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식품 유통업계에서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는 사례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프로슈머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최근 상품을 구매하고  더 나아가 기업의 공식 홈페이지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프로슈머(prosumer)’들의 활동이 부쩍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소비는 물론 제품 생산과 판매에 직접 참여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단종했다 부활한 제품은 고객과의 소통으로 세상에 다시 한 번 탄생한 만큼, 이들 제품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6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2년 전 생산을 중단한 ‘태양의 맛 썬’을 ‘돌아온 썬’ 이름으로 지난달 재출시했다. 태양의 맛 썬은 통곡물의 고소한 맛과 매콤한 감칠맛을 조화시킨 스낵이다. 진한 양념과 바삭한 식감으로 두터운 매니아층이 형성된 제품이었다.

▲ 2년 만에 재출시 된 오리온의 '돌아온 썬'이 출시 한달만에 200만 봉 판매를 돌파했다. 출처= 오리온

오리온은 2년 전 태양의 맛 썬을 생산하는 이천공장 화재로 생산라인이 소실돼 불가피하게 생산을 중단했다. 그러나 공식홈페이지에 1만100여건이 넘는 문의글이 올라오는 등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요청에 힘입어 재출시를 결정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이 제품은 재출시 한 달 만에 누적판매량 200만 봉을 돌파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제과도 ‘화이트 치토스’를 재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제품은 애초 미국 프리토레이와 오리온의 합작회사에서 제조했다. 국내 제휴사가 롯데제과로 바뀌면서 사라졌던 스낵이다. 롯데제과는 화이트 치토스의 맛을 되살려 ‘치토스 콘스프맛’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내놨다.

출시 20일 만에 매출 30억원을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지만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해태제과의 아이스크림 ‘토마토마’도 재출시됐다. 해태제과는 2005년 4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토마토맛 빙과류 ‘토마토마’를 지난해 7월 11년 만에 재출시 했다.

▲ 출시 당시 20일만에 3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해태제과의 아이스크림 '토마토마'가 지난해 11년 만에 재출시됐다. 출처= 해테제과

이 제품은 슬러시 형태의 토마토주스 맛으로 아삭한 얼음 알갱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출시 4개월 간 매출 17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년 만에 주력 제품에 밀리며 생산라인이 부족해지자 결국 2006년 하반기에 생산을 중단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토마토마를 다시 출시해 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하루 조회수 9만여 건에 이를 정도로 높은 관심과 화제를 모았다"면서 "결국 해태제과는 11년 만에 토마토마를 재 출시해 소비자 성원에 보답했다"고 말했다.

라면업계에서도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한 사례가 있다. 농심이 8년 만에 재출시 한 '감자탕면'이 대표 사례다. 감자탕면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 메뉴인 감자탕을 모티브로 삼은 제품이다. 얼큰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그러나 당시 국물맛이 호불호가 갈리면서 3년 만에 국내 생산이 중단됐다. 그러나 일본이나 중국 등 돼지고기 국물에 익숙한 해외 지역에선 판매를 지속해 왔다.

▲ 농심은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해외에서 판매하던 '감자탕면'을 단종 8년만에 재출시했다. 출처= 농심

농심 관계자는 “해외에서 제품을 맛본 국내 소비자들의 출시 요청이 꾸준히 이어져 왔으며 농심은 이전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재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업계관계자는 “재출시 제품이 속속 선보이고 있는 건 소비자와 생산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는 ‘추억의 맛’을 되살릴 수 있어 좋고, 제조업체는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출시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으로 자발적으로 마케팅에 나서 일석이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