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 부사장은 지난 3일 서울 용산역 스튜디오에서 LG G7 씽큐를 전격 공개하며 "가장 기본에 충실한 스마트폰이 되겠다"면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G7 씽큐 모델로 글로벌 K팝 가수인 방탄소년단을 내세우며 "방탄소년단을 닮아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를 전격 가동하는 한편 LG 고객 안심 보상 프로그램과 같은 공격적인 프로모션도 진행됐다.

LG G7 씽큐가 LG전자 MC사업본부의 희망이라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황 부사장은 적자에 허덕이는 MC사업본부의 처지를 설명하며 "진정성있게 다가갈 것"이라며 "오래쓰고 좋은 스마트폰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다부진 각오까지 보였다. 최근 LG G7 씽큐를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심상치 않은 느낌을 준다.

▲ 황정환 부사장이 LG G7 씽큐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LG전자

디스플레이 성능 소동
LG G7 디스플레이 성능이 논란에 휘말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 G7 씽큐에 M+LCD가 적용됐다는 LG전자의 설명과 달리, 일각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는 RGB 방식으로 화소가 배열된다. R,G,B 3개의 부분화소가 하나의 화소를 이루는 방식이다.  M+LCD 기술은 RGB에 W를 추가해 순차으로 R,G,B에 추가한다. LG디스플레이가 2015년 저가 4K TV에 처음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LG G7 씽큐 디스플레이 1개 화소에 2개의 부분화소만 적용됐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LG전자가 M+LCD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해 과장광고를 했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었다.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LG는 공식 블로그 LG G7 씽큐 설명 중 M+LCD 부분을 삭제했다.

LG전자는 M+LCD가 브랜드명일 뿐이며 부분화소가 몇 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RGB에서 W를 추가한 것은 사실이며, 3개의 부분화소가 아니라 2개의 부분화소 구조도 M+LCD가 맞다는 주장이다. LG 공식 블로그에서 M+LCD 내용을 삭제한 것은 논란이 일자 이용자의 혼란을 막기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논쟁에는 삼성전자 QLED TV도 휘말렸다. SUHD TV에서 QLED TV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QLED의 퀀텀닷 기술은 명확한 한계가 존재하며, OLED 수준의 미래 디스플레이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LG전자의 LG G7 씽큐 논란은 더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게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M+LCD의 정의가 모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2개의 부분화소는 분명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V 시리즈에 OLED를 탑재한데 이어 LG G7 씽큐에는 수퍼 브라이트 기술을 LCD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무리수가 나온 것 같다"고 평했다.

이번 사태를 2011년 옵티머스2X 허위광고 논란의 재연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LG전자는 옵티머스2X에 제논 플래시가 탑재된다고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일반 LED 플래시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져 이용자 기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LG전자는 결국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옵티머스 2X 출시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고개를 숙여 논란을 키웠다. 

▲ LG G7 씽큐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논란 일파만파...한 방은 있다

아직 출시 초반이지만, LG G7 씽큐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미국의 IT매체 더버지는 22일(현지시각) LG G7 씽큐를 리뷰하고 총점 7점을 보여했다. 더버지는 "LG G7 씽큐라는 이름은 끔찍하다"면서 "갤럭시S9과 비교해 비싼 미국 출고가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터리 기능도 약하고 인공지능 기술력도 평범하다고 혹평했다.

더버지는 "LG전자가 LG G7 씽큐와 함께 새로운 지평을 열고, MC사업본부를 살리는 일을 완수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LG G7 씽큐라는 이름부터 문제가 시작됐으며, 놀랍고 재미있는 카메라와 오디오 기능을 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단한 개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이 사실상 국내와 북미 시장에서만 존재감을 발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울한 평가다. 일각에서는 구글 인공지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행보에 우려를 보이기도 한다.

LG G7 씽큐 M+LCD 논란이 커지며 LG전자 스마트폰 전반에 대한 회의감이 감지되고 있다. 일부에서 LG G5 모듈식 실험에 대한 반감까지 되살아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을 비판하며 LG G5 사례를 지적하고 있다.

▲ LG G7 씽큐가 출시됐다. 출처=LG전자

LG전자는 LG G5에서 모듈식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나 흥행에 실패했고, 결국 1년 만에 모듈식 스마트폰 모델을 폐기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수익만을 위해 모듈식 스마트폰을 구매한 사람들을 간단히 포기한 것처럼, M+LCD 논란도 결국 '진정성의 부재가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출시 전략을 상하반기로 나누지 않고, 다양한 파생 라인업을 출시해 장기 플랫폼으로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플랫폼화를 꿈꾼 LG G5 모듈식 스마트폰은 단 1년 만에 사라졌고, 모듈을 구매한 이용자들만 손해를 입었다는 지적이 M+LCD 논란과 맞물리며 LG전자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LG G7 씽큐의 초반 성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생각보다 저조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강력한 상대인 갤럭시S9이 가격을 낮추고 컬러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고, 무엇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에 돌입하며 스마트폰 교체주기도 짧아졌다. 여기에 M+LCD 논란까지 겹쳤다. 

LG G7 씽큐를 둘러싼 논란에도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LG전자는 조만간 LG V 시리즈의 후속작을 출시하며 파생 라인업을 키우는 등 플랫폼 다각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LG G7 씽큐도 멀티 미디어 전략에 특화된 매력적인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LG G7 씽큐가 방탄소년단을 닮을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뜻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LG G7 씽큐 개통 실적은 저조하지만 아직 출시 초반이다"면서 "기대를 갖고 지켜볼 가치가 있는 스마트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