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이야기에 답이 있다> 존 개스틸·피터 레빈 엮음, 장용창·허광진 옮김, 시그니처 펴냄

 [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숙의 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 Deliberative Democracy)가 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래 숙의는 법원의 배심원·위원회 위원·다른 사람들이 이성을 지니고 토론한 이후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말한다. 즉 대중이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지니고 여러 증거들과 주장의 경중을 잘 판단해, 모두를 위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이며 여러 시민 컨퍼런스를 주최했던 존 개스틸과, 숙의 민주주의 컨소시엄 집행위원이자 터프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피터 레빈은 여러 공동 저자들과 함께 이 책을 집필했다. 존 개스틸은 “사람들이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와 지역 공동체를 통해, 가장 심각한 사회·정치·환경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저자 마크 버튼과 데이비드 마이클 리프는 숙의 민주주의 행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실용적인 질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누가 숙의 민주주의 행사를 주최하는가, 둘째 숙의 민주주의 행사가 시작되면 누가 참가해야 하는가다. 행사를 주최하는 기관의 성격에 따라 참가자 모집 방식이 달라지고, 행사의 결과 역시 달라질 것이며 결과 내용을 반영하는 것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숙의 민주주의 이론가들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정당하게 보이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과 시도를 하고 있다.

자기가 공유하고 있는 공적인 삶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를 평등하게 지닌 시민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숙의 민주주의가 지닌 가장 큰 가치다. 이 책은 미국 숙의 민주주의의 역사와 숙의 민주주의의 유형을 먼저 상세하게 살핀 뒤, 국가이슈포럼, 선거에서 숙의 토론과 언론의 역할, 공론조사, 합의회의와 플래닝셀, 21세기 타운미팅 등 숙의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모델들을 소개하며, 그 성과와 각 과정에서의 시행착오까지 전하고 있다. 원제는 ‘숙의 민주주의 안내서’라는 뜻의 ‘The Deliberative Democracy Handbook’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