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합산규제안이 오는 6월27일 일몰을 앞둔 가운데, 케이블TV 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재편이 빨라지며 케이블TV 업계는 IPTV를 내세운 통신사, 특히 KT의 광폭행보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대로 가면 '자멸의 길'로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도 읽힌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합산규제 일몰을 반대했다. 협회는 "시장질서가 무너지고 난 이후 다시 복구하기는 어려우며 그 피해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산업의 부담은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합산규제는 케이블과 IPTV 등을 모두 가진 유료방송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의 3분의 1 이상을 가지지 못하게 만드는 법안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을 통해 합산규제 일몰 규정을 삭제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처리되지 못했다. 만약 시간이 흘러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유료방송 업계에 '잔인한 정글의 법칙'만 판 칠 것이라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합산규제가 일몰, 즉 사라지면 IPTV와 위성방송을 모두 가진 KT가 유리해진다. KT의 전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31% 수준이며, 합산규제가 사라지면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KT는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으나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합산규제가 일몰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 업계는 초비상이다. IPTV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는 한편, 합산규제를 통해 KT를 중심으로 유료방송 시장의 급격한 쏠림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강력한 통신 네트워크를 가진 통신사들이 미디어 산업에 결합상품을 미끼로 무리한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케이블 산업의 다양성이 고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 케이블 업계가 제4이통사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도 이러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IPTV 2위와 3위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합산규제 일몰에 반대하고 있다. KT의 유료방송 시장 독주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합산규제를 유지해도 두 회사는 추가 인수합병이 가능할 수준의 낮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케이블 업계 수준의 반발기류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