 뒀다. 페퍼의 구체적인 임무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매장 입구에서 이번주 행사 상품을 알려주고, 휴점일 정보와 고객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에 답변해준다. 수입 맥주 섹션에서는 상품 로고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상품 정보를 안내한다.

페퍼의 쇼핑 도우미 서비스는 일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한국 사업 추진을 위한 시험운영을 위한 것이다. 소프트뱅크사는 휴머노이드 로봇, 서비스 로봇으로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회사다.

이마트의 페퍼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현재 일본에는 페퍼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어느 정도 보편화 돼 있다. 2014년 출시돼 백화점부터 동네의 작은 가게까지 현재 2만대 정도 보급돼 있고, 트랜스포머 기능을 가진 로봇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첨단 디지털기술 연구팀 ‘S-랩(S-LAB)’ 김기남 부장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포털 사이트에서 상품을 검색하는 것이 익숙한데, 매장 내에서 그런 쇼핑경험을 얻기 힘들어 보였다”면서 “모르는 제품이 있으면 판매대 앞에 서서 핸드폰에 해당 제품을 검색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는데, 로봇을 비치하면 이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로봇을 매장에 비치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부장은 “이번에 반응이 좋으면 다른 상품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로봇 보러 ‘롯데’로 오세요”

국내 ‘유통 공룡’이라 불리는 롯데는 인공지능·로봇 기술로 유통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엘봇’, ‘로사’, 롯데제과의 ‘쵸니봇’과 ‘스윗봇’ 그리고 잠실 롯데월드몰의 파트너사 로봇들까지 롯데에 가면 국내에 도입된 대부분의 로봇을 볼 수 있을 정도다.

▲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4월 서울 소공동 본점에 인공지능 로봇 '엘봇'과 12월에 '로사'를 내놓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출처= 롯데자산개발

지난해 4월 서울 소공동 본점에 업계 최초로 로봇 쇼핑 도우미 ‘엘봇’을 도입했다. 12월에는 인공지능 챗봇 ‘로사’를 내놓았다. 이들은 정교하게 고객의 요청과 성향에 맞는 상품을 제안해 준다. 또 이미지인식(VR) 기능을 더해 실제 상품을 촬영하면 로사가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제공과 비슷한 스타일 제품까지 한 번 더 제공해 준다. 친근한 서비스와 모범적인 태도를 구현하기 위해 롯데백화점 서비스 전문강사들이 특별교육을 했고, 친근한 농담의 표현을 위해 전문 카피라이터와 협업해 최근 젊은이들에게 통용되는 용어까지 학습시켰다.

지난달에는 롯데제과도 서울 양평동 본사를 방문한 고객들에게 사옥 안내, 사회공헌 활동 소개는 물론 다양한 부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쵸니봇’과 ‘스윗봇’을 도입했다.

▲ 롯데제과가 지난달 서울 양평동 본사에 사옥 안내와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인공지능 로봇 '쵸니봇'과 '스위봇'을 도입했다. 출처= 롯데제과

잠실 롯데월드몰에 가면 다양한 로봇을 만나볼 수 있다. 식사의 즐거움과 함께 흥미로운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롯데월드몰 3층에 가면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맛 볼 수 있다. 지난 24일 커피프랜차이즈 달콤커피의 로봇카페 비트(b;eat)가 잠실 롯데월드몰에 입점했다. 비트는 주문을 받는 것부터 커피를 제조하는 것까지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색 카페다. 또 6층에는 한식당 ‘대장금’에서도 안내로봇 ‘퓨로-D’를 만날 수 있다. 이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안내를 맡았던 로봇이다.

▲ 잠실 롯데월드몰 6층의 한식당 '대장금'에서 메뉴를 안내해주는 인공지능로봇 '퓨로-D'를 만날 수 있다. 3층에는 무인카페 '비트(b;eat)'에서 로봇 바리스타를 만날 수 있다. 출처= 각 사

‘배달로봇’으로 수요와 공급 불균형 해소

배달 서비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배송로봇을 개발했다. 우아한형제는 배달로봇으로 폭발하는 음식배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풀어낸다는 계획이다.

배송로봇 ‘딜리’는 시제품 개발을 마쳤고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야우리푸드스트리트 딜리 시범서비스 존에서 5월 21일부터 6월 14일까지 테스트를 받는다. 가로 67.3cm, 세로 76.8cm, 키 82.7cm에 둥글둥글한 모양의 딜리는 3칸으로 구성된 내부 음식 보관 공간에 짜장면이나 치킨을 싣고 시속 4km 속력으로 달린다. 앞에 장애물이 인식되면 자동으로 피하는 능력도 갖췄다.

▲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정우진 고려대 교수팀과 함께 만든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 출처=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우리의 로봇 개발 접근 방식은 배달원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닌, 배달 시장에서 나타나는 주문 수와 배달기사 수의 불균형 문제를 해겨하고 보완하는 것”이라면서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 배달 산업에서 기술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통업계는 이색적인 쇼핑 경험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는 데다 장기 관점에서 관련 기술을 활용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활용한 로봇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쇼핑 도우미 로봇은 기본적인 수준의 의사소통과 편의 제공에 머물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직 시장의 절대 강자가 없는 만큼 업체마다 고객들이 자신들의 기술과 서비스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적극 실험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이색적인 쇼핑 경험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는 데다 장기 관점에서 관련 기술을 활용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활용한 로봇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쇼핑 도우미 로봇은 기본적인 수준의 의사소통과 편의 제공에 머물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직 시장의 절대 강자가 없는 만큼 업체마다 고객들이 자신들의 기술과 서비스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적극 실험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