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황정환 MC사업본부 부사장이 지난 3일 LG G7 씽큐 국내 출시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나온 가운데 LG G7 씽큐의 모델인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LG전자 부사장에게 BTS란 무엇일까? 황 부사장은 "닮고싶다"고 말했습니다.

 

황 부사장은 지난해 MC사업본부로 오기 전 LG전자 백색가전, TV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국내 최고의 경영인 중 한 명입니다. LG전자 MC사업본부도 지금은 어렵지만 여전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입니다.

그런 이유로 BTS가 아무리 '핫'하지만 LG전자 MC사업본부의 수장인 황 부사장의 입에서 '닮고싶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 자체로 이색적이었습니다. 속으로 '혹시 외모를...'이라는 바보같은 생각도 했지만 당연히 그건 아닐테고, 역시 BTS가 걸어온 행보와 지금의 영광을 닮고싶다는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BTS가 누구이길래? 무엇이길래?

▲ 황정환 부사장이 LG G7 씽큐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LG전자

고백하자면 아이돌을 잘 모릅니다. 파파야의 '아잉'과 밀크의 '컴투미' 이후로 '아이돌 탈덕'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다만 요 몇 년사이 IT관련 컨퍼런스나 간담회를 비롯해 사적인 모임에서도 BTS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BTS'라는 주제의 강연도 있었고 BTS와 관련된 빅데이터와 소셜 전략 노하우는 물론, 심지어 BTS와의 연결고리를 강조하는 IT업계 종사자도 많았습니다.

최근 만난 트위터 코리아의 핵심 관계자는 "트위터 일등공신 중 하나가 BTS"라면서  "내 조카도 BTS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트위터에 가입을 하더라. 가장 빠른 정보를 얻기 위해"라고 말했습니다.

▲ BTS가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출처=위키디피아

BTS는 보이그룹입니다. 그것도 앨범 판매량과 트랙별 판매량, 스트리밍 실적을 모아 발표하는 빌보드 200차트 1위에 오르는 대단한 보이그룹입니다. 이들은 어떻게 IT업계와 LG전자 MC사업본부의 롤모델이 될 수 있었을까요? 또 어떻게 하면 이들처럼 될 수 있을까요?

현재의 BTS를 있게 한 'DNA'라는 곡을 봅시다. 레게와 EDM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이 호평을 받았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단순 백화점 방식'으로 보이겠지만 'DNA'는 이를 통합 음악의 절묘한 융합을 보여줍니다. 맞습니다. 좋은 것들을 모아 더 좋은 것들을 만들어 내는 전략. 이를 통해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는 것이 BTS의 정체성입니다. 자연스럽게 세계무대를 노릴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 국내 형사는 연애를 하고 미국 형사는 수사를 한다는 말이 있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애물, 신파극을 참 좋아합니다. 당연히 대중 콘텐츠도 한쪽으로 몰려있기 마련이며 대부분의 아이돌은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BTS는 다릅니다. 사랑을 중심에 두지만 김춘수 시인의 '꽃'과 소설 '데미안' 등의 고전문학에서 모티브를 딴 곡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나아가 자기의 고향과 젊은이의 성장을 노래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는 뜻입니다. 1세대 아이들인 HOT가 '전사의 후예'라는 곡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학교폭력을 정조준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컴백홈'을 통해 가출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뤘던 장면과 오버랩됩니다.

스토리 텔링도 빠질 수 없습니다. BTS는 소위 말하는 국내 3대 연예기획사에 소속되지 않았습니다. 3대 연예 기획사에서 밀려난, 그래서 소외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이들이 바로 BTS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려움을 딛고 최정상으로 올라가는 행보 하나하나가 감동이면서 역사가, 콘텐츠가 됩니다.

▲ BTS가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출처=위키디피아

BTS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소통과 이에 따른 팬덤의 등장입니다. BTS 멤버들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팬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나서는 한편, 필요하다면 '아이돌계의 투머치토커(말이 많은 사람)'이 되어줍니다. 팬들은 이런 우상(아이돌)의 모습에 더 큰 감동을 받으며 적극적으로 '꽃길'을 열어주려는 행보에 나서게 됩니다. 팬들은 BTS의 차트 순위를 위해 조직적으로 소통하며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사연과 함께 BTS 노래를 신청하기도 합니다.

BTS의 강력한 메시지, 그리고 곡 출시 전략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BTS는 시상식이나 기타 다양한 이벤트에서 자기들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합니다. 당연히 팬을 위한 사랑과 애정으로 꼼꼼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출시 전략. BTS는 지난해 'DNA'가 싱글차트인 핫 100에서 28위에 오른 후 3월 '호프월드'와 4월 '페이스 유어셀프'를 연이어 발표하며 공백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정식 앨범이 아닌 멤버 개인의 싱글앨범을 통해 BTS에서 벗어날 틈을 보여주지 않은 셈입니다.

지금의 LG전자 MC사업본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재 MC사업본부는 적자의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으며 핵심인 미국 시장 점유율도 15%에 정체되어 있습니다.

만약 BTS 방식을 참고한다면 어떤 전략이 가능할까요? 먼저 풍부한 사용자 경험이 필요합니다. BTS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품어 스펙트럼을 늘렸던 것처럼, LG전자 스마트폰도 사용자 경험의 확장을 통해 경쟁자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하드웨어 폼팩터의 한계를 인정하고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마곡 사이언스 파크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에 기대가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스토리 텔링과 팬과의 소통에 따른 팬덤의 구축도 중요합니다. 애플이 이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LG전자는 창업주로부터 시작된 역사 콘텐츠부터 MC사업본부의 어려움에서 시작된 고난의 행보까지 모두 스토리 텔링으로 끌어낼 수 있습니다. 지금 더 필요한 것은 팬과의 강력한 소통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급함을 걷어내는 것. 팬덤은 우상이 항상 1등하기만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우상이 최선을 다해 나와 함께 호흡하는 것'을 원합니다.

차트의 공백을 허락하지 않은 BTS의 전략은 올해부터 달라진 LG전자의 스마트폰 출시 전략과 비슷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팬덤의 가치로 연결될 전망입니다.

이 외에도 BTS가 보여준 것은 많고, 보여줄 것도 많습니다. LG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변화의 시작은 LG G7 씽큐며, LG전자 MC사업본부가 BTS를 완전히 닮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줄 지는 온전히 LG전자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