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6월12일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미북 정상회담 취소는 북한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미국의 대화요청에 불응한 데다 김계관에 이어 최선희까지 나서 미국의 안보라인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회담을 열어봤자 완전한 비핵화를 얻지 못하고 외교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분간 미북 관계 냉각은 불가피해 보인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VOA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경제관련 행사에 참석해 "북한의 최근 성명에 따라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됐던 미-북 정상회담을 끝내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겠다"고 밝힌 지 2주 만이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애석하게도 김 위원장이 최근 성명에서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적개심 때문에, 나는 이번에 오랫동안 계획한 정상회담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느낀다”고 밝혔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출처=백악관

트럼프 이 자리에서 "많은 일들이 생길 수 있고 훌륭한 기회가 앞에 있을 수 있다. 이번 결정은 북한과 전세계에 중대한 후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과 대화를 나눴다며, 전세계 누구와 비교해도 가장 강력한 미군은 필요하게 된다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한국과 일본 측과도 얘기를 했다며 "이들 국가들은 북한이 멍청하고 무모한 행동을 취한다면 준비가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불행한 상황이 어쩔 수 없이 펼쳐진다면 미국의 (군사) 작전 관련 재정적 비용을 같이 짊어질 의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은 비핵화와 국제 사회에 참여하는 길을 통해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가난과 억압을 종료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특히 "궁극으로는 자기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하게는 심각하고 불필요하게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올바른 일을 하게 되길 바란다"면서 " 한국과 북한 사람 모두는 조화와 번영, 평화 속에서 함께 살 수 있게 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밝고 아름다운 미래는 핵무기 위협이 사라졌을 때에만 가능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트럼프는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김정은이 건설적인 대화와 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하는 것을 기다린다"면서 "그 때까지는 역대 가해진 가장 강력한 제재와 최대 압박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떤 일이 생기든 미국인의 안전과 안보를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는 서한에서  "북한과의 모든 일들이 잘 풀리기를 바라고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언젠가 회담이 다시 열릴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어느 누구도 초조해하지 말아야 한다. 이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미국의 거듭된 대화 요청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은 게 정삼회담을 취소한 이유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은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취소한 데는 이런 이유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며칠 동안 발표한 대미 비난 성명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두 나라 간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 필요한 준비를 수행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폼페오 장관은 그러나 "북한과 신속하게 비핵화 대화를 재개할 수 있길 희망한다"면서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16일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의 리비아식 핵폐기를 주장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맹비난하면서 "미·북 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최선희 북한 부상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무지몽매” “아둔한 얼뜨기” 등 원색적 언어로 공개 비난했다. 트럼프는 마지막으로 볼턴 보좌관과 상의했고 여기서 일단 취소 서한을 보내자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