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타깃데이트펀드(TDF, Target Date Fund, 이하 TDF)의 100% 허용, 리츠(REITs)와 저축은행 예·적금이 포함됨에 따라 향후 퇴직연금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져 가입자들의 웃음을 되찾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24일 다양한 퇴직연금 상품 출시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자산운용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퇴직연금감독규정 변경을 위한 예고절차를 오는 7월 3일까지 밟는다고 밝혔다. 새 규정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퇴직연금은 은퇴 근로자들의 유일한 노후보장 자산을 운용관리하는 상품으로, 2017년 말 기준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적립자산은 168조원에 이를 만큼 방대한 규모의 시장이다. 그럼에도 매년 퇴직연금의 운용 수익률이 2%대 수준을 밑돌아 은행 정기예금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 퇴직연금 운용상품으로 타깃데이트펀드와 리츠, 저축은행 예·적금이 추가되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물론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을 운용 중인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져 수익률 제고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선되는 규정을 살펴보면 ▶TDF에 의한 퇴직연금 자산 운용 시 금감원장이 정한 기준을 충족한 경우 퇴직연금 자산의 100%까지 TDF 투자를 허용한다. 현재는 70%까지만 투자가 허용되는 제한 규정으로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DB형 퇴직연금에 한해 거래소에 상장·거래되는 리츠펀드에도 투자가 허용된다. 현재는 부동산펀드에만 투자가 가능하고 리츠펀드의 투자는 금지되고 있다.

▶퇴직연금으로 편입 가능한 원리금보장상품 범위에 예금자보호법상 동일한 보호를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예·적금을 추가했다. 현재는 은행법상 은행 예·적금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TDF는 은퇴 예정자들의 퇴직연금을 은퇴 예상시점까지 남은 기간 동안 연령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컴퓨터 프로그램(Glide Path)으로 자산배분 투자해 필요 시마다 자동조절하며 안정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맞춤형펀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별도 운용지시 없이 자동 프로그램에 의해 리밸런싱하는 TDF가 연금 운영상품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TDF 운용 한도를 퇴직연금 자산의 70%까지만 투자 제한해 운용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번에 변경되는 퇴직연금 운용규정을 적용할 경우 가입자들에게는 어떤 이익이 생길까? 어떤 사람이 이 상품을 이용할 수 있을까? 상품의 특성과 수익률 등을 확인하고 투자상품을 선정할 때 얼마나 쉬워질까?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궁금증이 많다.

퇴직연금 가입자와 은퇴 예정자의 입장에서 변경된 규정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어떤 이로운 점이 있는지, 늘어난 운용상품은 누가 이용할 수 있는지 등 새 규정의 활용법과 이점 등을 확인해 본다.

규정 변경으로 퇴직연금 운용상 달라지는 내용은

‘금감원장이 정한 기준을 충족한 TDF는 퇴직연금 자산의 100%까지 투자를 허용한다’로 변경된다. 여기에서 ‘금감원장이 정한 기준’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가입기간 동안 주식투자 비중 80% 이내, 예상 은퇴시점 이후 주식투자 비중 40% 이내, 투자부적격등급 채권에 대한 투자한도 제한 등’을 말한다. 즉 TDF펀드의 포트폴리오(자산구성)에 주식투자 비중이 80% 이내이고, 예상 은퇴시점 이후의 주식 비중이 40% 이내이면 전체 퇴직연금 자산 운용을 TDF펀드로 100% 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주식 비중을 70%로 제한하고 기타 안전자산 상품 30%를 혼합해서 운용해야만 해서 연금자산 운용전략상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TDF펀드를 이용할 경우 TDF의 자산배분 프로그램 내에 위험자산(주식) 비중과 안전자산(채권) 비중이 가입자의 개별 특성과 은퇴 예정시점을 감안해 이미 자산배분이 돼 있기 때문에 다른 상품을 혼합할 경우 같은 성향의 상품이 중복 투자돼 목표 수익률을 계획대로 달성할 수 없게 된다.

퇴직연금 운용상품 중 거래소에 상장·거래되는 리츠상품도 DB형 퇴직연금에 한해 운용상품으로 허용되면 장기로 부동산 임대수익 등에 의해 지속해서 안정된 수익 발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투자상품인 퇴직연금 운용상품이 늘어나는 셈이다.

