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ICT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국내 ICT 생태계 전반에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 국내 ICT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심각한 역차별에 직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국내 ICT 기업들의 문제제기는 사실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포털을 옥죄는 규제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등장하고 있는 반면, 글로벌 ICT 기업들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만 탓하며 정치적인 공세만 매몰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 유튜브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유튜브

유튜브 천하...토종 사업자 전멸?

글로벌 ICT 기업이 국내 시장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아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많은 ICT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했지만 대부분 연락 사무소 수준이며, 이들은 특별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때 싱가포르에 거점을 마련하거나, 일본 시장 진출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편이다. 다만 초고속 네트워크 인프라로 무장한 국내 시장이 일종의 테스트 베드로 각광받는 한편,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이들이 많아지며 최근 글로벌 ICT 기업들의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튜브다. 현재 유튜브는 1인 크리에이터, MCN(다중채널네트워크) 등의 바람을 타고 국내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ICT 기술의 발전이 검색의 포털에서 시작된다는 규칙도 유튜브가 무너트리고 있다. 유튜브는 Z세대 등의 등장으로 ‘하우투(How to) 콘텐츠’로 두각을 보이며 검색 시장 점유율까지 넘보고 있다.

유튜브의 성장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모바일 앱 조사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유튜브 이용시간은 2016년 79억분에서 올해 257억분으로 급등했다. 시장 점유율도 상승세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회사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는 국내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38.4%의 점유율을 자랑했으며, 11.2%의 네이버와 8.3%의 카카오를 압도했다.

▲ 유튜브가 총 사용시간에서 상당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앱애니

전체 앱 중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앱도 유튜브다. 와이즈앱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의 세대별 사용 현황을 발표한 결과, 4월 기준 10대부터 40대까지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로 나타났다. 10대에서는 유튜브, 카카오톡, 페이스북, 네이버 순이었으며 20대에서는 유튜브, 카카오톡, 네이버, 페이스북 순이다. 30대도 유튜브가 1위며 뒤를 이어 카카오톡과 네이버, 모바일 게임 검은사막이 뒤를 이었다. 40대는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톡, 다음 순이었다.

유튜브는 동영상 서비스에 불과하지만, 최근 포털의 검색 서비스를 넘보면서 국내 ICT 생태계 전반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중이다. 이대로 가면 동영상은 물론, 국내 ICT 플랫폼 산업 전체가 구글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말까지 나온다.

넷플릭스와 구글 등 글로벌 ICT 플랫폼 기업들도 빠르게 국내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서울 광화문 사무소를 개소했으며 지난해 딜라이브와 CJ헬로 등 케이블 방송사와 협력하는 한편, 올해 LG유플러스의 IPTV와 손을 잡았다. 구글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플랫폼 공공성 상실로 흔들리는 틈을 노려 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SNS 시장에서 토종 기업인 싸이월드가 여전히 방황하는 사이 페이스북이 시장 포식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트위터도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 롭 로이 넷플릭스 콘텐츠 수급 담당 부사장이 지난 1월 자기들의 콘텐츠 수급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역차별 문제 심각하다...하지만

유튜브를 비롯한 글로벌 ICT 기업들이 승승장구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바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규제 문제가 심각하다.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규제를 받으며 비즈니스 모델을 가다듬고 있지만, 유한회사인 글로벌 ICT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규제에 자유롭다. 지난해 11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이용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해 본사의 서버로 자동전송한 사태가 벌어졌으나, 국내의 방송통신위원회는 확실한 규제를 가하지 못했다. 사실상 민간인 정보사찰을 시도했지만 구글의 서버는 해외에 있기 때문에 국내 위치정보법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글로벌 ICT 기업들은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으나, 별다른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유튜브를 둘러싼 망 사용료 분쟁도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통신사에게 1년 기준 약 7000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으나, 유튜브는 0원이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지난 9일 열린 'ICT 역차별과 디지털 주권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거론하며 “헤비급 남자 선수가 여자 격투기 선수와 경기를 하는데 남자 선수에게 무기까지 쥐어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벌 ICT 기업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자유를 만끽할 때, 가뜩이나 불합리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국내 ICT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 시달리는 이중고까지 겪고 있다. 국내 포털 사업자 운신의 폭을 좁히는 소위 뉴 노멀법에 이어 인터넷 실명제를 의무화한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심각하지만, 일각에서 ‘유튜브만 욕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국내 ICT 업계에도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유튜브 급성장의 이유인 캐시서버 구축과 망 사용료 이슈를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망 사용료 0원은 유튜브라는 매력적인 플랫폼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통신사들이 합의한 내용이며, 이를 순수하게 유튜브의 잘못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역차별 문제를 꺼내며 유튜브만 공격하지 말고, 동조자를 아우르는 다양한 가치판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사실이지만 국내 ICT 기업들의 경쟁력이 글로벌 ICT 기업만큼 확실한 사용자 경험을 구축했는지도 의문이다. 국내 ICT 업계의 대부인 네이버는 전형적인 가두리 양식장 정책으로 폐쇄형 플랫폼 정책으로만 일관했으며 일각에서 시장 파괴자, 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유튜브와 맞서고 있는 네이버TV도 마찬가지다. 이용자들의 원성이 자자한 15초 광고는 네이버의 책임이 아니지만, 시작부터 셀럽에게만 집중하고 전문 제작사와 손잡은 네이버TV의 정책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비판에도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