리츠(REITs)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약자로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으로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투자신탁이다. 주로 부동산개발사업·임대·주택저당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며, 만기는 3년 이상 장기투자 상품이 대부분이다.

편입 가능한 원리금보장상품을 은행법상 은행 예·적금 외에 저축은행 예·적금을 추가한 것은 은행 예적금과 동일하게 예금자보호법상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를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기 때문에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DB, DC, IRP 모든 퇴직연금 운용 가능한 TDF

TDF펀드는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IRP(개인형퇴직연금) 등 모든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 특화펀드로, 기존 운용 상품과 수익률에서 눈에 띄는 격차를 보이고 TDF의 범용성이 알려져 퇴직연금 가입자의 급속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168조4000억원이다. 이 중 88%인 148조3000억원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가입자가 직접 상품 선정과 운용·관리를 책임지는 실적배당형 상품은 8.4%인 14조2000억원뿐이다.

이러한 원리금보장형 편중 투자현상으로 인해 퇴직연금 운용을 맡은 금융회사들은 안정성 위주로 운용하는 데 적합한 은행 정기예금, 국공채 등을 주로 이용해 운용했고, 다른 수익추구형 상품을 개발하지도 않아서 퇴직연금을 운용할 마땅한 상품이 빈약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저금리·저수익시대를 지나며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연간 1~2% 수준에 머물렀고, 기업과 가입자들은 법으로 퇴직연금 적립을 정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가입해서 원금이라도 보존한다는 마음으로 퇴직연금을 맡겨 수익추구형 퇴직연금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에 일부 자산운용사들에 의해 TDF펀드가 도입 출시되어 짧은 기간 동안에 시장의 변동성을 회피하고 우수한 실적을 올려 은퇴 예정자들과 가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퇴직연금 특화상품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TDF 붐, 수탁고 2년새 1조, 평균수익률 5.41~15.96%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현재 7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TDF의 총수탁고는 9941억9000만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이 수치는 지난 2016년 6월 21일 삼성자산운용이 TDF를 본격 도입한 이후 23개월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7개 자산운용사 중 퇴직연금 수탁고가 가장 높은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으로 총수탁고 4375억원을 끌어들였고 최고 수익률 상품도 ‘삼성한국형TDF2045’형으로 설정 후 20.47%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이상 운용한 2015~2045형 상품별 평균수익률을 보면 은퇴 예정 시기가 가까운 유형 순서에 따라 2015형은 5.41%, 2020형은 9.35%, 2025형은 9.34%, 2030형은 11.74%, 2035형은 13.76%, 2040형은 14.30%, 은퇴 예정 시기가 가장 먼 2045형은 15.96%를 기록했다.

자산운용사별로 TDF 총수탁고와 수익률을 살펴보면 ‘삼성한국형TDF’ 2015~2045형 7개 상품의 총수탁고는 4375억원이고, 설정 후 수익률은 각각 4.59~20.47%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자산배분TDF‘ 2025~2045 5개 상품의 총수탁고는 2221억3000억원(전략배분 포함)이고 설정 후 수익률은 각각 4.87~11.25%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래전략배분TDF’ 5개 상품의 설정 후 수익률은 각각 8.38~15.46%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투자TDF알아서’ 7개 상품의 총수탁고는 1885억원이며, 설정 후 수익률은 각각 6.24~14.17%를 기록하고 있다.

‘KB온국민TDF’ 2020~2050형 7개 상품의 총수탁고는 799억8000만원이며 설정 후 수익률은 2.02~6.17%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한화Lifeplus TDF’ 2020~2045형 6개 상품의 총수탁고는 328억2000만원이며 설정 후 수익률은 1.55~3.46%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신한BNPP마음편한TDF’ 2025~2045형 5개 상품의 총수탁고는 296억8000만원이며 설정 후 수익률은 0.82~5.40%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하나UBS행복한TDF’ 2025~2045형 5개 상품의 총수탁고는 35억9000만원이며 설정 후 수익률은 10.06~18.47%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한편 삼성자산운용 연금사업본부 오원석 팀장은 “TDF펀드는 기본적으로 노후자금 마련과 관리를 위해 설계된 생애주기형 글로벌 자산배분펀드”라면서 “최근의 글로벌 주식시장의 조정 장세나 금리인상 시기에도 안정적인 장기성과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이 펀드가 투자자의 은퇴 예정일자를 기준으로 설정되는 자산배분 투자방법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자동으로 분산투자되고 리밸런싱되며 운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